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반’
“차가 바싹 바닥을 붙잡고 내려오는 듯”
차체 작지만 ‘후륜구동’…‘핸들링’도 경쾌
차체 작지만 ‘후륜구동’…‘핸들링’도 경쾌
“이 차도 베엠베(BMW)의 줄기세포를 가지고 있군.”
아파트 옆 내리막길에서 가속페달을 단단히 누르고 내려온 베엠베 ‘어반’을 본 친구는 이렇게 말했다. “속도를 줄이지 않고 내려오는 걸 보니 넌 줄 알았다”고 말하는 그는 “그래도 차가 바싹 바닥을 붙잡고 내려오는 것 같다”고 평했다. 체구는 작은 1시리즈이지만, ‘붕 뜨지 않고’ 속도를 내는 모습에 그는 베엠베 3시리즈나 5시리즈와 비슷한 느낌이라고 했다. 독특한 라디에이터그릴 모습이나 문양만을 붙여 만든 ‘짝퉁 복제세포’가 아니라 진짜 베엠베답다는 말이다.
월요일 출근길을 앞두고 있던 13일 일요일 밤. 30대 가장인 친구를 만나 베엠베 어반을 함께 타봤다. 어반은 베엠베가 내놓은 가장 낮은 가격대의 뉴 1시리즈 차로, 골프 등 국내 소형 수입차 시장을 겨냥해 내놓은 전략 차종이다. 차를 처음 사는 20~30대를 겨냥한 차이기도 하다.
서울 강동구 고덕동을 벗어나 올림픽대로를 탔다. 속도를 올리며 다른 차들을 추월했지만 “핸들링이 가볍지 않아 안정적”이라는 반응이 먼저 나온다. 또 친구는 “엔진 소리가 저속에선 뭔가 귀에 거슬리지만, 고속으로 올리니 전혀 느낄 수 없다”고 했다. 국내 완성차 업체의 준중형급 차를 모는 그는 일단 차가 재미있다는 반응이다. “가속페달을 밟는 대로 부드럽게 힘을 내니 좋네.”
물론 이런 반응은 당연할 수 있다. 어반은 동급 유일의 후륜구동 모델로 앞바퀴에서는 방향을 결정하는 조향을, 뒷바퀴에서는 구동을 따로 담당해 운전하는 즐거움을 극대화했다고 베엠베 쪽은 설명한다. 게다가 어반은 1995㏄의 트윈파워 터보 디젤엔진을 장착해, 최고출력 143마력에 최대토크 32.7㎏·m의 힘을 자랑한다. 같이 나온 1시리즈의 ‘스포츠’는 힘을 높여 최고출력 184마력, 최대토크 38.8㎏·m이다.
즉, 차체 크기는 소형차급이지만, 힘은 중형급이니 달리기 성능이 좋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연비는 좋다. 18.7㎞/ℓ를 찍는다. 어반이 목표로 잡은 폴크스바겐 골프는 티디아이(TDI) 모델이 최고출력 140마력에 최대토크 32.6㎏·m, 연비는 17.9㎞/ℓ다.
어반은 바람같이 달려 영동대교를 건너 강변북로를 타고 친구 집으로 돌아왔다. 짧은 밤 드라이브를 마친 친구는 “내가 타고 싶은 차이긴 한데…” 하며 입맛을 다셨다.
그는 현실적으로 이 차를 사긴 어렵다고 했다. “뒷좌석이 넓지 않아서 나중에 딸이 초등학생이 되면 타기에 좁을 것”이라는 게 이유였다. 이 가격대의 국내 차면 현대 쏘나타나 그랜저급도 가능하다. 어반의 차값은 3390만~4090만원.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수입차를 탈 수 있는 게 장점이기도 하다.
어반과 스포츠는 지난해 10월 출시 뒤 232대가 팔렸다. 목표로 잡았던 골프의 판매량은 매달 평균 400~500대에 이르러 큰 타격을 입지 않았다. 올 하반기에는 벤츠의 소형 모델인 A클래스까지 출시가 예정돼 있는 등 어반의 힘겨운 싸움이 예상된다. 하지만 집에 돌아오는 길에 어반의 가속페달을 밟았을 때 느꼈던, 경쾌하게 튀어가지만 묵직한 힘이 매력적임을 부인할 수 없다.
이완 기자
<한겨레 인기기사>
■ 강원도, ‘빚더미’ 알펜시아 청산 검토
■ 이동흡 후보, 공금으로 재테크?
■ 한기총 회장 출신 목사 또 ‘교회 세습’
■ 무서워 도망치던 아이들 ‘기적의 스틱’
■ ‘80억 횡령’ 여수 공무원 ‘반성문’
■ 강원도, ‘빚더미’ 알펜시아 청산 검토
■ 이동흡 후보, 공금으로 재테크?
■ 한기총 회장 출신 목사 또 ‘교회 세습’
■ 무서워 도망치던 아이들 ‘기적의 스틱’
■ ‘80억 횡령’ 여수 공무원 ‘반성문’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