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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자동차

‘두 얼굴’의 현대 모비스, 23억 과징금

등록 2012-07-26 20:22수정 2012-07-30 13:53

앞에선 ‘동반성장’ 뒤로는 ‘단가 후려치기’
“현대차그룹의 선도적 역할을 타 대기업들도 본받아야 할 것.”

지난해 3월29일 경기도 화성시에 위치한 롤링힐스호텔. 현대차그룹의 ‘공정거래 및 동반성장협약’ 체결식에 참석한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은 이렇게 말했다. 공정위가 연간 핵심 업무 중 하나로 꼽고 있는 주요 대기업의 동반성장협약 체결 첫 테이프를 끊은 현대차그룹을 한껏 추켜세운 발언이다.

2012년 7월26일 서울 서초구 공정위 브리핑실. 공정위는 “현대모비스가 3년간 부당납품 단가 인하 행위를 했다”며 과징금 22억9500만원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동반성장협약을 맺은 56개 대기업 중 부당하도급 거래 사실이 적발된 첫번째 사례다.

공정위가 부당행위를 지목한 시기는 2008년 6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다. 현대모비스가 동반성장협약 발효(지난해 4월1일) 이후에도 부당행위를 지속하고 있었다는 의미다. 공정위 관계자는 “부당이득을 협력사에 반환한 시점(올해 7월5일)을 기준으로 삼으면 현대모비스는 협약 체결 이후 내내 겉과 속이 다른 행위를 하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낙찰자와 추가협상해 불법 인하
합의 뒤에도 정당사유 없이 또 깎아
23개월 전 물량까지 소급적용도

피해 협력사도 공정위 조사 꺼려
1000여곳 중 12곳만 적발
현대·기아차 법 허점 조사 안받아

■ 적발내용?…“종합선물세트” 현대모비스는 지난 2008년부터 2009년 10월까지 경쟁입찰을 실시했다. 이 과정에서 모비스는 최저가 낙찰자를 선정한 뒤 또다시 낙찰자와 추가협상을 벌여 납품단가를 0.6∼10.0%를 깎았다. 경쟁입찰 뒤 추가 단가 인하는 위법이다.

협력사와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납품가를 깎기도 했다. 지난 2010년 1월에서 2011년 5월까지 거래 협력사 4곳을 상대로 아무런 변경 사유 없이 납품가를 1.0∼19.0%를 일률적으로 인하했다. 최초 납품가를 합의한 뒤 계약 기간 동안 물량 증가, 생산성 향상, 공정 개선 등 정당한 사유가 발생할 때만 원청업체는 협력사에 납품가 인하를 요구할 수 있다.

현대모비스는 심지어 이렇게 일방적으로 단가를 인하한 후 기존에 받은 물량에 대해서도 추가 인하한 단가를 소급 적용했다. 소급 적용 기간은 최소 9개월에서 무려 23개월에 이르렀다. 정창욱 공정위 제조하도급개선과장은 “부품단가 결정 모든 과정에 걸쳐 부당행위가 있었다”며 “납품업체 선정 과정부터 부당행위가 있었던 것은 이번이 첫 사례”라고 밝혔다.

현대모비스는 지난 7월5일 부당거래로 본 이득과 그에 따른 이자 15억9000만원 전액을 손해를 본 협력사에 되돌려줬다. 공정위의 심사보고서(일종의 조사결과보고서)를 수령한 이후였다. 처벌을 경감받기 위해 선수를 친 셈이다. 공정위도 현대모비스의 자구노력을 인정해 애초 산정한 과징금에서 5억여원을 깎아주며 맞장구를 쳤다.

■ 미완의 조사 이날 브리핑을 맡은 정창욱 공정위 과장은 진땀을 뺐다. 1000여개 넘는 협력사를 갖고 있는 현대모비스가 고작 12개 협력사에만 부당행위를 한 이유가 뭐냐는 기자들의 질문이 빗발쳤기 때문이다. 정 과장은 “확실한 증거를 잡은 사례가 그것밖에 없었다”고 어정쩡한 답을 내놨다. 충분히 추가적인 부당행위가 있을 개연성이 있지만 증거 확보에 실패했다는 의미다.

실제 이번 조사에 참여한 조사관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번 조사는 간단치 않았다. 이례적으로 지난해 6월 2주간, 올 1월 2주 모두 4주간 현장조사까지 진행했지만, 확실한 물증을 잡기 힘들었다. 조사에 참여한 한 공정위 직원은 “대부분 전산화되어 있는데다 그것마저도 자기들만 알 수 있는 특정 코드로만 처리돼 있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원은 “피해를 본 협력사도 공정위 직원이 오자 출입문을 걸어잠궜다”며 “조사에 누구보다 협조해야할 협력사들이 대기업 눈치에 몸을 잔뜩 웅크렸다”고 털어놨다. 공정위 내부에선 앞으로 재벌 기업의 부당 단가 인하 물증 잡기가 사실상 불가능해지는 것 아니냐는 자조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번에 공정위가 잡은 물증 일부도 실은 현대차그룹이 현대모비스를 상대로 벌인 감사 결과서였다. 이름 밝히기를 꺼린 공정위 관계자는 “그룹 내부 감사에서 드러난 부당행위다 보니 현대모비스가 (공정위에) 두 손을 들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감사 후 법을 위반한 임직원들을 징계하지 하지 않았다.

■ 현대ㆍ기아차가 쏙 빠진 이유? 애초 공정위의 조사 대상은 현대모비스와 더불어 현대차와 기아차도 포함됐다. 이 때문에 지난해 6월 공정위가 현장 조사 사실이 알려지자, 업계에선 현대모비스보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부당 거래 적발 여부에 관심이 집중됐다. 국내 최대 완성차 회사이자 재계 서열 2위 그룹의 핵심 계열사라는 상징성이 매우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대차와 기아차는 조처 대상에 빠졌다.

그 대신 공정위 발표문엔 “현대차와 기아차는 대기업 또는 계열사와의 거래 비중이 약 90%를 차지하는데 이는 하도급법 적용대상에서 제외된다”라는 문구가 담겼다. 하도급법 보호 대상인 중소기업(종업원 300인 이하 또는 연간 매출액 80억원 미만 기업)을 상대로 한 거래가 거의 없는 탓에 조사 실익이 없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앞으로 하도급법 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질 전망이다. 기업 간 양극화와 꾸준한 경제 성장 과정이 진행되면서 현대차와 기아차와 같은 초대형 기업들이 사실상 하도급법 망에서 벗어나고 있어서다. 자동차 부품업계 관계자는 “단가 인하 압력은 완성차에서 시작된다”며 “그에 반해 조사와 처벌이 1차 협력사에만 집중되는 것은 모순”이라고 꼬집었다. 정창욱 과장은 이에 대해 “대기업 간 거래에까지 하도급법을 확장할지 여부는 좀 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며 “동반성장지수 평가 등을 통해 초대형기업과 대기업(1차협력사) 간의 부당 거래를 간접 규율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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