뉴 골프 카브리올레. 이미지/폭스바겐 코리아 누리집 화면 갈무리
푹푹 찌던 지난 22일 밤. 에이치(H)씨는 ‘뚜껑이 열릴 만큼’ 화가 나 있었다. 무슨 일을 하는지 알 수 없는 팀장과 또 무슨 일을 하는지 도대체 알 수 없는 과장 탓에 그는 피곤해했다. “회사를 얼른 옮기든지 해야지.”
이 날 따라 시승차도 시동을 걸 때 애를 먹였다. 묵직한 브레이크 페달 감을 모르고 살짝 밟으니 시동이 걸리지 않았던 것. 그의 따가운 눈빛을 뒤로 한 채 다시 시동을 걸자, 빨간색 뉴 골프 카브리올레는 잠에서 깨어났다. 폭스바겐이 2003년 이후 9년만에 내놓은 신형 모델이다.
“열어봐.” 서울 강남 테헤란로를 벗어나기도 전에 이미 ‘뚜껑 열린’ 에이치씨는 말했다. 기어박스 뒤 수납 공간에 있는 스위치를 누르자, 카브리올레(프랑스어로 지붕을 여닫을 수 있는 자동차)는 ‘뚜껑’을 열었다. 지붕인 컨버스(천) 재질의 소프트 탑은 완전 자동으로 열리는데, 9.5초 밖에 걸리지 않았다. 시속 30km 이하 주행 중에도 지붕을 열고 닫을 수 있다. 하드톱은 보통 20여 초가 걸린다.
처음으로 타본 컨버터블 자동차는 하늘을 가려주던 게 사라지니 처음엔 굉장히 어색했다. 비나 바람 뿐만 아니라, 다른 자동차에서 실내를 볼 수 없다는 자동차만의 은폐성은 사라졌다. 그러나 달리는 기분은 남달랐다. 에어컨과는 다른 시원한 자연 바람에 머리카락이 흩날렸다.
정지선에 멈춰 있다 깊숙히 가속 페달을 밟자 골프 카브리올레는 홀로 튀어나갔다. 골프를 기본으로 한 모델 답게 1968cc 커먼레일 직분사 방식을 적용한 2.0 티디아이(TDI) 디젤 엔진은 힘이 좋았다. 최대출력 140마력에 최대토크 32.6㎏·m, 정지상태에서 100km/h까지 도달하는데 9.9초 밖에 걸리지 않는다고 한다. 충돌로 인해 전복이 예상될 때는 0.25초 내에 작동해 탑승자를 보호하는 전복방지시스템도 있다.
기분도 내지만 경제성도 갖췄다. 도심 주행중 정지선에 서면 엔진도 알아서 멈춰 연료를 아끼는 ‘스탑앤스타트’ 기능을 장착했다. 폭스바겐은 리터당 16.7㎞의 공인연비 뿐만 아니라 고속주행 중엔 리터당 20.1㎞도 가능하다고 했다.
에이치씨의 기분을 바꾸는데는 성공했지만, 가족이 함께 쓸 용도로 구입하기엔 적당치 않은 것도 사실이다.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고 라면상자 2개에 담아 트렁크에 넣으려 했더니 트렁크 입구 높이가 낮아 불편했다. 컨버터블 치곤 큰 트렁크 용량(250ℓ)도 라면상자 2개를 넣자 가득찼다. 뒷좌석도 타보니 비좁은 감이 들었다.
하지만 컨버터블를 누가 ‘패밀리카’로 쓰겠는가. 가격은 4390만원. 현실을 벗어나 한번쯤 타보고 싶은 컨버터블 중에선 동급 중 가장 싸 구미를 당긴다. 골프 기본형(2.0 TDI·3340만원)보단 1000만원 정도 비싸다. 4월19일에 출시돼 5월까지 50대가 팔렸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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