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 엑센트’
‘신형 엑센트’ 타보니
대학 1학년이던 1995년, ‘과외재벌’이라고 불릴 정도로 아르바이트에 열심이었던 대학 동기 녀석이 차를 뽑았다. 시골 출신이 많던 우리 과에서 동기 중 차를 산 건 녀석이 처음이었다. 녀석이 선택한 첫 차는 현대자동차의 소형차 ‘엑센트’였다. 한 해 전, ‘X세대’의 등장에 맞춰 “신세대의 개성을 표현하는 차”라며 떠들석하게 출시된 바로 그 차였다. 동그스름한 곡선 라인, 알록달록한 파스텔톤 색깔 옷을 입은 엑센트는 당시만 해도 젊고 통통 튀는 신세대 이미지 그 자체였다. 옆 좌석에 여자 친구를 태우고 쌩쌩 달리고 싶었을 녀석의 기대는 얼마나 이뤄졌을까. 기억 속엔 “나도 좀 타보자”며 시끄럽게 낄낄거리던 다른 동기들의 얼굴만 남아있다.
“그 차 단종되지 않았어?” 며칠 전 엑센트를 탔다는 얘길 전하니, 녀석이 반문했다. 녀석은 ‘나와 내 가족의 첫 차’로 콘셉트를 바꾸며 이름(베르나)까지 바꿨던 엑센트가 2010년 돌아왔다는 걸 전혀 모르고 있었다. ‘응답하라 1994’를 외치듯 ‘23~28살 젊은 남성’을 겨냥해 다시 돌아온 엑센트는 전성기 때만은 못해도 여전히 국내 소형차 시장에서 판매 1위(11월까지 누적판매량 2만7191대)를 기록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두 달 전에 연식 변경을 한 ‘2014년형 엑센트’(사진)를 시승한 지난 주, 녀석이 엑센트가 돌아온 줄 몰랐던 이유가 무엇인지 알 것 같았다. 현대차의 디자인 철학인 ‘플루이딕 스컬프처’를 반영해 현대차의 패밀리룩은 살렸지만, 톡톡 튀던 ‘개성’이 사라진 탓이다. 처음에 언뜻 보고선 준중형차 ‘아반떼’인 줄 알았을 정도였다.
개성을 잃고 실속을 챙기기로 한 걸까. 소형차치고는 넉넉한 실내 공간이 인상적이었다. 가죽시트는 기본, 전체적으로 비싼 마감재를 사용하진 않았지만, ‘싼 티 난다’는 인상을 주진 않았다. 주차를 돕는 후방 카메라에 스마트 버튼 시동 기능, 열선 시트(앞좌석), 음성인식 기능 시리까지, 중형급과 맞먹는 편의사양을 갖췄다.
소형차라는 점을 감안하면, 달리는 느낌도 썩 나쁘진 않다. 작은 차체와 현대차 특유의 가벼운 주행감과 맞물리니 도심 주행 시 부족함을 느낄 수 없었다. 특히 주차할 때 느낌은 산뜻하기까지 했다. 가속력이 나쁘지 않았지만, 80㎞ 이상을 넘어갈 땐 속도가 더디게 붙는 느낌이었다. 급격한 코너링 구간에서 살짝 바깥으로 밀리는 듯해 조심스러워지기도 했다. 바닥을 긁는 듯한 엔진음 소리가 거슬리는 게 상당한 감점 요인이다.
1.4ℓ급 카파 엔진 외에 1.6ℓ급 가솔린과 디젤 모델도 있는데, 연비는 가솔린 모델이 14㎞/ℓ선, 디젤 모델이 16.5㎞/ℓ다. 가격은 1111만원~1824만원이다. 1000만원대 차라지만, 아반떼(1395만~2180만원)와의 가격과 연비(14㎞/ℓ, 16.2㎞/ℓ) 차이가 아주 크진 않다. 차라리 옵션을 줄여 가격 차별성을 더 높이는 게 어떨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정애 기자
사진 현대차 제공
사진 현대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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