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크스바겐 ‘골프 블루모션 콘셉트카’
파리모터쇼에서 만난 소형차
폴크스바겐 회장 “세상에서 가장 경제적인 선물” 자찬
7세대 블루모션 콘셉트카 ℓ당 31km ‘괴물 연비’ 과시
맞수모델 ‘i30’ ‘프로씨드’ 선뵌 현대·기아차 바짝 긴장
폴크스바겐 회장 “세상에서 가장 경제적인 선물” 자찬
7세대 블루모션 콘셉트카 ℓ당 31km ‘괴물 연비’ 과시
맞수모델 ‘i30’ ‘프로씨드’ 선뵌 현대·기아차 바짝 긴장
“역시 골프다.”
지난 27일(현지시각) 파리 모터쇼 전시장 한켠에 마련된 독일 폴크스바겐 부스의 주인공은 ‘골프’였다. 이형근 기아차 부회장 등 현대ㆍ기아차 관계자들은 30분 남짓 전시된 골프를 타고 내리며 세세하게 점검했다. 심국현 기아차 슬로바키아 생산실장(이사 대우)은 “골프를 분석하기 위해 여기(파리모터쇼)에 왔다”고 말했다. 그는 차체와 차문 이음새를 손으로 매만지고, 차체 안 룸미러 질감을 여러차례 확인했다. 슬로바키아 공장은 기아차의 유럽 전략 차종인 ‘씨드’를 생산하는 곳이다.
이번 파리모터쇼엔 각 업체들이 소형차를 대거 주력 제품으로 내놓았다. 그 중에서도 가장 눈길을 끈 제품은 폴크스바겐의 골프다. 골프는 폴크스바겐의 대표 차량 중 하나로 1974년 처음 판매를 시작한 이래 올해 8월까지 모두 2913만대가 팔렸다. 이번에 나온 골프는 7세대로, 완전변경 모델이다. 현대차의 한 마케팅 담당자는 함께 온 동료에게 농담반 진단반으로 “골프를 보니 남양기술연구소가 밤을 더 세워야겠는 걸”이란 말을 건넸다.
7세대 골프는 디자인 면에선 이전 세대와 견줘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폴크스바겐 특유의 남성적이고 무미건조한 외관을 갖고 있다. 거기에 더해 골프는 마치 “달리기 위해 존재한다”는 느낌을 갖게 할 정도로 단순한 분위기를 풍겼다. 폴크스바겐 계열사인 아우디가 수려한 디자인으로 소비자들을 유혹하는 것과 크게 대조된다.
실제로 골프의 힘은 ‘달리기 성능’에 있다. 7세대 골프에는 1.4ℓ 가솔린 엔진(TSI)과 1.6ℓ 가솔린 엔진(GTI)을 얹은 모델 등 여러 종류가 있지만, 가장 주목도가 높았던 모델은 1.6ℓ 디젤 엔진(TDI)을 장착한 ‘골프 블루모션 콘셉트카’였다. 이 모델은 7세대 골프를 기반으로 친환경성을 강화한 것인데, 블루모션이라는 말 그대로 제원표에는 ℓ당 31.25㎞라는 연비가 적혀 있었다.
국내 기준 연비보다 통상 다소 높게 나오는 유럽 기준을 적용했지만, 동급 최고 효율로 ‘괴물 연비’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다. 마르틴 빈터코른 폴크스바겐 그룹 회장은 모터쇼 하루 앞서 연 폴크스바겐 자체 행사에서 “세상에서 가장 경제적인 선물”이라고 7세대 골프를 표현했다. 전시장에서 만난 폴크스바겐 관계자는 “차체는 26㎏을 줄였고, 마찰도가 낮은 타이어 사용, 에너지를 되살려주는 브레이크, 공기 저항을 최소화시킨 외관 디자인” 등을 고연비를 달성케 한 요인으로 꼽았다. 이 차는 내년 상반기부터 양산된다.
현대·기아차 경영진과 기술진이 골프에 경계심을 드러낸 것은 현대차와 기아차의 유럽 전략 모델과 골프가 서로 시장이 겹치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각각 아이(i)30(현대차)와 씨드(기아차)를 내세워 유럽 시장 점유율을 가파르게 끌어올려왔다. 두 모델 모두 유럽 소비자의 기호에 맞춰 제작된 모델이다. 이번 모터쇼에서도 현대차와 기아차는 아이30 3도어 모델과 프로씨드를 각각 전면에 내세웠다.
아이30 3도어 모델과 프로씨드는 모두 전 모델에 견줘 향상된 성능을 보여주지만, 제원상 골프에는 미치지 못한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경계심의 근원이 바로 여기에 있다. 3도어 아이30의 1.4ℓ 가솔린 모델과 1.4ℓ 디젤의 연비는 각각 ℓ당 17.9㎞, ℓ당 25㎞로 골프에 밀린다. 씨드도 크게 다르지 않다. 현대차 관계자는 “아직까지 폴크스바겐의 기술을 현대차가 따라잡았다고 말할 수는 없다”며 “하지만 소비자는 연비뿐만 아니라 디자인과 가격 등 또다른 요소까지 종합 평가해서 구매 차종을 선택한다”고 말했다. 골프와 아이30, 프로씨드는 내년 유럽 자동차 시장에서 본격적인 승부를 펼칠 예정이다.
파리/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현대차 ‘i30’
기아차 ‘프로씨드’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