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해상, 교통사고 23만건 분석
시속 30㎞ 이하땐 소음 거의 없어
이면도로·주차장 사고율 5.5%
가솔린·디젤차보다 훨씬 높아
어린이·고령자층일수록 더 위험
각국 가상엔진음 발생기 의무화
현대기아차, 모든 친환경차에 장착
시속 30㎞ 이하땐 소음 거의 없어
이면도로·주차장 사고율 5.5%
가솔린·디젤차보다 훨씬 높아
어린이·고령자층일수록 더 위험
각국 가상엔진음 발생기 의무화
현대기아차, 모든 친환경차에 장착
저소음이 최대 마케팅 포인트였던 하이브리드차와 전기차가 되레 너무 조용해서 위협이 된다며 가상 경고음이나 엔진음을 내도록 규제하자는 움직임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이와 관련한 연구결과가 나와 주목을 끌고 있다.
1일 현대해상 교통기후환경연구소가 발표한 ‘저소음 차량의 보행자 안전 영향 연구’ 보고서를 보면, 저속으로 운행하는 친환경 자동차의 사고율이 일반 가솔린·디젤차보다 1.6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소는 지난 2년 동안 현대해상 고객사고 23만4167건의 통계를 분석하고 하이브리드차와 내연기관 자동차의 소음 크기 실험도 진행했다. 그 결과 차량이 주로 저속으로 운행하는 이면도로와 주차장에서 하이브리드차의 사고율은 5.51%로, 일반 내연기관 자동차인 가솔린차(3.54%)와 디젤(3.61%)차보다 1.6배 높았다. 특히 하이브리드차량 사고는 10살 이하 어린이(10.1%)와 60살 이상 고령자(20.2%)에서 높았다.
앞서 영국의 한 대학이 실시한 연구결과를 보면, 길거리에 있는 이들이 자동차의 접근을 인지하는 방법은 시각보다는 소리에 의존하는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자동차의 소음은 자동차의 속도를 가늠하는 한 수단이기도 하다. 그러나 하이브리드차는 시속 30㎞ 이하의 저속으로 운행할 때, 엔진을 가동하지 않고 배터리에 의존하는 전기 모터만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차량 소음이 거의 없다.
연구소는 소음과 보행자의 인지 수준을 측정하는 시험도 함께 진행했다. 하이브리드차가 이면도로를 30㎞/h 이하로 지날 때, 측정된 소음의 크기는 67.9㏈(데시벨)로 차량이 다니지 않을 때의 65㏈과 거의 차이가 없었다. 반면, 같은 조건에서 가솔린차의 소음은 72.6㏈, 디젤차는 83.8㏈로 훨씬 컸다. 소음이 적은 하이브리드차는 보행자가 차량을 인지하게 되는 거리도 짧았다. 안대를 한 상태에서 뒤에 오는 차량 소리가 들리는 거리를 측정한 실험에서 하이브리드카의 평균 인지 거리는 13.3m로 가솔린(18.7m)이나 디젤차(22.7m)보다 훨씬 짧았다. 미국 고속도로안전협회(NHTSA)는 지난 2010년 저속운행 시 하이브리드차가 일반차보다 보행자 사고율이 2배 높다는 통계를 내놓은 바 있다.
저소음이 운전자에게는 ‘안락함’을 주지만, 보행자에게는 ‘위협’이 되는 ‘신기술의 역설’이 드러나자 각 나라들은 저소음 친환경차에 ‘가상엔진음 발생기’를 의무 부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일본은 2018년, 유럽연합은 2019년부터 이를 적용하기로 했다.
현대해상 교통기후환경연구소 이수일 박사는 “우리나라도 이미 전체 승용차 100대 중 1대는 친환경차이고 앞으로 보급 속도는 더 빨라질 것”이라며 “안전 문제를 풀기 위해선 우리도 가상 엔진음을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대기아차는 지난 2011년 소나타YF 하이브리드를 시작으로 지금은 모든 친환경차에 가상엔진음을 장착하고 있다.
가상엔진음 발생 시스템도 진화하고 있다. 푸조시트로앵(PSA)과 르노-닛산 그룹은 차량 앞부분에 설치한 카메라를 통해 보행자를 감지하고 스피커로 저음의 소리를 방출해 경고하는 시스템을 연구 중이다. 인공엔진음을 게임처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경우도 있다. 중국 전기차 제조업체 요우시아는 운전자가 취향에 따라 페라리나 재규어 같은 고성능차의 엔진음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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