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 선수금에 3년은 이자만 내
매년 할부사용 고객 10%씩 늘어
수입차 업체엔 ‘황금알 낳는 거위’
따지고보면 10∼13% 되는 고금리
기름값·보험료 포함땐 부담 크고
3년 뒤 원금상환액 선납금 3배나
매년 할부사용 고객 10%씩 늘어
수입차 업체엔 ‘황금알 낳는 거위’
따지고보면 10∼13% 되는 고금리
기름값·보험료 포함땐 부담 크고
3년 뒤 원금상환액 선납금 3배나
최근 미국 유학을 다녀온 20대 후반 여성 김아무개씨는 독일 완성차 회사 아우디가 만든 세단 ‘에이(A)4’에 꽂혔다. 우아한 디자인에 고급스러운 느낌이 마음을 끌었다. 비슷한 시기에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친구 중 2명이나 해당 모델을 구매하자 묘한 경쟁심도 솟아났다.
하지만 아직 취업을 하기 전인데다 모아 놓은 돈도 없어 선뜻 지를 처지는 아니다. 그러던 차에 김씨는 친구한테서 솔깃한 말을 들었다. “월 40만원이면 에이4를 굴릴 수 있대.” 김씨는 이 말을 전해 들은 뒤 사업을 하는 아버지 손을 잡고 서울 용산구에 있는 아우디 전시장을 찾아 견적을 뽑아봤다. 판매 딜러는 “차값 35%를 선수금(1870만원)으로 내면 월 37만원에 가능하다”며 “조건을 좀더 조정하면 월 부담금을 20만원대까지 낮춰 줄 수 있다”고 말했다.
■ 원금 유예 할부의 유혹 8일 만난 아우디의 한 판매 딜러 영업사원은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 관문을 막 통과한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 사이에 원금 유예 할부 프로그램을 통해 차를 구입하는 고객이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그는 “주로 초기 선납금이 국산차 아반떼 값 수준이다 보니 선납금은 부모한테 받아 내고 월 할부금은 자신의 월급에서 충당한다”고 덧붙였다.
원금 유예 할부 프로그램은 차값의 20~35% 가량은 선납한 뒤 이자만 내다가 3년 뒤 나머지 차값 원금을 일시 상환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할부기간에 이자만 내다 보니 5000만원이 넘는 고급 차량도 월 할부금이 30만~40만원 수준에서 결정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2003년 베엠베(BMW)가 처음 이 상품을 내놓은 뒤 명맥만 유지해오다 최근 2~3년 새 이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 각 업체들은 구체적인 통계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매년 이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고객 수가 10%씩 증가하는 것으로 잠정 집계되고 있다. 베엠베파이낸셜코리아서비스의 한 임원은 “전체 고객 중 15% 정도가 원금 유예 프로그램을 이용한다”며 “우리는 상대적으로 고객 질이 좋아 이 정도 수준이지만, 나머지 브랜드들은 원금 유예 프로그램 이용 고객 비중이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토요타 관계자는 “내수 시장에서 수입차 비중이 10%에 이를 정도로 크게 확대되면서 차종도 과거 대형차 일변도에서 벗어나 매우 다양해졌다”며 “중형 이하 차의 경우 차값이 3000만~5000만원 정도에서 형성되다 보니 젊은층들도 원금 유예 할부를 통해 구매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고 말했다.
■ 누가 돈을 버나 원금 유예 프로그램을 공격적으로 영업하는 쪽은 베엠베와 메르세데스 벤츠, 아우디, 폴크스바겐, 도요타 등이다. 모두 수입차 브랜드 중 국내 판매 상위권을 형성하고 있는 업체들이다. 또다른 공통점은 이들 회사 모두 할부금융사를 자회사로 두고 있다는 것이다. 어느 정도 내수 시장에서 ‘규모의 경제’를 갖춘데다 할부금융업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이기 때문이다.
원금 유예 할부 프로그램에서 적용되는 이자율은 통상 10~13% 정도로 고금리이다. 차값 20~30%를 선납받았기 때문에 고객이 할부기간 중에 할부금을 내지 못하는 일이 있더라도 판매사가 손해를 입을 가능성은 낮다. 차 감가율이 3년 새 30% 이상 되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이다. 위험도는 낮으면서 안정적으로 이자 수익이 발생하는 셈이다.
실제 이들 회사들의 매출액(영업수익)과 영업이익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금융감독원 자료를 보면, 베엠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2009년 각각 3449억원, 308억원이었지만 3년 뒤인 2011년엔 4952억원, 697억원으로 늘어났다. 3년 새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43.6%, 126% 증가한 셈이다. 메르세데스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도 같은 기간 동안 매출액과 영업이익 성장률이 각각 51.9%, 211%에 이르렀다. 금융감독원 여신전문업감독국 관계자는 “수입차 할부금융사들은 고정이하 여신 비율(부실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으면서 고수익을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 소비자는 웃을까? 수입차 업계 이야기를 들어보면, 원금 유예 할부의 덫에 빠져 낭패를 본 소비자들도 적지 않다. 메르세데스벤츠의 한 판매 딜러 직원은 “기름값이나 보험료 등을 포함하면 월 부담금이 할부금 두세배에 이르는 경우도 있다”며 “이를 정확히 인지하지 못했다가 2년도 못 돼 중도에 차를 파는 경우가 더러 있다”고 말했다.
구매 후 3년 뒤 잔여 원금을 갚아야 할 때는 더욱 복잡해진다. 3년 전 목돈이 없어 할부를 택한 고객들이 3년 뒤에 선납금의 세배에 이르는 원금을 내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차를 팔아 생긴 돈으로 원금을 갚거나 다시 할부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 한 수입차 관계자는 “3년 뒤 원금을 못 갚아 차를 팔게 되면 결국 고객으로선 남는 게 없다”며 “최근 원금 유예 할부가 급증한 점을 고려하면 만기가 집중되는 1~2년 뒤 고객 불만이 터져나올 수 있다”고 밝혔다. 금감원 관계자는 “원금 유예 할부 프로그램에 대해 정확히 설명하지 않았다면 불완전 판매 소지가 있을 수 있지만, 아직까지는 그런 징후는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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