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뉴 카니발’
큰 덩치 탓 가속페달 반응속도 등은 더뎌
꼬부라진 산길 국도 58㎞를 달렸는데 평균 연비를 표시하는 창에는 14.1㎞/ℓ가 찍혀있었다. 9일 강원도 정선과 영월 일대에서 열린 기아자동차 ‘올 뉴 카니발’ 시승회에서였다.
9인승 벤 차량의 큰 덩치를 이끌고 산길을 오르내렸는데 공인연비(11.5㎞/ℓ)보다 높은 연비가 나오니 당황스러웠다. 정선 하이원리조트를 떠나 영월 시스타리조트로 가는 길에는 비까지 내렸다. 가뜩이나 ‘뻥 연비’ 논란으로 소비자들의 불신이 높아졌는데 ‘앞장 서 차동차 업계 변호에 나섰느냐’는 이야기를 들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평소에 워낙 조심스레 차를 몰아 공인연비보다 높은 연비가 나오는 운전습관에다가 내리막길이 더 많았기 때문이었다. 짐도 싣지 않고 9인승 차량에 2명만 탔다. 하지만 카니발 같은 큰 차량은 운전할 기회가 없었는데도 내내 불편함을 느끼지 않았던 점도 있다. 그만큼 승용차에 가까운 운전 환경을 제공한다는 뜻이다.
1998년 처음으로 출시돼 이번에 세 번째 모델로 9년 만에 돌아온 카니발은 편안함과 안전성을 앞세웠다. 그 말처럼 승용차를 탄 듯 승차감을 보여준다. 특히 디젤 차량임에도 조용한 편이었다. 외부 소리를 막아주는 기능을 보강했다는 기아차의 설명답게 어지간한 준중형 가솔린 차량을 탔을 때보다도 시끄럽지 않다. 오디오 볼륨을 가장 낮은 단계에서 3번째 정도로만 맞췄는데도 시속 80㎞를 이상에서 노래를 듣는 데 문제가 없었다. 도로 위에 다른 차량이 없기도 했다. 202마력 R2.2 E-VGT 디젤 엔진은 시속 120㎞를 넘어도 무리 없게 차를 끌고 간다.
공간도 넓어졌다. 뒷좌석에 중앙 통로를 만들어 2~4열 의자로 가는 길을 만들었다. 4열 시트는 접어서 바닥으로 넣을 수 있다. 의자를 집어넣으면 평평한 바닥이 돼 공간 활용에 유리하다.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에 있는 보조 의자를 없애 노트북을 넣을 수 있을 정도의 수납공간도 만들었다.
다만, 완벽한 승용차 수준을 기대하긴 역시 어렵다. 가속 페달 반응 속도가 느리고 변속 시 멈칫하는 인상도 준다. 브레이크도 큰 덩치 탓에 재빠르지는 못하다. 8인치 대형 내비게이션이 달려있지만 워낙 차가 크다보니 고개를 살짝 돌려야 시야에 들어온다. 덩치가 크니 주차하기 어려운 건 당연하다. 6인 이상 타면 고속도로 버스전용차선 이용이 가능한 장점 등으로 현재 1만7000여대가 사전예약 됐다. 9인승과 11인승이 있다. 값은 모델별로 2720만원부터 3580만원 수준으로 나뉜다.
정선/박승헌 기자 abc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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