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조 208
‘푸조 208’ 타보니
‘18.1’
지난해 12월 말 나흘에 걸쳐 287㎞를 달린 뒤 트립 컴퓨터에 찍힌 연비다. 입이 딱 벌어졌다. 여타 준중형급차를 시승해봤고, 연비가 좋다는 하이브리드차도 두루 섭렵해봤지만, 가장 높은 연비였다.
급가속·제동 자제나 탄력 주행에 신경을 쓰는 등의 연비를 의식한 운전을 하지 않았다. 실내 온도도 24℃를 유지했고, 주행 거리의 40% 가량은 서울 도심도로가 차지했다.
프랑스 푸조의 준중형차 ‘208’의 연비는 이렇게 만족스러운 수준이었다. 시승차는 208 중 ‘1.6ℓ 디젤 5도어’였다. 에너지관리공단이 새로운 기준으로 측정해 최근 발표한 연비는 1ℓ당 18.8㎞. 실연비와 공인연비 간 격차를 보면, 적어도 ‘뻥연비’ 논란이 일 정도는 아니다.
또다른 관심 포인트는 주행감. 208의 차문을 열 때 지난해 1월 이 회사의 중형차 508을 시승할 때 좋지 않았던 느낌이 떠올랐다. “엠시피(MCP) 변속기의 특성 탓에 울컥거림이 있으나, 그것은 푸조의 개성이고 오히려 그런 변속감을 즐기는 소비자도 많다”는 당시 푸조 해명도 아울러 기억났다.
결론은? 508보다 작은 차체와 적은 무게 덕분인지 불편함을 느낄 정도의 울컥거림은 없었다. 오히려 조금씩 뜸을 주면서 이어지는 단계적 기어변속은 소소한 재미로 다가왔다.
물론 같은 배기량의 디젤차인 폴크스바겐의 골프처럼 힘이 넘치는 주행은 기대할 수 없다. 가속페달을 밟으면 쭉 밀고 나가는 힘도 208에선 크게 기대할 바가 아니다. 하지만 얌전한 운전 습관에 경제적인 운전을 하는 고객에게는 충분히 소구력이 있어 보인다. 최고출력은 92마력, 최대토크는 23.5㎏·m이다.
사실 208의 매력은 디자인에 있다. 차량 전면은 근육질 몸매가 떠오를 정도로 남성성이 느껴지는데, 측면에서 바라보면 전면부에서 후미까지 이어지는 부드러운 곡선은 여성스런 느낌을 준다. 뒷모습은 풍성해 보인다. 무뚝뚝하거나 지나치게 고급스러워 보이는 독일차에 견주면 분명히 차별화된 느낌이다. ‘색달라 보인다’고 말하는 지인에게 ‘프랑스 스타일’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더니, ‘헛소리 말라’는 면박은 없었다.
실내 공간은 어린이가 포함된 3인 가족에겐 넉넉해 보였다. 208의 전 세대 모델인 207에 견줘 전체적인 차체는 줄어들었지만, 내부 공간은 넓어졌다. 뒷좌석 레그룸이 5㎝가량 늘어났다. 제원상 트렁크 적재 용량은 최대 1152ℓ다.
가격은 국내에 들어온 수입차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다. 모두 세 종류의 하위 모델이 있다. 1.6 e-HDi 펠린(5도어)은 2990만원, 1.6 e-HDi 알뤼르(3도어) 2850만원, 1.4 e-HDi 알뤼르(3도어)는 2590만원이다.
김경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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