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의 자동차 연비검증 체제가 허술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현대·기아차에서 생산되는 준대형 세단 K7(오른쪽)이 경기도 화성공장 주행시험장에서 일본 수입차들과 슬랄롬(지그재그 운전) 주행 테스트를 하고 있는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국내선 제조사 측정치 인증
에너지관리공단 사후 검증
검증률 10% 밑돌고 비공개
현대·기아차 90여모델 모두 검증
미 환경보호청은 누리집에 공개
에너지관리공단 사후 검증
검증률 10% 밑돌고 비공개
현대·기아차 90여모델 모두 검증
미 환경보호청은 누리집에 공개
현대·기아자동차가 북미시장에서 ‘과장 연비’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선 ‘공인 연비’보다 5%까지 연비가 적게 나와도 정부가 정상으로 용인해주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대·기아차는 최근 북미 소비자들에게 연비를 3%(평균값) 과장한 탓에 최대 1000억원의 보상 프로그램을 내놓았다.
또 매년 실시하는 공인연비 사후 검증 규모가 연간 20여종에 불과한 사실도 드러났다. 사실상 공인연비 사후 관리가 안 되고 있는 셈이다. 미국 환경보호청이 현대·기아차 13개 차종 90여개 하위 모델을 모두 검증한 것과 대조적이다.
■ 5%까지는 “오케이” 에너지관리공단 관계자는 6일 <한겨레>와 한 전화통화에서 “매년 샘플링(표본추출)을 통해 일부 차종의 공인연비를 재측정하는 사후 관리를 하고 있다. 재측정을 통해 공인연비 대비 5% 이하까지는 기존 연비 인증을 용인해주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연비 인증과 사후관리 방법 등을 담고 있는 ‘자동차 에너지 소비효율 측정 및 등급표시 등에 관한 규정’(이하 규정)에 따른 것이다.
규정은 공인연비 허용범위 오차를 5% 이하로 정하고 있다. 재측정(1회) 연비가 공인연비보다 5%를 초과해 낮게 나올 경우에는 다시 재측정(2회)을 하고, 그 뒤 1·2회 측정 결과의 산술평균값을 새로운 공인연비로 지정하도록 하고 있다. 공단 관계자는 “현재까지 5%를 초과한 사례는 없다. 다만 3%를 초과한 경우는 있었다”고 말했다.
이는 미국 환경보호청이 현대·기아차에 적용한 기준과 크게 차이가 난다. 환경보호청은 13개 차종 90여개 하위 모델을 조사하면서 연비가 평균 3% 과장됐다고 발표했다. 하위 모델별로 보면, 기아차의 옵티마(국내명 K5) 하이브리드는 연비가 불과 2.5% 부풀려졌지만, 기아차는 연비 표시 스티커를 재조정된 연비가 반영된 것으로 교체해야 했다.
■ 300종 중 20종만 점검 사후 검증 자체도 매우 부실하다. 국내 공인 인증 절차는 기본적으로 신고제이기 때문에 담당 기관인 에너지관리공단이 검증을 통해 연비 사후관리를 한다. 신고제 탓에 발생할 수 있는 ‘연비 부풀리기’를 차단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사후 검증 대상의 규모 자체가 매우 적어 실효성이 의문시된다.
에너지관리공단이 올해 들어 10월 말까지 연비를 재측정한 차종은 모두 23종이다. 연말까지 2종이 추가로 예정돼 있다. 반면 올해 들어 9월 말까지 새로 연비 인증을 받은 차종은 국산과 수입 차를 합쳐 302종에 이른다. 검증 비율이 신규 출시 차종의 10%에도 못 미치는 셈이다. 이마저도 올해 검증 대상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검증 차종은 지난해엔 25종, 2010년 10종, 2009년엔 7종에 그쳤다. 검증 인력도 에너지관리공단 담당팀 4명이 전부다.
에너지관리공단 쪽은 사후 검증 규모가 적은 이유에 대해 예산 문제를 들었다. 에너지관리공단의 한 관계자는 “한 대 검증하는 데 350만원가량의 비용이 든다. 올해는 그나마 증액됐는데도 전체 예산이 2억원에 불과해 더 많은 재측정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투명성도 낙제점에 가깝다. 에너지관리공단의 사후 검증 대상 선정 기준은 외부에 공개되지 않고 있다. 다만 에너지관리공단 쪽은 판매 대수와 고객 민원 여부 등을 대상 선정 기준으로 활용하고 있다고만 밝혔다. 또한 검증 결과 역시 비공개 사항이다. 국내 소비자로선 본인 소유 차종이 검증을 받았는지 여부는 물론 검증 결과도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미국 환경보호청은 소비자들의 알권리를 위해 현대·기아차 검증 차량들의 검증 전후 결과를 모델별로 누리집에 전부 공개했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자동차학)는 “국내 소비자들이 스스로 ‘봉’ 혹은 ‘마루타’라고 생각하는 데는 다 합리적 이유가 있다. 연비 관련 법·제도나 정부의 운영 방식이 모두 자동차 업체 중심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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