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물류량 매년 6천억상당 줄여
중소기업에 발주하겠다 밝혔지만
이노션 매출늘고 글로비스 절반 그쳐
현대차 “작년 월드컵 특수탓” 등 해명
중소기업에 발주하겠다 밝혔지만
이노션 매출늘고 글로비스 절반 그쳐
현대차 “작년 월드컵 특수탓” 등 해명
현대차그룹은 2013년 국내 물류와 광고 계열사의 내부거래 물량을 해마다 6000억원 상당을 줄여 중소기업에 발주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지난해 내부거래 현황을 보면 그 약속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4일 현대차그룹의 지난해 내부거래를 살펴보면, 광고 계열사인 이노션은 내부거래 매출이 전년에 견줘 오히려 늘었고 물류 계열사인 현대글로비스는 줄었지만 감소폭이 약속에 미치지 못했다. 현대차그룹은 약속 당시 계약 형태도 경쟁입찰을 늘려가겠다고 밝혔지만, 오히려 수의계약 형태로 내부거래가 진행됐다. 특히 시스템통합 분야에서도 중소기업의 기회 확대를 위해 경쟁입찰을 늘리겠다고 했지만, 지난해 2분기 현대오토에버에 일감을 수의계약으로 몰아주는 등 변화가 없었다.
현대차그룹은 당시 광고 분야에선 그룹이 국내에 발주할 것으로 예상되는 금액의 65%인 1200억원, 물류 분야에선 예상 금액의 45%인 4800억원 규모의 대규모 물량을 중소기업 등에 개방한다고 했다.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총수 일가가 편법적으로 부를 승계한다는 논란이 일자 현대차그룹이 정몽구 회장 등의 지분이 많은 계열사에 몰리는 일감을 중소기업과 나누겠다고 한 것이다. 현대글로비스는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이 지분 29.9%를, 이노션은 정 부회장과 정성이 고문이 지분 50.0%를 갖고 있다. 당시 현대차그룹의 국외 발주 물량은 계속 그룹 계열사에 제공하겠다고 해 생색내기라는 지적도 있었다.
이노션은 내부거래 매출이 2013년 1377억원에서 지난해 1806억원으로 31.2% 늘었다. 총 매출에서 내부거래가 차지하는 비중도 38.7%에서 45.7%로 올라갔다. 현대글로비스는 지난해 2조6831억원의 내부거래 매출을 올려 2834억원을 줄이는 데 그쳤다. 비중은 2013년 29.2%에서 지난해 24.0%로 5%포인트 줄어든 데 불과하다.
이에 대해 현대차 홍보팀은 “이노션은 지난해 브라질 월드컵으로 내부거래 물량이 늘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또 현대글로비스 쪽은 “2013년 5월부터 1년간 국내 내부거래 물량에서 4800억원을 줄였다”며 “국내 발주 비중이 적어 매년 4800억원어치의 내부거래 물량을 줄이는 건 어렵다”고 말했다.
이정훈 박현정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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