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전 울산 북구 양정동 현대자동차 공장에서 열린 노동자 집회에서 김응효 비정규직지회 조직차장(맨 앞)이 동료들의 발언을 듣다가 눈물을 훔치고 있다. 현대자동차 비정규직지회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현대차의 사내하청 정규직 채용안은 불법파견을 축소·은폐하는 사기 안”이라고 규탄하고 “사내하청 비정규직 문제는 비정규직지회가 정규직 노조와 함께 참여하는 불법파견 특별교섭에서 처리돼야 한다”고 밝혔다.
울산/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불법파견’ 폐해 원인
현대자동차가 행정기관(노동부)과 사법기관(법원)에서 잇달아 불법적 파견근로(비정규직)를 사용한 사실이 인정을 받았음에도 지난 10년간 이 문제를 풀지 못한 배경에는 해외생산 비중 증대에 따른 고속성장과, 이에 바탕한 정규직 노조 간의 암묵적 담합이 자리잡고 있다.
현대차는 2005년 미국 앨라배마주에 연간 30만대 생산 능력을 갖춘 대규모 조립공장을 세운 이후 공격적으로 해외생산 비중을 키워왔다. 2000년 초반 한자릿수에 머물던 해외생산 비중은 올 상반기(1~6월) 54.7%까지 치솟았다. 여기에 조만간 가동되는 중국 베이징 3공장과 올해 말 준공되는 브라질 1공장까지 완성차를 생산하기 시작하면 해외생산 비중은 더욱 높아질 예정이다.
이러한 변화는 국내 공장 노무관리에 대한 비중 약화로 나타났다. 과거엔 경영의 핵심사안이 국내 공장의 안정적인 노사관계 구축이었지만, 해외 공장의 중요성이 커진 상황에서는 회사 쪽이 적극적으로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나설 유인이 약화됐다.
올해 초 현대차 고위 임원 인사는 이런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현대차는 지난 1월 10여년간 현대차그룹 노무관리와 노사협상을 책임졌던 윤여철 부회장을 퇴진시켰다. 윤 전 부회장은 공격적 노무관리자로도 유명하지만, 현대차그룹 내에선 노무로 잔뼈가 굵은 인물로 손꼽혔다. 현대차는 윤 전 부회장 후임에 노무보다 생산관리에 더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는 김억조 현대차 울산공장장(현 부회장)을 발탁했다.
현대차그룹 고위 관계자는 “불과 수년 전만 해도 울산공장에 (파업 혹은 점거 등으로) 생산 차질이 있으면 정몽구 회장 지시하에 여러 차례 비상회의가 소집됐는데…(지금은 그렇지 않다)”라며 “그룹 내 무게중심이 노무에서 생산관리와 품질, 디자인 등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사 대립 와중이던 지난 20일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북미시장 점검 등을 이유로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정규직
임금·복지 ‘당근’에 소극적 태도
사쪽과 ‘암묵적 담합’ 태도 유지
사쪽
비정규직·밤샘근무·주간2교대 등
중요 이슈 문제 애초 의지 없어 이러한 구조적 생산 환경 변화에다 전근대적인 노사관계 문화도 비정규직 문제 해결의 걸림돌로 꼽힌다. 이번 임협에서 비정규직 문제와 더불어 또다른 쟁점인 ‘밤샘근무 폐지와 주간연속 2교대 도입’도 10여년 전부터 논의돼온 사안이다. 현대차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노사관계 전문가는 “국내 공장에서 제기된 주요 사안 중 순조롭게 풀린 건 임금과 복지 관련 이슈밖에 없다”며 “비정규직 등 구조적인 문제에 대해선 노사 모두 문제해결 능력의 부재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 노사가 ‘문제 해결 능력의 불구’ 상태에 빠진 이유를 ‘노사 담합주의’에서 찾는 전문가들도 있다. 비정규직 문제는 노사 담합의 폐해가 극명하게 나타난 예에 속한다. 조직력과 자금력을 갖춘 정규직 노조가 비정규직 문제에 관한 한 소극적 태도를 견지하고, 사쪽은 그 대가로 정규직 노조에 임금과 복지 혜택을 안겨주면서 비정규직 문제 해결은 매번 뒷전으로 밀려났다. 비정규직 문제가 종종 노-노 갈등 양상으로 번지는 게 이 때문이다. 현대차 정규직 노조를 놓고 일부에선 ‘전투적 노조’라고 평가하지만, ‘파업 후 높은 보상과 비정규직 외면’이 반복되는 현상을 관찰한 박태주 고용노동연수원 교수는 현대차 노조의 전투성을 ‘의사(擬似·가짜)전투주의’라고 이름 붙이기도 했다. 조성재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회사는 불법파견(불법적 비정규직 사용) 논란 속에서도 막대한 성장을 해오니 굳이 이 판을 바꿀 필요가 없다고 느꼈고, (정규직) 노조도 판을 바꿀 적극적인 의지가 없었다”며 “10년간 담합주의가 유지되면서 노사 모두 이런 관행에 익숙해진 것 같다”고 진단했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임금·복지 ‘당근’에 소극적 태도
사쪽과 ‘암묵적 담합’ 태도 유지
사쪽
비정규직·밤샘근무·주간2교대 등
중요 이슈 문제 애초 의지 없어 이러한 구조적 생산 환경 변화에다 전근대적인 노사관계 문화도 비정규직 문제 해결의 걸림돌로 꼽힌다. 이번 임협에서 비정규직 문제와 더불어 또다른 쟁점인 ‘밤샘근무 폐지와 주간연속 2교대 도입’도 10여년 전부터 논의돼온 사안이다. 현대차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노사관계 전문가는 “국내 공장에서 제기된 주요 사안 중 순조롭게 풀린 건 임금과 복지 관련 이슈밖에 없다”며 “비정규직 등 구조적인 문제에 대해선 노사 모두 문제해결 능력의 부재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 노사가 ‘문제 해결 능력의 불구’ 상태에 빠진 이유를 ‘노사 담합주의’에서 찾는 전문가들도 있다. 비정규직 문제는 노사 담합의 폐해가 극명하게 나타난 예에 속한다. 조직력과 자금력을 갖춘 정규직 노조가 비정규직 문제에 관한 한 소극적 태도를 견지하고, 사쪽은 그 대가로 정규직 노조에 임금과 복지 혜택을 안겨주면서 비정규직 문제 해결은 매번 뒷전으로 밀려났다. 비정규직 문제가 종종 노-노 갈등 양상으로 번지는 게 이 때문이다. 현대차 정규직 노조를 놓고 일부에선 ‘전투적 노조’라고 평가하지만, ‘파업 후 높은 보상과 비정규직 외면’이 반복되는 현상을 관찰한 박태주 고용노동연수원 교수는 현대차 노조의 전투성을 ‘의사(擬似·가짜)전투주의’라고 이름 붙이기도 했다. 조성재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회사는 불법파견(불법적 비정규직 사용) 논란 속에서도 막대한 성장을 해오니 굳이 이 판을 바꿀 필요가 없다고 느꼈고, (정규직) 노조도 판을 바꿀 적극적인 의지가 없었다”며 “10년간 담합주의가 유지되면서 노사 모두 이런 관행에 익숙해진 것 같다”고 진단했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