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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자동차

‘서민 차 단종될라’ ‘GM 철수할라’
한국GM 배짱에 두손 든 정부

등록 2014-01-07 21:16수정 2014-01-07 22:22

다마스·라보 안전 등 규제 유예하며
한국지엠에 투자·개발 확답 안받아
유예기간 차 팔고 생산 멈추면 그만

쉐보레 수출중단 ‘한국 철수설’ 탓
정부 “일자리 영향 고려해야 했다”
“한국 정부가 튕기는 한국지엠(GM)의 바짓가랑이를 붙들고 매달리는 모양새다.”

국토교통부와 환경부가 7일 경상용차 다마스와 라보를 계속 생산하는 조건으로 자동차의 안전·환경 기준을 유예(<한겨레> 1월7일치 18면)해주겠다고 발표한 뒤, 오민규 전국비정규직노조연대회의 정책위원이 한 말이다. 영세 소상공인의 ‘발’ 역할을 해왔던 경상용차 단종에 대한 비판을 모면하기 위해, 정부가 별다른 조건 없이 한국지엠 쪽의 요구를 사실상 전부 수용한 것을 비판한 것이다.

국토부와 환경부는 이날 짧게는 2~3년(배출가스자기진단장치, 타이어공기압경고장치 의무 부착), 길게는 6년(안전성제어장치 등 부착)까지 다마스와 라보의 안전·환경 기준 충족 시기를 유예해줬다.(표 참조) 유예 조건으로 정부가 내건 것은 ‘최고속도(99㎞/h) 제한 장치’를 부착하라는 것뿐이었다. 정부는 한국지엠 쪽으로부터 향후 기준에 부합하는 새로운 경상용차에 대한 투자 ‘약속’조차 받지 않았다. “회사가 경영 상황에 따라 결정할 일이지 정부가 강요할 수는 없다”는 게 이유였다. 근본적 치료 대신 호흡기를 달아 6년간 ‘생명 연장’만 한 셈이다.

실제로도 한국지엠은 경상용차를 지속적으로 생산할 계획이 별로 없는 듯하다. 한국지엠은 이날 정부 발표 뒤 “주행 최고속도 제한 장치와 배출가스자기진단장치, 타이어공기압경고장치를 새롭게 개발 적용해 안전과 환경 기준에 부합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모두 3년 안에 충족시켜야 할 기준들로, 6년 유예를 받은 안전성제어장치 등에 대한 투자·개발 여부는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회사 관계자는 “유예 기간 이후 다시 논의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또다시 규제 면제를 받지 못한다면 단종이 불가피하다는 의미다. 정부 관계자도 이런 점을 우려하면서도 “용달, 세탁, 퀵서비스 등 영세 사업자들의 생계형 수단으로 활용돼 온 이 차들의 대체 차종이 없다는 점을 감안한 조처”라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한국지엠은 환경·안전을 위한 ‘필수’ 조건을 제대로 갖추지 않고서도 최대 6년간 차를 더 팔다가 내키지 않으면 생산을 접으면 되는 셈이다. ‘특혜’로 비칠 수 있는 대목이다. 한국지엠 쪽에선 “마진이 워낙 적어 현대차도 오래전 손을 뗀 사업”이라며 앓는 소리를 하지만, 다마스·라보의 생산 연장이 회사 입장에서 꼭 불리한 것만도 아니다. 당장 다마스와 라보 단종으로 생길 내수판매분(10% 선)을 메울 마땅한 ‘대안’도 없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한국지엠은 이번에 유예받은 조항 외에도 ‘향후 도입될 안전 기준 관련 규제도 모두 제외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무리하게 요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지엠이 이런 ‘배짱’을 부릴 수 있는 건, 최근 모기업인 제너럴모터스(GM)의 글로벌 전략 변화와도 무관하지 않다. 지엠은 최근 한국지엠이 생산하는 쉐보레 브랜드의 유럽 수출을 2015년부터 중단한다고 발표하는 등 수익성 위주로 사업 구조를 개편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공장의 구조조정은 물론 ‘한국 철수설’까지 불거지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 관계자는 “외자 투자 기업이 규제 때문에 생산을 꺼리게 되고, 이것이 일자리에 영향을 미치는 상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런 사안이 윗선에까지 보고됐고, 공감대도 형성됐다”고 말했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한 자동차 산업 전문가는 “2002년 대우차를 헐값에 인수한 지엠이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는 소홀히 하다가 수익성 없는 경상용차 사업은 접겠다고 하는 마당인데, 정부는 영세 소상공인의 불만과 고용 불안 우려 때문에 지엠 요구대로 끌려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정애 기자 hongby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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