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 모닝과 한국지엠(GM) 스파크의 자존심을 건 판매 경쟁에 힘입어 경차 판매량이 준중형차를 앞질렀다. 현재 시판중인 경차가 3개 차종뿐인 것을 고려하면 6개 차종이나 되는 준중형차 판매량을 넘어선 것은 이례적이다.
20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 등의 집계를 보면, 올해 1~5월 경차는 7만2151대가 팔려 같은 기간 준중형차(6만9978대) 보다 2천대 이상 많이 팔렸다. 연간 판매 기준으로 경차가 준중형차를 앞선 것은 마티즈가 첫선을 보인 1998년이었다. 그 뒤 경차는 다양한 차종과 신차를 앞세운 준중형차에 줄곧 밀렸다.
올해는 경차 시장을 양분해온 기아차와 한국지엠이 어느 때보다 치열한 판촉 경쟁을 펼치고 있어 경차의 연간 판매량이 18년 만에 준중형차를 앞지를 가능성이 커졌다. 개별소비세가 적용되지 않는 경차는 이에 따른 가격 인하 혜택도 없어 다른 차종에 비해 판매 여건이 불리했다. 대신 기아차와 한국지엠은 큰 폭의 현금 할인이나 파격적인 경품 등 유인책을 내놨다.
현재 경차 시장은 모닝과 스파크의 경쟁으로 후끈 달아오른 상태다. 한국지엠은 지난달 스파크를 구입한 고객에게 200만원이 넘는 엘지(LG)전자 냉장고를, 기아차도 모닝 구입 고객에게 200만원짜리 삼성전자 에어컨을 사은품으로 줬다. 1천만원대 자동차에 200만원짜리 고가 선물을 얹어주는 것은 시장 쟁탈전이 그만큼 격해지고 있다는 뜻이다.
발단은 지난해 여름 한국지엠이 신형 스파크를 내놓으면서 시작됐다. 경차 시장에서 선두를 지켜온 모닝이 2위로 밀려나자 기아차는 김치냉장고를 선물로 걸고 반격에 나섰다. 이에 한국지엠은 올해 초 100만원 현금 할인으로 맞불을 놓기 시작했다. 하반기에는 기아차가 신형 모닝을 출시할 예정이어서 판촉전은 더 달아오를 전망이다.
홍대선 기자
hongd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