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솔린과 전기방식을 적용한 하이브리드 차량에 디젤방식까지 더한 도요타의 ‘오리스 투어링 스포츠’.
폴크스바겐 “안만든다” 선언
선두주자 도요타도 한발 빼
선두주자 도요타도 한발 빼
“(순수) 하이브리드는 안 만든다.”(독일 폴크스바겐)
“디젤도 만들겠다.”(일본 도요타)
독일 업체와 일본 업체를 중심으로 진행된 차세대 자동차 전쟁에서 균형추가 독일 업체 쪽으로 기울어지는 분위기다. 전기차와 수소연료전지차 등 미래형 자동차가 상용화되기 전 과도기적 상황에서 독일 업체와 일본 업체는 그간 각각 디젤과 하이브리드 기술을 앞세워 치열한 시장 경쟁을 해왔다.
마르틴 빈터코른 폴크스바겐그룹 회장은 지난달 27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모터쇼에서 “폴크스바겐은 하이브리드를 만들지 않겠다”는 폭탄선언을 했다. 전기모터와 내연기관을 함께 쓰는 하이브리드 기술은 대부분 완성차 업체들이 한두개쯤은 양산모델이나 시험 모델로 갖고 있는 상황에서 세계 5대 메이커 중 한 곳에서 하이브리드 단절 선언을 한 셈이다. 실제 폴크스바겐은 이번 파리모터쇼에서 모두 22대의 차량을 전시했지만 하이브리드 모델은 보이지 않았다. 다만 이 회사는 충전식 하이브리드인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내년부터 도입 예정이다.
반면 1990년대 말 세계 최초로 양산형 하이브리드 차인 프리우스를 내놓으며 하이브리드 기수 역할을 자임해 온 도요타 부스에는 다양한 하이브리드 모델과 더불어 ‘오리스 투어링 스포츠’라는 모델이 전시돼 있었다. 이 차량은 하이브리드 방식과 가솔린 방식은 물론 디젤 방식까지 적용된 모델이다. 하나의 모델에 세개의 서로 다른 구동방식을 운용하는 셈이다. 그간 거리를 두던 디젤 방식을 은근슬쩍 끼워넣은 셈이다.
도요타의 디젤에 대한 관심은 지난달 24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도요타환경 기술개발 설명회’에서 좀더 분명히 드러났다. 도요타의 친환경 기술 전략을 다룬 이 설명회에서 도요타는 1.4ℓ 디젤 엔진을 장착한 모델을 2015년 이후 시판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도요타 쪽에선 ‘연료 다양화’라는 개념으로 디젤 라인업 강화를 설명하고 있지만, 자동차 업계에선 도요타가 하이브리드 올인 전략에서 결국 한 발 물러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 완성차 업체 관계자는 “도요타가 10년 전부터 하이브리드 차를 팔아왔지만, 세계 시장에서 하이브리드 차 비중은 5%에도 채 미치지 못하고 있다”며 “시장지배력 유지 차원에서라도 유럽 시장의 주류인 디젤 엔진 도입을 고려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파리/김경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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