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2013년형 13개 차종 표시보다 평균 3% 낮게 나와
‘10% 점유시장’ 신뢰 잃을라…주행거리 따져 피해액 산정
‘10% 점유시장’ 신뢰 잃을라…주행거리 따져 피해액 산정
미국 시장에서 ‘과장 연비’ 논란에 빠진 현대·기아차가 곧바로 피해 소비자에 보상 계획을 내놓는 등 신속한 대응에 나서고 있다. 연비 논란이 판매 위축으로 이어지는 최악의 상황을 사전 차단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현대차 미국법인은 2일(현지시각) 누리집을 통해 과장 연비 지적을 받은 차종 소유주에 대한 보상프로그램을 내놨다. 이에 따르면, 연비가 잘못 표기된 모델을 구입한 소비자의 경우 현재까지의 실 주행거리와 거주 지역의 기름값을 고려해 기프트카드 형태로 보상을 받을 수 있다. 또 이미 구입한 차량을 제3자에게 매각한 소비자도 매각 전 주행거리를 기초로 보상을 받을 수 있다.
현대차는 양웅철 현대·기아차 부회장 명의로 미국 소비자들에게 사과를 했다. 양 부회장은 “현대·기아차 소비자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 이런 사고가 발생한 것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외에 별도의 안내 누리집을 만들어 소비자들에게 보상 대상 여부, 보상 대상 차종, 보상 방법 등을 안내하고 있다.
현대차의 이런 대응은 미국 환경보호청(EPA)의 ‘연비 검증 결과’ 발표 하루만에 나온 것이다. 환경보호청은 현대·기아차의 13개 차종(모두 90개 하위 모델)의 2011년형~2013년형을 대상으로 표시 연비와 실 연비 간 격차를 따져본 결과, 대부분의 차종에서 표기 연비보다 실 연비가 더 낮게 나왔다고 밝혔다. 조사 결과를 보면, 실 연비는 표시 연비보다 평균 3%가량 낮게 나온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엘란트라(국내명 아반떼) 구매 고객들이 연비 의혹을 환경보호청에 제기해 진행됐다.
이례적일 정도로 신속한 현대차의 대응은 미국 시장의 중요도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현대·기아차는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제너럴모터스(GM)·포드·크라이슬러 등 미국 현지 업체와 대량 리콜 사태에 휩쓸린 일본 도요타 등의 부진을 딛고 빠르게 시장 지배력을 키워왔다. 현대차의 한 임원은 “1인당 연간 보상 규모는 88달러(약 9만6천원)로 잠정 집계되고 있다”며 “(결함 인정을 하지 않고) 버티던 도요타와 달리 우리는 신속히 사과하고 보상 프로그램을 제시했다. 파장이 커지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전문가와 시장에선 현대·기아차가 앞으로 겪을 ‘성장통’의 예고편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판매 차량이 많아질수록 고객 불만과 그에 따른 차량 결함 보고, 경쟁업체의 견제 등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 각종 조사에서 상승세를 타던 품질 평가 점수가 다시 하락하는 것도 경계심을 키우는 요인이다. 한 예로 미국의 권위 있는 소비자 전문기관인 ‘컨슈머리포트’는 최근 현대차 품질 신뢰성이 지난해 대비 6단계 하락한 17위를 기록했다고 밝힌 바 있다.
조철 산업연구원 주력산업팀장은 “현대·기아차의 미국 시장 점유율이 10%에 이르면서 일정한 성장통은 불가피해 보인다”며 “품질이나 고객 서비스에 대한 좀더 엄격한 진단과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 시골에 가로등 없어 투표시간 연장 안돼?
■ 심상정 “여왕과 여성대통령은 전혀 달라”
■ “세금을 더 올리자!” 이것이 남는 장사
■ 코끼리도 멘붕이 온다, 사람 때문에…
■ ‘대통령 1인칭시점’ 출중한 MB의 연기력을 보라
■ 세계 최고의 갑부…비밀스런 ‘철의 여인’
■ [화보] 내곡동 진실 밝혀질까?
■ 시골에 가로등 없어 투표시간 연장 안돼?
■ 심상정 “여왕과 여성대통령은 전혀 달라”
■ “세금을 더 올리자!” 이것이 남는 장사
■ 코끼리도 멘붕이 온다, 사람 때문에…
■ ‘대통령 1인칭시점’ 출중한 MB의 연기력을 보라
■ 세계 최고의 갑부…비밀스런 ‘철의 여인’
■ [화보] 내곡동 진실 밝혀질까?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