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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자동차

현대오트론 ‘통행세’로 돈방석

등록 2012-10-15 19:14수정 2012-10-15 22:33

반도체 설계 전문으로 4월 설립
“그룹 구매 물량 연간 4800억원”
‘수수료 장사’ 부당내부거래 소지
현대차 “규모의 경제 기대” 해명
올해 초 차량용 반도체 설계 전문 기업으로 설립된 현대오트론이 현대모비스 등 현대차그룹 계열사의 반도체 구매 대행 업무를 맡기로 했다. 이에 현대오트론이 반도체 제조업체와 현대차 계열사 사이에 끼어 ‘통행세’를 받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통행세란 별다른 기여 없이 거래 중간에 끼어 수수료만 챙기는 행위로, 공정거래위원회는 부당내부거래의 한 유형으로 간주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고위 관계자는 15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최근 현대모비스와 현대케피코가 각자 맡고 있던 차량용 반도체 구매 업무를 현대오트론 쪽에 이관하기로 결정했다”며 “계열사는 아니지만 현대·기아차의 협력사인 만도도 반도체 구매를 현대오트론에 맡기는 방안을 검토중에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오트론이 인피니온, 프리스케일, 텍사스인스트루먼트 등 국외 차량용 반도체 회사로부터 반도체를 구매한 뒤, 일정액 수수료를 받고 현대모비스와 케피코 등에 넘기는 사업 구조”라고 덧붙였다.

반도체 구매 대행은 현대오트론의 본업과는 거리가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4월 현대오트론을 설립하며 차량용 반도체 설계와 연구개발을 사업 목적으로 제시했다. 현대오트론이 구매 대행이라는 부수업무에 뛰어든 배경에 대해 업계에선 현대오트론의 취약한 재무 안정성을 주목한다.

실제 현대오트론은 연구개발 및 설계 전문 업체인데다, 자체 기술도 충분히 무르익지 않은 탓에 별다른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출범 이후 공격적으로 유·무형의 자산을 사들이면서 최초 자본금 1000억원의 상당 부분을 까먹었다. 수익 창출을 기대하기보다는 추가 투자가 필요한 단계인 셈이다. 결과적으로 이번 구매 업무 이관은 현대차그룹이 현대오트론에 유상증자 등을 통한 추가 투자 대신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는 새 먹거리를 떼어주는 선택을 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현대오트론은 그룹 내 역량이 쏠리던 회사다. 출자자가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 등 현대차그룹의 핵심 계열사로만 구성돼 있고, 양웅철(현대차)·이형근(기아차) 부회장과 전호석 현대모비스 사장이 사내이사로 포진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그룹 내 물량을 몰아줌으로써 현대오트론은 앉아서 돈을 벌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케피코와 현대모비스의 반도체 구매 물량은 연간 4800억원에 이른다.

이런 거래 구조는 공정거래법상 금지하고 있는 부당내부거래의 한 유형과 매우 유사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계열사 간 거래에서 특정 계열사가 별다른 사업적 기여가 없이 단지 거래의 중간 매개자 구실만 하면서 수수료를 받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실제로 공정위는 이러한 거래를 했다는 이유로 지난 7월 롯데에 과징금 6억4900만원을 부과한 바 있다.

권철현 공정위 시장감시국 과장은 “중간거래를 하는 의도와 목적이 중요하다”며 “중간거래가 업계 거래 관행과 거리가 있거나 중간거래를 통해 별다른 사업적 효율 개선이 없다면 부당내부거래로 볼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롯데 쪽은 공정위 조사 과정에서 덩치가 큰 계열사를 중간거래자로 참여시키면서 구매 리스크를 줄이는 효과가 있었다고 주장했지만, 공정위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따라 현대차 쪽은 부당내부거래 지적에 대해 중간거래를 통해 사업적 효율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현대오트론은 반도체 전문 기업인 만큼 국외 반도체 회사와의 거래에서 전문성을 살려 구매 단가를 낮출 가능성이 있다”며 “또한 그룹 내 구매 물량을 모두 맡으면서 규모의 경제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오트론이 보유하고 있는 차량용 반도체에 대한 감식안을 활용해 그룹 전체의 반도체 구매 비용을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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