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비정규직 지회 조합원들이 지난달 22일 울산 북구 양정동 현대자동차 공장에서 사내하청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을 촉구하는 조합원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울산/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박태주 교수 해법 제시…“나머지 비정규직은 노사 협의로”
대법 “현대차 시설 사용하고 작업지시서 따를땐 정규근로”
전문가들 “‘최병승 유형’의 정규직화는 법과 정의의 문제”
대법 “현대차 시설 사용하고 작업지시서 따를땐 정규근로”
전문가들 “‘최병승 유형’의 정규직화는 법과 정의의 문제”
노사, 25일 비정규직 문제 교섭 재개
노동자 ㅇ씨(32)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은 지난 15일 새벽이었다. 그는 지난 2002년부터 현대차 울산 2공장에서 일하며 11년 동안 투싼, 싼타페, 아반떼, i40을 만들었다. 운전석 정면에 있는 ‘크래쉬 패드’(충격 완화 장치)에 그의 땀이 배어 있다. 하지만 그는 현대차 직원이 아니었다. 하청회사 ㅅ사에 고용된 노동자였다. 당연히 정규직 전환을 위한 노사 협상에 큰 기대를 걸어왔다고 그의 지인들은 전했다.
국내 완성차 업계 1위인 현대차가 ‘비정규직 수렁’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현대차 노(정규직 지부)·사는 밤샘 근무 폐지와 임금 인상 등에는 합의했으나, 사내하청(비정규직) 문제는 추후 협상과제로 남겨뒀다. 현대차 정규직 노조와 사쪽은 오는 25일부터 비정규직 문제 관련 교섭을 재개한다고 24일 밝혔다.
■ ‘비정규직 수렁’에 빠진 현대차…박태주 교수의 제안 최근 학계에서 주목할 만한 해법이 제시됐다. 박태주 고용노동연수원 교수는 지난 12일 국회의원들의 비공개 모임인 ‘복지노동포럼’에서 “‘최병승 유형’과 유사한 근로형태를 갖고 있는 사내하청은 정규직으로 ‘채용’이 아닌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최병승 유형이란,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 최씨가 소송을 통해 대법원으로부터 현대차의 불법 비정규 근로 사실을 확인받은 근로 유형을 가리킨다. 최씨는 아직 복직하지 못한 상태다. 대법원은 현대차의 불법 비정규직 근로 사용 유형으로, △컨베이어벨트를 이용한 자동흐름 방식으로 작업이 진행되고 △현대차 소유 시설 및 부품을 사용하며 △현대차의 작업지시서에 의해 일을 하는 등의 특징을 가진 업무를 제시했다.
박 교수는 “현대차 사내하청 중엔 여러 형태의 근로가 존재한다”며 “일단 최병승 유형만큼은 규모가 어찌됐든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나머지 비정규직에 대해선 노사간 협의를 통해 풀어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런 방안은 회사 쪽과 노조(비정규직 지회) 모두의 기존 입장과 다르다. 회사 쪽은 사내하청 6800명 가운데 3000명을 근로 형태와 상관없이 순차적으로 정규직으로 신규 채용하는 대신 그간의 불법 근로 사용은 부인하는 반면, 노조 쪽은 비정규직 전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맞서 있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박태주 교수의 안에 공감하고 있다. 조성재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박 교수의 안이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으로 보인다”며 “최병승 유형의 정규직 전환 사안은 경제의 문제가 아니라 법과 정의에 관한 문제”라고 말했다. 조 위원은 “비정규직을 쓰더라도 법 테두리 안에서 써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 교수의 안에 따를 경우 전환 규모가 회사 쪽에서 제시한 3000명보다 많을지 아니면 적을지는 아직 명확치 않다. 다만 대상자 선정 때 객관적인 기준을 적용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회사 쪽이 일방적으로 선정한다는 시비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장점을 띠고 있다.
■ 정몽구 회장, 국감 나올까? 현대차 비정규직 문제의 해법을 놓고 그룹 최고경영자(CEO)인 정몽구 회장이 공식 입장을 내놓을지도 중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불법성 짙은 비정규직 근로를 10년 남짓 사용하면서 정 회장은 한 차례도 이에 대한 의견을 내놓은 적이 없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위원들이 다음달 시작되는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를 본격 거론할 예정이다. 특히 일부 위원들은 정 회장의 국감 출석을 추진하고 있어, 불법 비정규직 근로 사용에 대한 정 회장의 ‘육성 입장’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심상정 의원(무소속) 쪽은 “정 회장의 국감 출석을 요청해 놓은 상태”라며 “불법 비정규직 근로 사용에 대한 경영 최고책임자의 입장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현대차 쪽은 “위원들이 이야기를 듣고 싶다면 내용을 잘 아는 실무자가 (국감장에) 나가는 게 맞다고 본다”며 정 회장 국감 출석에 부정적인 뜻을 밝혔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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