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쉐 SUV 마칸S.
포르쉐 SUV 마칸S 타보니
산길에서도 코너링·제동력 우수
100~140㎞에서는 오히려 불안
1억3천만 값 생각하면 아쉬움
산길에서도 코너링·제동력 우수
100~140㎞에서는 오히려 불안
1억3천만 값 생각하면 아쉬움
포르쉐가 내놓은 스포츠실용차(SUV) 마칸S는 ‘모든 차급에서 스포츠카를 만든다’는 철학과 ‘보급형’이라는 한계 속에서 방황하는 차다. 포르쉐코리아는 지난 5월 마칸S와 터보, 디젤 등 3가지 모델의 소형 스포츠실용차 모델을 선보였다.
고속도로와 강원도 정선 일대 산길을 오르내리며 약 460㎞를 타본 포르쉐 마칸S는 “역시 포르쉐”라는 말이 나오게 한다. 340마력에 최대토크 46.9㎏·m인 3.0ℓ 6기통 바이터보 엔진은 시속 170㎞를 넘기면 진가를 발휘한다. 차체가 높은 스포츠실용차임에도 코너링이 매우 안정적이다. 산길에서도 말 그대로 힘이 넘친다. 제동력은 말할 것도 없다. 포르쉐는 포르쉐다.
하지만 보급형 차량의 한계가 있다. 출고가가 8480만원인 마칸S는 소비자들이 벤츠나 베엠베(BMW)와 비교하며 실제 구매를 고민할 수 있을 정도로 값을 내렸다. 포르쉐라는 이름만으로 수억원을 주고 타는 차는 아니다. 가격 대비 성능을 따질 수밖에 없다.
이번에 탄 차는 옵션 값만 5320만원이다. 차 값이 총 1억3000만원이 넘는다. 사실상 이중가격이다. 그런데 한글 지원도 안 된다. 아이팟 등을 연결하면 네비게이션 화면에서 한글이 ‘□’안에 ‘?’가 들어간 모습으로 나온다. 마감도 정교하지 못하다. 조수석 뒷자리 바닥 부분에 파란색 배선이 빠져나와 있었다. ‘1억 주고 산 내 차’라고 생각하면 속상할 일이다.
시속 150㎞를 넘기면 포르쉐의 뛰어난 장점들을 그대로 느낄 수 있지만 시속 100~140㎞에서는 속도감이 그대로 전해져 오히려 불안한 느낌을 준다. 차체가 높으니 세단처럼 낮고 묵직하게 깔리지 않는다. 도심에서 ℓ당 7㎞도 나오지 않는 연비도 감당해야 한다. 빠른 스피드로 넓은 공간을 휘젓는 네덜란드의 축구선수 아리언 로번을 중앙 수비형 미드필더로 기용한 느낌이다. 다만 도로 위에서 주위의 관심을 받기에는 충분하다.
스포츠카 특유의 소음도 시끄럽게 느껴질 수 있다. 독일 부메스터 오디오를 달면 음악듣기가 나은데 690만원이나 한다. 스포츠카를 표방하다보니 라디오 주파수를 조정하려면 조수석 쪽으로 손을 뻗어 다이얼을 돌려야 할 정도로 편의성이 떨어진다. 공간도 좁다. 180㎝ 정도의 성인 남성이 조수석과 조수석 뒷자리에 타면 한 명은 무릎이 닿는다.
서비스는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다. 토요일 오후 엔진 경고등이 들어와 포르쉐 24시간 긴급 출동 서비스에 전화하니 “토요일이라 당직자가 없다”고 했다. 이후 “서울까지 천천히 올라오라”고 안내했다. 엔진 이상은 안전과 직결된다.
박승헌 기자 abc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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