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불황속 세계 최대 모터쇼 개막
구조조정 시달리는 푸조-시트로엥 ‘작품’ 못내놔
‘부분변경 재탕’ 많고 ‘세계 최초 공개차’는 적어
BMW ‘엑스드라이브’ 고효율차 선두주자 과시 “지금이 미래다.” 27일(현지시각) 언론 사전행사를 시작으로 열리는 파리 모터쇼의 공식 주제어는 이렇다. “미래를 향해 달린다”(올해 3월 제네바 모터쇼), “미래가 기준이다”(2011년 9월 프랑크푸르트 모터쇼) 등 최근 1년 새 열린 굵직한 모터쇼가 내건 주제와 엇비슷하다. 고유가 환경에 대응해 전기차, 하이브리드차, 다운사이징(배기량은 줄이나 출력은 높인 엔진) 등 고효율차가 이번 모터쇼에서도 전면에 나섰다. 하지만 실제 둘러본 파리 모터쇼는 “지금은 위기다”, “위기 속 희망을 찾다” 정도의 주제어가 더 어울리는 듯했다.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와 더불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모터쇼라는 녹록지 않은 관록이 무상할 정도로 파리 모터쇼는 유럽 위기의 흔적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었다. ■ 모터쇼에 드리운 불황의 그늘 개막 하루 전인 26일 만난 고광욱 코트라 파리무역관장은 대화 중 들어온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기자에게 대뜸 보여줬다. “8월 말 기준 실업자 수 300만명 돌파.” 고 관장은 “프랑스의 실업률이 10% 수준으로, 실업자 300만명선이 마지노선이라는 인식이 있었는데, 이번에 그 선이 붕괴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프랑스 경제에 대해 “(사정이) 말이 아니다”라고 했다. 프랑스의 청년실업률은 20%를 웃돈다. 프랑스 최대 제조업체 중 하나인 완성차 회사 푸조-시트로앵은 지난 7월 8000명 감원 계획을 발표한 뒤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의 사회당 정권과 팽팽한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고 관장은 “노조를 지지 기반으로 두고 있는 정부가 푸조의 대량감원 계획에 무척 힘들어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공적자금 투입에 대한 여론이 나쁜 탓에 결국 푸조-시트로앵의 계획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마디로 파리 모터쇼 주변 환경은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인 셈이다. 이런 상황을 반영하듯 모터쇼 조직위원회는 예상 관람객 수 등 행사의 규모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 격년제로 열리는 파리 모터쇼는 2010년엔 관람객 126만여명으로 세계 5대 모터쇼의 위상을 과시했으나, 올해엔 80만명도 넘기기 어렵다는 게 현지 분위기다. 특히, 행사의 성패에 큰 영향을 주는 월드프리미어(세계 최초 공개) 차종도 별로 눈에 띄지 않았다. 대부분 부분변경 모델이나 이미 다른 모터쇼에서 공개됐던 ‘재탕’ 콘셉트카가 주종을 이뤘다. ■ 안방 주인은 간데없고 독일 차의 존재감 모터쇼는 주최국의 완성차들이 대개 주인공 노릇을 한다. 프랑크푸르트 모터쇼는 독일 완성차가, 디트로이트 모터쇼는 미국 완성차가, 도쿄 모터쇼는 일본 완성차가 큰소리를 친다. 이번 모터쇼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물론 프랑스에 근거지를 둔 르노와 푸조-시트로앵이 전시관 중앙을 차지했지만 주목도는 크게 떨어졌다. 프랑스 업체의 부진 속에 독일차들이 프랑스 안방을 차지하는 모양새다. 각국에서 온 취재진과 각 업체 관계자들은 독일 업체의 콘퍼런스에 몰려다녔다. 폴크스바겐 마르틴 빈터코른 회장과 다임러그룹(메르세데스-벤츠)의 디터 체체 회장, 아우디의 루퍼트 슈타들러 회장 등이 모습을 드러내며, ‘독일차 대세론’을 재확인했다. 베엠베(BMW)도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인 액티브 투어러 콘셉트카와 베엠베 최초 콤팩트 모델인 1시리즈 엑스드라이브(xDrive)를 앞세워 세계 완성차 업계의 고효율-고연비 흐름의 선두주자임을 과시했다. 벤츠도 현재 개발된 전기차 중 가장 빠른 비(B)-클래스 일렉트릭 드라이브 콘셉트카를 내놨다. 제로백(시속 100㎞에 이르는 데 걸리는 시간)이 10초가 채 되지 않는다. 파리/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부분변경 재탕’ 많고 ‘세계 최초 공개차’는 적어
