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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자동차

중저가 이미지 탓?…한달 700대 ‘K9의 굴욕’

등록 2012-10-04 19:12수정 2012-10-04 21:08

8월 800대·9월 700대 판매 그쳐
목표치 2000대의 3분의1 수준
기아차 중저가 이미지 한계
고급 수입차 대항 마케팅 실패
제네시스·에쿠스 고객도 못뺏어
기아자동차의 야심작 ‘K9’이 판매 부진의 수렁에서 허덕이고 있다. K9의 판매 저조는 여름철 비수기나 7~8월 임금협상에 따른 생산차질 등과 같은 일시적 요인 탓이라기보다 가격 설정 등 구조적인 원인이 더 크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기아차 쪽도 이렇다 할 판매 증진 묘책을 찾지 못하는 표정이다.

K9은 지난 한 달 동안 700대가 팔렸다. 기아차는 출시 당시 월 판매 목표를 2000대로 제시한 바 있다. 목표치의 3분의 1 수준 남짓 판매된 셈이다. 추석 연휴를 판매량 저조의 한 축으로 간주하기엔 부진이 심각하다는 게 기아차 판매 담당자들의 이야기다. 특히 지난달은 배기량이 클수록 혜택이 큰 개별소비세 인하와 추가적인 특별 할인으로, 직전 달보다 최대 253만원 더 싼 가격이 책정된 터라 기아차의 충격은 더 컸다. 서울의 한 기아차 대리점 한 직원은 “출시 초기엔 (K9에 대한) 문의가 많이 들어왔는데, 요즘에는 거의 뚝 끊겼다”고 말했다.

사실 K9의 판매 부진은 지난 한 달만의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출시 이후 매월 판매량을 보면 K9은 ‘신차효과’란 말이 무색할 정도다. 출시 직후 2~3개월은 마케팅 투자가 집중적으로 이뤄진데다 대기 수요가 풀리면서 판매량이 크게 늘어나는게 통상적인 시장흐름이지만, K9에는 이같은 현상이 두드러지지 않았다. 출시 첫달인 지난 5월 1500대 판매된 이래 6월 1703대, 7월 1400대, 8월 801대 판매됐다. 목표 판매량 달성은 커녕 시간이 갈수록 판매량이 급락한 셈이다.

K9의 판매 부진 원인을 놓고 동적 성능이나 편의장치의 완결성보다는 ‘마케팅 실패’ 혹은 ‘브랜드 한계’에서 찾는 시각이 우세하다. 실제 K9을 구매한 소비자나 자동차 전문 블로거,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선 K9의 제작 결함 보고 사례나 품질 논란은 찾아보기 힘들다. 외관 디자인도 출시 당시부터 독일 베엠베(BMW)를 모방했다는 지적을 받았으나, 판매 부진과 직접적인 연결고리를 찾기 힘들다.

K9을 직접 타본 수입브랜드의 한 사장은 “가속감 등 동적 성능이나 편의장치를 보고 솔직히 기아차 기술력에 깜짝 놀란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성능과 판매가 그대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업계의 교훈이 K9 사례에서 재확인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아차는 모닝과 프라이드 등 중저가 브랜드 이미지가 매우 강하기 때문에 고급차에 대한 인지도나 신뢰도가 낮다”며 “K9은 이러한 브랜드의 한계를 넘어서지 못한 것 같다”고 진단했다.

여기에다 기아차의 마케팅 전략도 판매 부진을 부채질한 것으로 보인다. 기아차는 K9을 베엠베나 아우디 등 수입 고급 브랜드 시장 공략의 첨병으로 설정했다. 이같은 전략 속에 베엠베나 렉서스 차와 비교 시승회를 연다든가, 헤드업 디스플레이나 후측방경보시스템 등 고급 수입차에 들어가는 편의장치를 구비하고 있다는 점을 집중 홍보했다. 메르세데스-벤츠의 한 딜러는 “우리 고객들은 우수한 성능 때문에 구매하기도 하지만, 그보다 (최고급 세단이라는) 벤츠 이미지를 보고 사는 고객들이 많다”고 말했다. 기아차의 준대형 세단인 K7이 동급인 현대차의 그랜저에 꾸준히 밀리는 것과 같은 이치라는 것이다.

현대·기아차 내부에선 K9 자체의 모호한 성격도 판매 부진의 한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현대차 마케팅 관계자는 “K9이 (한 단계 아래인) 제네시스와 (한 단계 위인) 에쿠스 어느 쪽에서도 고객을 끌어오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각종 편의장치가 주로 운전자 중심으로 설정돼 있는 K9의 개성이 소비자들에게 별다른 구매 요인이 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한 중소기업 사장의 개인 기사인 김아무개씨는 “후측방경보시스템이나 차선이탈경보시스템은 요란스러운 느낌이 있어서 주행 중 켜놓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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