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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자동차

대형 승용차가 분홍색 “지금 나를 놀리니?”

등록 2013-01-09 20:11수정 2013-01-11 17:22

대량 리콜·대지진 수렁 빠진 도요타
분홍색 ‘크라운’ 출시 “재탄생” 선언
제품 생산·마케팅·사후관리 재정비
중앙집중적 느린 결정구조도 바꿔
에쿠스나 체어맨이 분홍색이라면?

지난해 12월25일 일본에서 열린 도요타의 대형 세단 ‘크라운’ 출시 행사가 자동차 업계에 화제를 모으고 있다. 도요다 아키오 사장이 끌고 나온 크라운은 대형 차에 금기와 같은 분홍색 옷을 입고 있었다. 대형 차는 통상 중후함·보수성·남성성을 강조하기 위해 검은색이나 회색, 흰색 등 무채색 계열 색상이 많이 쓰인다.

도요다 사장은 동공이 커진 기자들에게 처음 디자이너들이 분홍빛 색상을 제안했을 때 일화를 전했다. “저의 첫번째 반응은 이랬습니다. ‘지금 나를 놀리니?’”

도요다 사장 뒤편 스크린에는 ‘다시 태어났다’는 뜻을 가진 “리본”(Reborn)이란 글자에 환하게 불이 들어왔다. 도요다 사장은 “다시 태어난다는 것은 새로운 도전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파격적인 분홍색 크라운으로 그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도요타의 재탄생”이었던 셈이다.

2000년대 흥분과 절망의 굴곡이 가장 깊었던 완성차 업체는 단연 도요타다.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품질을 앞세운 렉서스로 북미 고급차 시장을 휩쓸면서 제너럴모터스(GM)를 꺾으며 업계의 왕좌를 차지했다. ‘모노즈쿠리’(장인정신)로 요약되는 도요타 생산방식은 경쟁업체들이 따라해야 하거나 반드시 참고해야 할 것으로 평가됐다. 영광은 길지 않았다. 2008년 이후 연이어 터진 대량 리콜과 더불어 동일본 대지진 등 환경 재앙으로 인해 생산시스템이 붕괴되는 등 불운까지 겹쳤다. 일부에선 도요타의 몰락을 이야기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해 970만대(잠정)를 팔면서 지엠과 폴크스바겐을 누르고, 다시 세계 1위 자리에 올랐다. 도요다 사장의 재탄생 선언은 일종의 위기 탈출 선언과도 맞닿아 있다.

도요타의 재탄생이 본격적으로 준비된 것은 2011년 도쿄 모터쇼 전후라고 한다. 김성환 한국토요타 홍보팀장은 “2011년 도쿄 모터쇼에서 도요다 사장이 처음 리본 프로젝트를 언급했다. 리본 프로젝트는 제품 생산에서부터 마케팅, 사후 관리 및 대응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으로 이뤄졌다”고 말했다.

일단 일본 내 산재해 있던 생산·조달 기지를 본사가 있는 도요타시·도호쿠·규슈 등 세 기지로 통합하면서 지역별 자급자족형 시스템으로 전환했다. 도요타시에서 생산한 차체를 도호쿠 공장에서 조립하는 종전 시스템이 대지진을 겪으면서 매우 비효율적이라는 내부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었다.

하루에도 수십번 회의가 열릴 정도로 신중하지만 느린, 국외 공장에서 발생한 문제 하나하나를 도요타 본사에서 토론해 결정하는 중앙집중적인 의사결정 구조도 바꿨다. 도요타의 미국 생산 기지 중 하나인 켄터키 공장에서 일하는 랜디 스티븐스 수석 엔지니어는 <뉴욕 타임스>와 한 인터뷰에서 “우리는 더이상 모든 사항에 대한 승인을 받기 위해서 일본에 갈 필요가 없어졌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환율 위험을 줄이기 위해 해외 생산 비중을 늘리고, 고객 불만을 신속하게 전달할 수 있도록 사후 관리 시스템도 정비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대체로 재탄생한 도요타의 미래를 낙관적으로 본다. 매쿼리증권 애널리스트 클라이브 위긴스는 “도요타가 앞으로 3년 이상 기대를 뛰어넘는 실적을 낼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도요타는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 시장 평균을 훌쩍 웃도는 30% 수준의 판매 신장률을 기록했다. 특히 급격히 불어나고 있는 하이브리드차 개발 기술력은 도요타의 미래를 장밋빛으로 보는 주된 근거이다. 다만 중-일 외교 갈등 여파로 중국 시장에서의 판매 위축이 극복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조철 산업연구원 주력산업팀장은 “혁신의 끝은 조직문화의 혁신이다. 도요타가 여러 시스템을 바꾸고 파괴적인 실험을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수십년간 축적된 조직문화를 단기간에 바꾸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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