BMW ‘엑스드라이브’ 고효율차 선두주자 과시 “지금이 미래다.” 27일(현지시각) 언론 사전행사를 시작으로 열리는 파리 모터쇼의 공식 주제어는 이렇다. “미래를 향해 달린다”(올해 3월 제네바 모터쇼), “미래가 기준이다”(2011년 9월 프랑크푸르트 모터쇼) 등 최근 1년 새 열린 굵직한 모터쇼가 내건 주제와 엇비슷하다. 고유가 환경에 대응해 전기차, 하이브리드차, 다운사이징(배기량은 줄이나 출력은 높인 엔진) 등 고효율차가 이번 모터쇼에서도 전면에 나섰다. 하지만 실제 둘러본 파리 모터쇼는 “지금은 위기다”, “위기 속 희망을 찾다” 정도의 주제어가 더 어울리는 듯했다.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와 더불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모터쇼라는 녹록지 않은 관록이 무상할 정도로 파리 모터쇼는 유럽 위기의 흔적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었다. ■ 모터쇼에 드리운 불황의 그늘 개막 하루 전인 26일 만난 고광욱 코트라 파리무역관장은 대화 중 들어온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기자에게 대뜸 보여줬다. “8월 말 기준 실업자 수 300만명 돌파.” 고 관장은 “프랑스의 실업률이 10% 수준으로, 실업자 300만명선이 마지노선이라는 인식이 있었는데, 이번에 그 선이 붕괴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프랑스 경제에 대해 “(사정이) 말이 아니다”라고 했다. 프랑스의 청년실업률은 20%를 웃돈다. 프랑스 최대 제조업체 중 하나인 완성차 회사 푸조-시트로앵은 지난 7월 8000명 감원 계획을 발표한 뒤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의 사회당 정권과 팽팽한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고 관장은 “노조를 지지 기반으로 두고 있는 정부가 푸조의 대량감원 계획에 무척 힘들어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공적자금 투입에 대한 여론이 나쁜 탓에 결국 푸조-시트로앵의 계획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마디로 파리 모터쇼 주변 환경은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인 셈이다. 이런 상황을 반영하듯 모터쇼 조직위원회는 예상 관람객 수 등 행사의 규모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 격년제로 열리는 파리 모터쇼는 2010년엔 관람객 126만여명으로 세계 5대 모터쇼의 위상을 과시했으나, 올해엔 80만명도 넘기기 어렵다는 게 현지 분위기다. 특히, 행사의 성패에 큰 영향을 주는 월드프리미어(세계 최초 공개) 차종도 별로 눈에 띄지 않았다. 대부분 부분변경 모델이나 이미 다른 모터쇼에서 공개됐던 ‘재탕’ 콘셉트카가 주종을 이뤘다. ■ 안방 주인은 간데없고 독일 차의 존재감 모터쇼는 주최국의 완성차들이 대개 주인공 노릇을 한다. 프랑크푸르트 모터쇼는 독일 완성차가, 디트로이트 모터쇼는 미국 완성차가, 도쿄 모터쇼는 일본 완성차가 큰소리를 친다. 이번 모터쇼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물론 프랑스에 근거지를 둔 르노와 푸조-시트로앵이 전시관 중앙을 차지했지만 주목도는 크게 떨어졌다. 프랑스 업체의 부진 속에 독일차들이 프랑스 안방을 차지하는 모양새다. 각국에서 온 취재진과 각 업체 관계자들은 독일 업체의 콘퍼런스에 몰려다녔다. 폴크스바겐 마르틴 빈터코른 회장과 다임러그룹(메르세데스-벤츠)의 디터 체체 회장, 아우디의 루퍼트 슈타들러 회장 등이 모습을 드러내며, ‘독일차 대세론’을 재확인했다. 베엠베(BMW)도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인 액티브 투어러 콘셉트카와 베엠베 최초 콤팩트 모델인 1시리즈 엑스드라이브(xDrive)를 앞세워 세계 완성차 업계의 고효율-고연비 흐름의 선두주자임을 과시했다. 벤츠도 현재 개발된 전기차 중 가장 빠른 비(B)-클래스 일렉트릭 드라이브 콘셉트카를 내놨다. 제로백(시속 100㎞에 이르는 데 걸리는 시간)이 10초가 채 되지 않는다. 파리/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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