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인천항 인근의 한 공터에서 중고차 수출 중소업체 관계자들이 가나의 수입업체 대표에게 차량 상태를 설명하고 있다. 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
원화 강세로 가격경쟁력 약화
“한달 100대 나가던 게 10대 안팎 뚝”
수출 부진에 업체들 발동동
코트라, 10개국 바이어 초청 행사
영세 수출업체 위기타개 도와
“한달 100대 나가던 게 10대 안팎 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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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세 수출업체 위기타개 도와
28일 오전 인천항 근처의 한 공장 부지 공터. 한여름과 같은 뙤약볕이 내리쬐는 가운데 쏘나타, 봉고, 레이 등 국산 중고차 250여대가 잘 닦인 채 진열돼 있었다. 차량 사이사이로 요르단, 팔레스타인, 러시아, 가나 등에서 온 중고차 바이어들과 국내 중고차 수출업자들이 분주하게 오갔다. 아랍어, 몽골어, 러시아어 등의 통역사들은 이들 사이에 서서 차량 연식과 사고 유무 등을 통역하느라 바빴다.
이 자리는 소자본 창업자들이 많은 중고차 수출업계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코트라가 마련한 수출상담회다. 원화 강세로 국내 기업들의 수출 부진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영세 수출업종의 대표로 불리는 중고차 업계에도 불황이 본격화하고 있다. 코트라는 한국 체류비와 항공비 일부 등을 지원하며 39명의 중고차 해외 바이어를 ‘모셔왔다’. 팔레스타인, 가나 등 차량을 자체 생산하지 않고 중고차 수요가 큰 신흥국 위주였다. 국내 수출업체는 50여곳이 모였다.
서울무역의 설민규(24) 팀장은 쏘나타 등 대표 상품 27대를 가져왔다. 서울무역은 주로 이집트에 수출해왔는데, 이집트 시장도 최근 녹록지 않다고 한다. 지난해 초까지도 한달에 150대가 나갔는데 지금은 한달에 10~15대 정도로 줄었다고 한다. 설 팀장은 가나에서 온 에디 쿠시 앙코마 대표에게 2011년식 YF쏘나타와 K5 등 보유 매물을 선보였다. 앙코마 대표는 차량 내부는 물론 보닛 안을 들여다보며 상태를 살폈다. 그는 “그동안 미국에서 한국산 중고차를 사서 가나에 수입해왔는데 한국에 와서 중고차들을 보니 차량 상태도 좋고 가격도 더 낮아서 사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날 설 팀장은 그에게 K5 등 10대를 팔았다. 요르단 바이어에게는 아반떼를, 몽골 업체에는 그랜드 스타렉스를 파는 등 총 30대의 계약이 이날 성사됐다.
중고차 수출 실적은 2013년부터 급격히 줄고 있다. 2012년 37만대를 넘어서 역대 최고점을 찍었지만 2013년 30만7200대로 줄었다. 지난해엔 24만1600대로 더 줄었다. 수출 금액도 2012년 19만8500만달러에서 지난해 11억6700만달러로 감소했다. 환율에 따른 가격경쟁력 약화와 중고차 시장의 ‘지배국’ 일본의 공격적 마케팅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주로 작은 규모로, 현지 ‘발품 영업’으로 시장을 개척해왔던 중소기업들에는 큰 타격일 수밖에 없다.
수출업체 동북의 류근황(47) 대표도 이를 체감하고 있다. 류 대표는 주로 러시아에 3년 연식 안팎의 그랜드 스타렉스, 봉고3 등을 팔고 있다. 그는 “2012년 ‘피크’일 때는 러시아에 한달에 60~70대씩 팔았는데 지난해 하반기부터 루블화 폭락 사태와 유가 폭락으로 10대 안팎으로까지 줄었다”고 말했다. 류 대표는 지난해부터 필리핀, 도미니카공화국 등을 오가며 새 시장을 찾고 있다고 한다. 그는 “러시아에 어느 정도 사업 기반을 마련했는데 한 곳에만 의존해서는 리스크 관리가 안 되니 전세계 수출 가능한 곳 어디라도 긁어모으려 다니고 있다”고 덧붙였다.
팔레스타인 중고차수입자연합의 아크람 아와우다 대표는 “현재 운행중인 팔레스타인 차량의 40~45%가 한국차다. 매년 (감가상각에 의한)가격하락률이 다른 나라 차종보다 덜하고 차 성능이 점점 발전하고 있어 인기인데, 관세 문제가 해결되면 가격경쟁력까지 더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요르단 스낵업체 할라와니사는 제품 운반용 트럭으로 한국 중고차 80대를 사기로 계약했다.
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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