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경제 자동차

소비자 편에 선 미국…현대차 편에 선 한국

등록 2012-11-08 08:16수정 2012-11-08 10:58

미국선 친절, 한국선 뻣뻣…현대차 왜?
미국
연비 가이드라인 충족했어도
소비자 체감 맞춘 엄밀 잣대
대응도 즉각 사과·1000억 보상

한국
유해가스 과다유입 적발하고도
″검사 가이드라인 지켰다″ 봐줘
사과커녕 무상수리 외 보상 없어

현대·기아자동차가 북미 시장에서 차량 연비를 일제히 강등당한 것은 미국 정부가 정한 법규를 위반했기 때문이 아니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이 가이드라인을 자국 소비자 보호를 위해 적극적으로 해석·적용한 데 따른 것이다. 그 덕택에 미국 소비자들은 현대·기아차로부터 모두 1000억원 가량의 보상금을 받게 됐다.

반면 국토해양부 등 우리나라 관련 당국은 그 가이드라인만 충족하면 그 동안 별다른 문제를 삼지 않았다. 국내에선 제조·판매사들이 규정 충족에만 매달릴 뿐 소비자 피해·불만 구제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근본적 배경이다. 당국 태도에 따라 한·미 양국 소비자들이 다른 대접을 받고 있다.

현대·기아차가 지난 4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등 미국 주요 매체에 게재한 연비과장에 대한 사과 광고.
현대·기아차가 지난 4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등 미국 주요 매체에 게재한 연비과장에 대한 사과 광고.
미, 당국의 적극적 규정 적용

미국 환경보호청이 문제삼은 것은 연비 산정에 사용되는 중요 변수인 ‘저항계수 산출법’이었다. 크게 워밍업(엔진 예열) 시간, 외부 온도, 실험 도로로 나뉜다. 미국 저항계수 산출 가이드라인(Coast Down)은 각각의 기준을 ‘짧은 시간’, ‘41~95℉’, ‘평탄한 도로’로 제시한다.

현대·기아차 남양연구소가 실제 적용한 조건은 ‘1시간’, ‘65~85℉’, ‘아스팔트 도로’ 였다. 모두 가이드라인을 충족하는 셈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가이드라인 내에서 가장 연비가 높게 나오는 조건을 적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 환경보호청은 좀 더 엄밀한 잣대를 들이댔다. 워밍업 시간은 통상 적용되는 30~40분으로, 외부 온도는 41~65℉, 평탄 도로는 시멘트 도로로 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환경보호청이 현지 사정에 가장 일반적이고 적합한 조건을 들이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국 환경보호청이 가이드라인 틀 내에서 소비자들의 체감 연비에 가장 근접한 공인 연비를 요구한 셈이다.

소비자는 안중에 없는 한국 당국

우리나라 환경부는 지난 5월 국내 판매 차종에 대한 배출가스 허용기준 검사를 한 결과, 현대차 투산2.0과 기아차 스포티지2.0(약 22만대)에서만 유해가스인 질소산화물이 허용 기준 대비 각각 평균 21%, 18% 더 배출되는 사실을 발표했다.

고속 주행 때 출력과 가속 능력을 높이기 위해 질소산화물 배출을 통제하는 배출가스 재순환장치(EGR) 작동이 축소되도록 설정된 사실도 함께 공개했다. 과대 배출 원인에 현대·기아차의 고의성이 있었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환경부는 현대·기아차에 ‘자발적 리콜’를 요구하는 것으로 매듭지었다. 환경부 검사 방식에 대한 현대·기아차 쪽의 이의제기를 받아들인 결과다. 당시 조사에 관여했던 한 전문가는 7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현대·기아차는 자체 검사 방식도 가이드라인 내에서 이뤄졌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마찬가지로 지난해 11월엔 국토해양부가 현대차 그랜저의 배기가스 실내 과다 유입 사실을 확인했지만, 무상 수리 권고 결정으로 끝냈다. 배기가스의 인체 유해 기준이 국·내외에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현대·기아차 상반된 대응

한·미 규제 당국의 이러한 태도와 운영의 차이는 현대·기아차를 ‘두 얼굴’로 만들었다. 현대·기아차는 공인 연비 강등 직후 1000억원대 보상 계획 발표와 동시에 미국 유력 일간지 <뉴욕타임즈>, <워싱턴포스트>에 사과 광고를 실었다. 또 별도 누리집을 만들어 소비자들이 손쉽게 보상 대상 차종과 보상 방식을 안내했다.

반면 국내에선, 발생한 질소산화물 과다 배출과 배기가스 실내 유입 사건에 대해선 무상 수리 외에 별도의 보상 계획을 내놓지 않았다. “안전에는 이상이 없다”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강제성이 약한 ‘자발적 리콜’ 결정으로 도로엔 공해를 내뿜는 투산과 스포티지가 지금도 달리고 있다. 심지어 현대·기아차는 수리 진행 상황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고 있다. 그랜저 보유 소비자들이 겪었던 호흡 곤란 등 고통에 대한 보상은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특검, 청와대 경호처 ′자료조작 정황′ 포착
미국선 친절, 한국선 뻣뻣…현대차 왜?
패배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롬니…CNN발표 100분뒤에야 인정 연설
화마 휩쓸린 ‘장애남매’ 누나 끝내 숨져
“노조위원장 때려잡아야”…현대그룹 임원들, 노조 파괴 논의
출소 석달만에 또 절도 17살 소년 “때리는 사람 없는 쉼터 있었으면…”
[화보] 월드스타 박지성도 수능?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경제 많이 보는 기사

음식점 폐업률 전국 1위는 이 도시…집값도 급락 직격탄 1.

음식점 폐업률 전국 1위는 이 도시…집값도 급락 직격탄

“그리 애썼던 식당 문 닫는 데 단 몇 분…” 폐업률 19년 만에 최고 2.

“그리 애썼던 식당 문 닫는 데 단 몇 분…” 폐업률 19년 만에 최고

90살까지 실손보험 가입 가능해진다…110살까지 보장 3.

90살까지 실손보험 가입 가능해진다…110살까지 보장

오세훈발 ‘토허제 해제’ 기대감…서울 아파트 또 오르나요? [집문집답] 4.

오세훈발 ‘토허제 해제’ 기대감…서울 아파트 또 오르나요? [집문집답]

한화 김동선, ‘급식업 2위’ 아워홈 인수한다 5.

한화 김동선, ‘급식업 2위’ 아워홈 인수한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