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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자동차

“자동차 대량생산 방식으론 미래 없다”

등록 2013-05-02 20:16수정 2013-05-02 21:23

존 로저스
존 로저스
인터뷰ㅣ로컬모터스 창립자 존 로저스

소비자 500명 아이디어 공유하며
2010년 사막용 ‘랠리파이터’ 생산
‘공개·공유·협력’ 새 패러다임 제시
“한국업체 참여 100% 환영한다”
신차 발표회장에서 베일을 벗는 새 자동차는 ‘구닥다리’다. 미국의 작은 자동차업체인 로컬모터스는 그러한 방식을 거부한다. 로컬모터스의 창립자 겸 최고경영자 존 로저스는 컨베이어벨트 위에서 대량으로 자동차를 찍어내는 방식에 대해 “미래에 더이상 앞으로 나아갈 여지가 없다”고 말한다. 그는 생산자가 독점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소비자와 협업을 통해 자동차를 만드는 방식이 훨씬 미래지향적이라고 믿는다.

로컬모터스는 그 결과물로 2010년 사막·비포장도로용 자동차인 ‘랠리 파이터’를 내놨다. 이 차는 세계 최초로 온라인 협업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혁신적 디자인으로 세계 자동차업계의 관심을 끌었다. 한국계 미국인 디자이너 김상호씨가 첫 스케치를 제안했고, 공개된 디자인을 본 500여명의 자발적 협업 인력이 생산에 참여해 완성했다. 지금도 로컬모터스의 누리집에선 5000명 이상의 자동차 디자이너들이 디자인을 올리고 있다고 한다. 로저스는 이를 두고 “세계적으로 (미래를) 변화시키려는 사람들이 모였다”고 했다.

혁신적인 자동차 생산 모델을 통해 ‘공개·공유·협력’이라는 새로운 경영 패러다임을 내건 존 로저스 대표를 2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만났다. 그는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MBA) 과정을 거쳤고, 컨설팅 업체인 매킨지를 거쳐 로컬모터스를 만들었다. 한국에는 서울디지털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처음으로 왔다.

-도로 위의 차들을 봤을 텐데, 한국 자동차 문화는 어떻게 보이나?

“그 나라의 자동차를 보면 그 나라를 이해할 수 있다. ‘체어맨W’를 타고 오는데 벤츠나 베엠베(BMW)처럼 편안한 승차감이 있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한국 자동차는 기술적인 면에서는 최고지만, 미래의 자동차는 아니라는 느낌을 받았다. 자동차 생산의 역사가 짧아 새롭게 창의적인 시도를 할 수 있었지만, 그렇게 하기보다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비슷한 자동차에 머무르는 것 같다.”

-그렇다면 미래 자동차의 모습은 어떨까?

“스마트카 이야기도 나오지만, 아이시티(ICT) 통합 이야기는 이미 어제의 이야기다. 이제 해야 할 것은 물리적인 (생산)과정을 어떻게 변화시켜 나갈 것인가이다. 로컬모터스는 시작할 때 ‘우리는 모든 답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철학으로 출발했다. 기존 설계와 생산방식을 놓고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다. ‘이게 정말 효율적인 방식으로 생산되고 있는가’라는 질문이다. 미래 자동차는 대량생산 시스템이 아닌 작은 생산 시스템에서 올 것이라고 본다.”

-공개와 공유, 협력을 통해 나온 자동차가 기존 대형 자동차회사들이 만드는 모델을 넘어설 수 있는지 의문이 든다.

“벤츠나 아우디, 랠리 파이터, 어떤 게 더 멋지고 덜 멋진지 판단할 수는 없다. 그건 다른 것이다. 개방형 시스템은 현재의 폐쇄형 시스템을 무시하는 게 아니라, 서로 공유하고 발전하자는 것이다. 우리는 생산의 단계마다 공개해 소비자의 참여를 받아 효과를 키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완성차 업체도 부품을 납품하는 협력업체가 가진 기술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를 함께 쓰는) 로컬모터스의 시도도 충분히 가능하다.”

-한국 기업의 경영은 공개와 공유와는 거리가 먼 형편이다. 오히려 총수의 결정과 일사불란한 지휘가 평가를 받는다. 로컬모터스의 경영방식을 한국에서도 참고할 수 있다고 보는가?

“그렇다. 사실 혁신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시작된다. 한국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국가에서 소수의 사람들이 독점력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자본력과 정보에 대한 접근권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세계적으로 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대중화하고 있다. 기업도 바뀌어야 한다. 젊은이들도 미래엔 새로운 방식으로 일하며 인정받기를 원하고 있다.”

무모할지 모르는 로컬모터스의 도전은 현재까지 성공적이라고 한다. ‘랠리 파이터’는 100여대가 팔렸고, 멕시코나 러시아 등에도 판매가 계획되고 있다. 회사의 이익도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존 로저스의 도전을 이끈 것은 ‘뜻밖에도’ 이라크전의 경험 때문이다. 그는 이라크전에 해병대로 파병됐다가 두 명의 동료가 숨지는 것을 보았다고 한다. 그는 “(미국이 이라크전에 참전하게 된 이유인) 화석연료를 대부분 소모하는 것은 자동차다. 자동차가 이런 방식으로 설계되지 않았다면 이런 끔찍한 일도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동료의 죽음을 통해 자동차 생산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고민을 하게 됐다”며 회사 설립 동기를 설명했다.

그 결과로 만든 ‘랠리 파이터’는 도장과 코팅을 하지 않는다. 페인트를 바르는 도장 공정은 환경적으로 유해한 요소가 많다는 판단에서다. 아이디어 협업을 통해 자동차 중량도 동급 차량에 견줘 40% 수준으로 낮췄다고 그는 소개했다. 중량이 줄면 연료 소모가 그만큼 준다. 그는 한국 업체의 참여에 대해 “100% 환영한다”고 말했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로컬모터스

2008년에 존 로저스가 일반 대중이 직접 협업해 자동차 디자인 설계부터 생산·출시·판매까지 하는 활동을 통해 기존의 고루한 자동차 생산방식을 변혁해보자는 발상에서 창립했다. 대량 생산보다 소량 생산에 집중하고, 소비자가 로컬모터스의 공장에 들러 회사의 엔지니어와 함께 자동차를 조립하는 형태로 발전했다. 현재 2만5000여명의 회원이 활동중이며, 로컬모터스가 처음으로 선보인 ‘랠리 파이터’는 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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