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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자동차

“우리 가족 먹여 살리는 대들보가 사라진다니…″

등록 2013-01-17 20:42수정 2013-01-17 21:16

영세자영업자들의 필수 영업수단인 경상용차 ‘다마스’와 ‘라보’(위 작은 사진)의 생산이 중단될 상황에 놓였다. 17일 오후 서울 마포구 공덕동의 한 식당 앞에서 직원이 다마스 차량에 배달 음식을 싣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영세자영업자들의 필수 영업수단인 경상용차 ‘다마스’와 ‘라보’(위 작은 사진)의 생산이 중단될 상황에 놓였다. 17일 오후 서울 마포구 공덕동의 한 식당 앞에서 직원이 다마스 차량에 배달 음식을 싣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영세 자영업자들, 다마스·라보 단종소식에 허탈
한국GM “수지 안맞아 올해말 단종”
배출가스 진단장치 수백억 부담 탓

세탁소·꽃집·책방 등이 주소비층
차값·유지비 싸…작년 1만4천대 판매

정부, 특혜시비 우려 규제예외 난색

5년째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의 한 아파트 단지를 끼고 세탁소를 운영하는 김아무개(47)씨 가게 앞엔 ‘다마스’ 한 대가 놓여 있다. 단지 내 세탁물을 배달할 때는 걸어서 다니지만, 옆 단지나 주택가로 갈 땐 이 차를 사용한다. 김씨는 “동네 가게여서 하루 배달 물량이 많지 않다. 공간도 적당하고 유지비도 싸게 먹힌다. 요놈(다마스)이 우리 가족 먹여살리는 대들보”라고 말했다.

다마스·라보 사라진다 한국지엠(GM)은 최근 경상용차 다마스와 라보의 국내 판매 중단 계획을 밝히면서, 비교적 자세하게 그 배경을 설명했다. 안쿠시 오로라 한국지엠 부사장(영업·마케팅·사후 서비스 담당)은 8일 ‘캐딜락 ATS’ 출시 행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부의 새 규제는 상당히 엄격해 다마스와 라보가 기준을 맞추기에 어려움이 많다. 엔지니어링, 수익성, 투자의 관점에서 2013년 말부터 다마스·라보는 단종될 것”이라고 밝혔다.

오로라 부사장이 말한 규제는 2014년부터 제작되는 모든 차량에 배출가스 자가진단장치(OBD)의 장착을 의무화하는 제도이다. 차량 주요 부위에 감지 센서 등을 달도록 하는 것이기 때문에, 완성차업체엔 추가 비용 부담이 된다. 한국지엠 쪽은 이 비용이 수백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한다. 통상 완성차업체들은 비싸고 배기량이 큰 차를 많이 팔수록 이익률이 높아진다. 바꿔 말해 다마스와 라보는 수익성이 매우 낮다는 얘기다. 수백억원을 추가 투자하면서까지 다마스와 라보를 판매하는 것은 수지가 맞지 않다는 게 한국지엠의 단종 이유인 셈이다.

다마스와 라보의 수난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7년 배출가스 기준이 강화되면서 1년 동안(2007년 4월~2008년 3월) 단종된 바 있다. 당시 한국지엠은 200억원의 추가 투자를 통해 다마스와 라보를 살려냈다.

라보
라보
영세자영업자의 생계형 차량 문제는 다마스와 라보의 주된 소비층이 세탁소·꽃집·책방 등 영세 자영업자라는 점이다. 판매 가격이 700만~800만원선이고, 연료도 값싼 액화석유가스(LPG)를 써 유지비가 싸다. 박리다매 형태의 사업을 하는 영세자영업자로선 안성맞춤인 차이다.

현재 전국엔 세탁소만 3만 곳가량 운영되고 있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다마스와 라보는 특정 소비층이 존재하고, 판매량이 일정 수준을 유지한다는 특징이 있다”고 말했다. 이들 차종의 지난해 내수 판매량은 1만3908대였다.

다마스와 라보가 단종될 경우, 이를 대체할 차량이 마땅치 않다는 것도 문제다. 전체 내수시장 점유율이 80%가 넘는 현대·기아차는 경상용차를 만들지 않고 있다. 예전에 기아차가 다마스와 비슷한 급의 타우너를 판매했지만, 2002년 단종시켰다. 현재 현대·기아차의 가장 작은 상용차인 트럭 포터의 적재 중량은 1t 규모다. 0.5t인 라보의 두 배 수준이다. 배출가스 감소라는 정부의 환경보호 정책과, 완성차 업체의 시장 논리가 맞물려 영세자영업자들을 난감한 상황으로 내몰고 있는 셈이다.

대안은 없나? 영세자영업자들은 조직화되지 않은 탓에, 반발도 제대로 드러나지 않는 편이다. 전국세탁소협회 관계자는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씹어야 하는 것 아닌가. 다마스가 단종되면 오토바이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세계적 차원에서 강화되고 있는 환경 규제를 할 수밖에 없는 정부나, 수익을 우선시할 수밖에 없는 완성차 업체의 입장이 빈틈없이 팽팽히 맞서는 것 같지만, 다마스와 라보의 부활이 전혀 불가능해 보이지는 않는다.

일단 오비디 장치 장착은 2007년부터 휘발유 자동차를 시작으로 단계적으로 진행돼 왔다. 한국지엠이 다마스·라보의 판매 지속을 염두에 왔다면 충분히 대비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던 셈이다. 심지어 한국지엠은 정부에 규제 적용 예외 신청도 하지 않았다. 단종 결정 이유가 오비디 장착 투자비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자동차학)는 “세계 5위인 현대·기아차도 (경상용차를) 생산하지 않는 상황에서 한국지엠에만 책임을 묻기도 애매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한국지엠이 정부 규제를 핑계삼아 떼어내고 싶어하던 혹을 떼려는 것 같다”라고 꼬집었다. 정부 역시 마찬가지다. 주무부처인 환경부 관계자는 “다마스·라보에 규제 적용 유예 조처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 특정 차종에 규제 적용 예외를 둔다면 특혜시비가 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는 2007년께 1만대 이하 들여오는 수입브랜드에 해당 규제 적용을 2년 유예시킨 바 있다. 다차종 소량판매를 하는 소규모 완성차업체의 경우 오비디 장착을 위한 기술 개발에 더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점과, 일부 유럽 국가들이 통상 분쟁을 제기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조처였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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