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엠베(BMW) 520d. 각 업체 제공
올해 4월까지 독일차 판매량
지난해보다 32.4%나 급증
수입차 10대 중 7대가 독일차
‘연비 좋은 디젤차량’ 인기
일본차 점유율은 11.8%로 하락
디젤차 라인업 부재로 힘 잃어
현대·기아차 ‘독일차 공세’ 긴장
디젤모델 개발로 맞대응
점유율 70% 방어해낼지 관심
지난해보다 32.4%나 급증
수입차 10대 중 7대가 독일차
‘연비 좋은 디젤차량’ 인기
일본차 점유율은 11.8%로 하락
디젤차 라인업 부재로 힘 잃어
현대·기아차 ‘독일차 공세’ 긴장
디젤모델 개발로 맞대응
점유율 70% 방어해낼지 관심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수입차가 판매 속도를 높이고 있다. 3월에 이어 지난달에도 수입차 판매량이 사상 최대치 기록을 갈아치우면서 올해 수입차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13%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무엇보다 디젤차량을 앞세운 독일차의 질주가 눈에 띈다. 세계 시장 1위를 달리는 일본차는 독일차의 기세에 눌려 유독 한국에선 가속력을 잃고 있다. 이 와중에 현대·기아자동차가 국내 시장 점유율 70%를 지켜낼 수 있을지에도 눈길이 쏠린다.
12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의 집계를 보면, 지난달 수입차 신규 등록대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25.5% 증가한 1만6712대다. 기존 월간 최대 판매량이던 3월의 1만5733대보다 6.2%나 증가했다. 올 1~4월 수입차 누적 등록대수는 6만1146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6%나 늘어났다. 이 추세를 유지하면 올해 업계의 예상 판매량인 18만대는 어렵지 않게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국내 시장의 수입차 점유율은 지난해 12.7%에서 13.4%까지 높아진다.
독일차의 기세는 무서울 정도다. 올 1~4월 독일차 판매량은 지난해보다 32.4%나 증가했다. 수입차 중 점유율 72.0%로, 수입차 10대 중 7대 이상이 독일차다. 독일차 4사가 두루 잘나간다. 1~4월 수입차 중 점유율로 보면 베엠베(BMW)가 22.4%로 1위이고, 이어서 메르세데스-벤츠(18.4%), 폴크스바겐(15.8%), 아우디(14.3%)가 상위권을 모두 휩쓸었다.
독일차의 인기 비결은 많이 팔린 차를 보면 알 수 있다. 최고 인기 차종은 올해 들어 4월까지 2837대가 팔린 베엠베 520d다. 이어서 폴크스바겐의 티구안2.0 TDI 블루모션, 메르세데스-벤츠 E220 CDI, 폭스바겐 골프2.0 TDI, 아우디 A6 3.0 TDI 콰트로 등이 많이 팔렸다. 많이 팔린 수입차 10위 안에 독일차 4사의 차량 9종류가 포함됐는데, 이 차량들의 공통점은 이름에 D가 들었다는 것이다. 여기서 D는 디젤차량이란 뜻이다. 이 차량들은 대부분 연비가 14~16㎞/ℓ다. 올 1~4월 판매된 수입차량 중 디젤차 비중은 68.8%나 됐다. 연비 좋은 디젤차량이라는 점이 독일차들의 핵심 인기 요인인 것이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독일 디젤차가 본격적으로 들어온 뒤로 디젤차에 대한 인식이 시끄럽고 승차감 나쁜 차에서 연비 좋은 고급차로 바뀌었다”고 전했다.
디젤차 선호 현상은 일본차가 국내에서 제구실을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일본차는 올 1~4월 점유율이 지난해 같은 기간 14.2%에서 11.8%로 하락했다. 특히 세계 자동차 1위 기업인 도요타가 한국에서는 몇 년째 내리막길이다. 2009년 하반기 한국 진출 직후 수입차 중 2위까지 올랐던 도요타는 현재 7위다. 2012년만 해도 한국 시장 점유율 8.3%를 기록했지만 지난해 4.8%로 급락했고 올 들어 4월까지는 3.1%로 가까스로 3%대를 유지하고 있는 수준이다. 도요타의 프리미엄 브랜드 렉서스를 합쳐도 6% 수준으로 독일차 브랜드의 3분의 1에 그친다. 닛산·혼다 등 다른 일본 브랜드들도 2~3% 남짓 차지하고 있을 뿐이다.
도요타 등 일본차가 힘을 못 쓰는 건, 무엇보다 디젤차 라인업이 없어서다. 올 들어 4월까지 가장 많이 팔린 수입차 10위 안에 유일한 일본차로 8위를 차지한 차량은 렉서스 ES300h다. 독일차들이 연비 높은 디젤차로 치고 나가는 동안, 도요타는 하이브리드로 겨우 메워가고 있다. 1~4월 렉서스 전체 판매량의 66.5%를 ES300h가 차지한 것만 봐도 국내 소비자들의 요구를 알 수 있다. 혼다와 닛산도 디젤차 라인업의 부재 상황은 비슷하지만, 닛산의 인피니티가 독일산 디젤엔진을 얹은 중형세단 Q50을 출시해 올 들어 4월까지 전년 동기 대비 167% 성장한 사실 역시 디젤차의 인기를 반영한다.
국내 자동차 시장 점유율을 80% 안팎으로 방어하고 있는 현대·기아자동차는 독일 디젤차에 정면 대응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소형 승용차를 중심으로 디젤 라인업을 갖춘데다, 이달 말 부산모터쇼에서 준대형 세단 그랜저의 디젤 모델을 선보이고 하반기 출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신형 쏘나타의 디젤 모델도 개발을 마무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무작정 디젤차 시판으로만 승부하는 전략으로는 독일차의 공세를 막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독일의 디젤차들은 천문학적 기술개발 투자를 거쳐 연비 등 효율성이 뛰어나고 가솔린차보다 온실가스 배출도 적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대·기아차는 가솔린차 중심의 전략을 큰 틀의 수정 없이 이어와 디젤차 기술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연구·개발비도 독일차 브랜드에 견줘 충분하지 않다. 현대차는 지난해 연구·개발비로 매출액 대비 2.1%인 1조8490억원을 썼고, 기아차는 매출액의 2.6%인 1조2415억원을 기술개발에 투자했다. 그러나 베엠베는 지난해 매출액의 6.3%에 이르는 47억9000만유로(6조8000억원가량)를, 폴크스바겐은 매출액의 5.8%인 102억유로(14조6000억원)를 연구·개발비로 지출했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폴크스바겐 티구안 2.0 TDI. 각 업체 제공
메르세데스-벤츠 E220 CDI. 각 업체 제공
폴크스바겐 골프 2.0 TDI. 각 업체 제공
아우디 A6 3.0 TDI. 각 업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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