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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자동차

르노삼성·한국GM도 쌍용차 전철 밟나…외자수혈 자동차 ‘빨간불’

등록 2013-02-25 20:26수정 2013-02-26 10:15

IMF때 외국자본이 살려낸 뒤
내수 홀대로 점유율 반토막
10여년만에 다시 위기 신호

르노삼성 가동 떨어져 희망퇴직
수출전용 차 생산 하청기지 가속화

한국GM 수출이 매출의 90%
“대당 생산비 높다” 물량 중국 이전 중

1997년 외환위기 이전 우리나라의 자동차 산업은 현대·삼성·대우·쌍용·기아 등 주요 재벌그룹들이 진출해 있었다. 하지만 외환위기에 따른 구조조정과 김대중 정부의 빅딜 정책 과정에서, 삼성차와 대우차는 각각 르노와 제너럴모터스(지엠) 등 외국 기업에 넘어갔다. 쌍용차도 2000년대 초반 중국 상하이차로 넘어갔다가 2011년 다시 인도 자본인 마힌드라를 새주인으로 맞았다.

외환위기 와중에서 외국자본(외자)의 수혈로 살아난 국내 자동차 업체들이 10여년 만에 다시 위기의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 르노삼성은 이미 생산이 감축돼 부산 공장 가동률이 뚝 떨어지고 내수시장 점유율은 반토막이 났다. 최근 10년여간 안정적인 성장을 해온 한국지엠(GM)에도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다. 업계에선 “정리해고 등으로 몸살을 알았던 쌍용차의 다음 차례는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이 될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구세주였던 외자가, 10여년 만에 위기 요인으로 바뀌고 있다.

■ 내수 홀대 “한국에서 몇 대 판다고 이러십니까?” 한국지엠 디자인센터의 한 간부는 최근 출시한 소형 스포츠실용차(SUV) 트랙스 제작 과정에서 지엠 해외사업본부로부터 이런 말을 많이 들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한국 소비자들의 기호에 맞게 디자인 하고 싶지만, 지엠에선 수출 시장의 요구에 맞추라고 한다”고 말했다.

트랙스는 지엠의 다른 브랜드인 오펠의 ‘모카’와 뷰익의 ‘앙코르’와 같은 구조를 갖고 있지만 각종 편의장치나 디자인에서 고급스러움이 떨어지고 다양성이 취약하다. 이성재 한국지엠 전 노조위원장은 “디젤엔진도 없이 스포츠실용차를 판다는 게 이해가 안된다. 내수 시장에 의지가 있는지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르노삼성은 좀 더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해 르노삼성은 국내 완성차 4사 가운데 월간 내수 판매에서 쌍용차에까지 밀릴 정도로 경쟁력에 심각한 문제를 드러냈다. 업계에선 그 원인으로 르노삼성 기술진과 디자이너들이 르노그룹 내 독자성 확보는커녕 종속성이 확대된 점을 꼽는다. 르노그룹은 지난해 르노삼성 고위직을 외국인으로 거의 메우는 인사를 단행했다.

이같은 외자 기업의 ‘내수 홀대’는 시장 점유율로 확인된다. 2002년 제너럴모터스가 지엠을 인수할 당시 업계에선 한국지엠이 30~40%까지 점유율을 키울 것이라고 전망했으나, 10년째 9% 안팎 수준에서 답보하고 있다. 르노삼성은 되레 줄어들었다. 이 회사의 지난해 내수 점유율은 4.6%로, 회사 출범 직후인 2000년대 초반 10% 안팎에서 반토막이 났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자동차학)는 “최근 2~3년간 수입차 시장이 급증하면서 현대·기아차 위기론이 불거지고 있는데, 실상을 보면 현대·기아차는 내수 점유율을 방어한 반면 한국지엠·르노삼성·쌍용차가 시장을 크게 내줬다”고 말했다.

■ 생존기반이 흔들린다 내수 홀대에 따라 한국지엠·르노삼성의 생존 기반은 자연스레 수출이 됐다. 지난해 한국지엠의 총매출액 대비 수출 비중은 90%에 육박한다. 르노삼성 역시 2006년 25.8%(판매대수 기준)에 불과했던 수출 비중이 지난해 60%를 넘어섰다.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이 브랜드와 기술·디자인 등 각 부문에서 독자성을 잃고 지엠과 르노의 글로벌 생산전략에 따른 ‘하청기지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는 얘기다. 르노삼성이 창사 이래 처음으로 내년부터 스포츠실용차(SUV) ‘로그’를 만들어 국내엔 팔지 않고 수출만 하기로 한 것은 그룹 내 르노삼성의 위상을 잘 보여준다.

문제는 생산기지로서의 장점도 퇴색하고 있다는 점이다. 생존 기반 자체가 흔들린다는 의미다. 한국지엠의 한 고위 임원은 “지엠 인수 당시 대우차는 상대적으로 낮은 생산비와 숙련된 노동이 장점이었다. 하지만 현재는 세계 각지의 지엠 공장 가운데 국내 공장은 효율성과 비용 등 생산비가 높은 곳으로 분류되고 있다”고 밝혔다. 최종학 한국지엠 노조 대외협력실장은 “회사는 임금단체협상을 할 때 대당 생산비를 앞세워 노조를 압박한다”고 말했다.

현재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은 인력 조정·생산지 변경 등의 수순을 밟아가고 있다. 지난해 지엠은 준중형차인 ‘크루즈’ 후속모델의 생산지에서 한국지엠을 제외시킨 데 이어 내년부터 반조립제품 생산도 사내하도급 등 외주화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중국 수출용 반조립제품의 경우 지난해 이미 파워트레인 등 핵심부품을 현지 조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생산 물량 이전이 시작된 셈이다. 르노삼성도 지난해 부산공장 가동률 저하에 따라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등 점진적인 인원 감축이 진행중이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르노는 프랑스 내에 유휴설비가 존재하고, 지엠은 2008년 금융위기 와중에 임금·복지 축소를 통해 원가 경쟁력을 국내 공장보다 더 높인 상황이어서 한국지엠·르노삼성 모두 물량 확보가 쉽지 않다. 결국 내수 회복 지연이 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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