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과 빠르기를 표현하는 각종 상징은 외국 완성차 업체들도 차명을 정할 때 주로 사용한다. 알파벳과 숫자의 단순한 조합이 대세를 이루지만 상징물도 외국업체들이 차량 이름에 전통적으로 사용했다.
이탈리아 슈퍼카 제조업체인 람보르기니의 상징 문양은 투우다. 대표 모델인 ‘무르시엘라고’는 1879년 스페인 코르도바에서 열린 투우 경기에서 투우사의 칼에 24번이나 찔리고도 죽지 않은 황소 이름에서 따왔다. ‘가야르도’도 황소 이름이고, ‘우라칸’ 역시 1870년대에 활약한 투우다. 슈퍼카의 힘을 보여주면서도 브랜드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해 일관된 소재를 활용하는 경우다.
아프리카 종족 이름을 가져온 폴크스바겐의 ‘투아렉’이나 이란 유목 민족을 의미하는 닛산의 ‘캐시카이’ 등도 스포츠실용차(SUV)의 힘과 이동성을 강조한 이름이다.
경쟁심을 이름에 담기도 한다. 미국 제너럴모터스가 1966년 선보인 ‘카마로’는 포드 ‘머스탱’(야생마)이 경쟁 차량인데 차명 공개 당시 제너럴모터스는 “야생마를 잡아먹는 강력한 동물”이라고 소개했다.
폴크스바겐은 차량 이름에 바람을 많이 활용한다. 1974년 출시 이후 7세대 모델까지 진화하며 세계적으로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골프’는 멕시코만에서 불어오는 강한 바람을 뜻한다. 지난달 프랑스 파리 모터쇼에서 새 모델을 선보이며 관심을 모은 ‘파사트’는 지구 전체를 둘러싸고 도는 무역풍이다. 북극에서 불어오는 바람 ‘폴로’와 북아프리카에서 지중해로 향하는 ‘시로코’도 폴크스바겐 차명이다.
최근에는 닛산 ‘리프’(나뭇잎)나 라틴어로 ‘앞서가는’이란 뜻을 담은 도요타 ‘프리우스’ 등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차량 등에 기술과 친환경을 강조한 이름을 짓기도 한다.
개성 넘치는 이름과 함께 알파벳과 숫자를 조합한 ‘알파뉴메릭’ 방식도 대세다. 벤츠와 베엠베(BMW), 아우디 등 독일 차 업체는 물론 푸조나 렉서스 등 프랑스와 일본 업체들도 차급과 배기량 등을 이런 방식으로 표현해 이름을 짓는다. 베엠베의 ‘520d’의 경우 5는 준대형, 20은 2000㏄, d는 디젤을 의미한다.
박승헌 기자 abcd@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