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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자동차

수입차 수리비 왜 비싼가 했더니… 부품값 뻥튀기에 수리비 덤터기

등록 2014-07-21 20:31수정 2014-07-24 18:14

법원 판결자료 분석 결과

2단계 유통 거치며 부품값 3배로
독점공급 탓 딜러사 눈치껏 부풀려
비싼공임·긴기간…수리비도 갑절
보험료 부담, 국산차 가입자에 전가
지난 2011년 폭스바겐 국내 판매와 정비 등을 맡고 있는 ㅋ사는 손해보험회사로부터 수리를 의뢰받은 골프2.0TDI와 CC2.0TDI 모델 2대 등 총 3대의 수입차 수리비로 모두 3779만원을 청구했다. 보험사는 터무니없는 청구비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소송을 냈다.

<한겨레>는 최근 나온 법원 판결 자료를 21일 입수해 부품 가격을 분석해보았다. 그 결과 ㅋ사가 제시한 폭스바겐의 부품 값이 수입차 국내 법인을 통해 공급받는 값보다 26.5% 비싸게 최종 소비자에게 청구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148종류 216개 부품 값 합계는 공급가 기준으로 1552만7573만원이지만 최종 청구금액은 1964만3982원으로 뛰었다. 수입차 부품을 수입하는 에스케이(SK)네트웍스가 이들 부품 가운데 141개를 팔고 있는데, 이와 비교해도 평균 5.6% 비싼 수준이었다.

외국 인터넷 사이트에서 판매하는 가격과 비교하면 더욱 놀랄만한 일이 많다. 골프에 들어가는 차축 베어링 부품은 이베이에서는 약 98달러(약 11만원)에도 살 수 있는데, 국내 수입차 정비센터에서 청구하는 가격은 3배인 34만9000원이나 된다.

놀랄만큼 비싼 수입차 수리비 문제를 놓고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종 소비자에게 공급되는 부품값도 비싸지만, 비싼 공임과 긴 수리기간도 수리비를 천정부지로 끌어올리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액센트와 충돌해 차량 뒤쪽이 망가진 폭스바겐 골프2.0TDI 모델은 교체 부품이 31가지였는데, 이들 부품의 공급가격은 모두 302만9985원이지만 보험사에 청구된 수리비 가운데 부품값은 377만9600원으로 껑충 뛰었다. 차량 뒤와 오른쪽 옆면이 손상된 폭스바겐 CC2.0TDI는 104개 부품을 갈면서 공급가격 1170만원어치에 대해 1480만원을 청구했다. 수입차 정비업체가 청구하는 공임비도 매우 비쌌다. ㅋ사는 부품을 탈착하는 등의 단순 작업에도 공임비로 시간당 5만5000원을 청구했는데, 이는 국토교통부가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에 따라 2010년 산출한 시간당 공임비 2만4250원의 갑절에 가까왔다.

그동안 수입차 업체들은 “국내 판매량이 적은 데다 관세나 물류비를 감안하면 부품 값은 적정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2012년 수입 승용차 점유율이 10.1%에서 지난해 12.1%까지 늘어나고,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관세도 낮아졌지만 값은 그대로다. 한국소비자원이 2012년 딜러사를 대상으로 폭스바겐 골프와 벤츠 S350, E300, 아우디 A4 2.0 차량의 앞, 뒤 범퍼와 본네트 부품 값을 조사한 결과와, 벤츠·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가 <한겨레> 요청에 21일 공개한 가격을 비교하면 부품값이 11.3% 낮게 나타났지만 딜러사를 거치면서 공급가격보다 25% 정도 값이 오르는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그대로다. 베엠베코리아는 부품 값을 공개 요청에 답하지 않았다.

가격 거품은 본사에서 판매하는 이른바 ‘순정’ 부품만을 소비자들에게 판매하는 구조에 있다. 대체부품 활성화가 안 된 상태에서 가격 정보도 제대로 공개하지 않아 소비자들을 울리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부품회사에서 수입차 한국 법인, 국내 딜러사와 서비스센터로 이어지는 복잡한 구조도 부품 값을 올리게 한다.

지난해 국내에서 10만9084대를 팔아치우며 수입차 시장에서 70.1%에 달하는 벤츠와 베엠베, 폭스바겐, 아우디 등 독일 4개 수입차 업체들이 거느린 딜러사 수는 평균 8.8개다. 수입차 업체들은 딜러사에 부품과 차량을 공급하고 판매 및 서비스를 맡긴다. 하지만 수입차 국내법인이 공급을 틀어쥐면서 부작용도 많다.

송윤아 보험연구원 연구원은 “수직적 제한을 통해 국내법인과 딜러사들이 이중으로 마진을 얻고, 딜러사에 마케팅을 전가하면서 부정적 외부효과가 나타난다”고 분석했다. 수입차 한국법인의 눈치를 봐야하는 딜러사들이 실적 압박 등으로 인해 수리비 부풀리기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베엠베코리아 김효준 사장이 지난 7일 영종도 드라이빙센터 개장식에서 “딜러사를 통해 브랜드 가치를 고객에게 전하는 것이 한국법인의 역할”이라고 말 한 것이 무색할 정도다.

고질적인 수리비 문제는 국산차 이용자에게도 영향을 준다. 높은 수입차 수리비로 수입차 업계만 배를 채우고, 보험료는 국산차 이용자들이 부담하게 된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9월 ‘수리비 개선을 통한 자동차보험 합리화 방안’ 토론회에서 보험개발원 자동차기술연구소 이상돈 팀장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보험사가 수입차의 부품·도장·공임 관련 수리비를 지급한 건수는 전체의 6.5%에 불과했지만, 수입차의 수리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의 17.4%에 달했다. 보험개발원 자료를 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수입차 보험가입대수는 70만3000대로 2012년보다 135.1%나 급증해 보험료 부담이 그만큼 커졌다. 현대자동차가 과잉정비에 대한 신고 시스템을 도입하고, 국산차 업체들이 수리비 청구 내역 등을 전산화해 과다 청구를 막고 있지만 수입차 업계에서는 이런 움직임도 미미하다.

그나마 지난해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대체부품 사용이 가능해지고, 8월부터 수입차 부품 가격을 누리집 공개하도록 하면서 그동안의 관행이 바뀔 여지는 마련됐다. 법안을 발의한 민병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법적 장치를 통해 부품 공급 독점 구조를 깨는 것과 함께 수입차 업체가 딜러사들에게 실적 압박 등을 통해 수리비 폭리 등을 간접적으로 강요하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는지도 살펴봐 관행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승헌 기자 abc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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