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생산, 토종업체 경쟁력 강화 등으로 첫 자동차 무역적자
지난해 현대·기아차 중국 생산량 5% 감소, 점유율 9%로 하락
지난해 현대·기아차 중국 생산량 5% 감소, 점유율 9%로 하락
국내 자동차산업의 최대 수요처인 중국으로의 수출 전선에 비상등이 켜졌다. 산업연구원이 21일 발표한 국내 완성차업체들의 대중국 무역수지 현황은 국내 자동차산업의 위태로운 현주소를 말해준다. 중국과의 자동차 교역 사상 첫 무역적자는 중국 업체들의 급부상과 함께 짙어지는 수입 감소 경향, 현대·기아차의 현지 생산 증가 등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지난해 2500만대의 자동차가 팔린 중국은 명실상부한 세계 최대 자동차시장이다. 현대·기아차로서는 전체 해외 판매에서 20%대의 비중을 차지할 만큼 중요한 시장이다. 자동차 수출 급감은 국내 완성차 회사의 현지 생산 증가와 중국 업체들의 경쟁력 강화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져 있다.
현대·기아차는 중국에 연간 210만대 생산 능력을 구축한 이후 빠른 속도로 대중국 수출이 감소해왔다. 주로 준중형 승용차와 스포츠실용차(SUV) 등 주력 차종을 현지에서 생산하고 대형 승용차와 다목적차량(MPV) 등 현지에서 생산하지 않는 차종을 중심으로 중국에 수출해왔다.
외국계 업체들도 모기업의 현지 생산이 늘면서 수출이 감소하는 추세다. 한국지엠(GM)은 지난해부터 아예 수출을 중단하고 반조립(CKD) 제품만 수출한다. 르노의 대중국 수출의 35%를 차지했던 르노삼성은 올해 상반기 르노와 중국 둥펑의 합작사인 둥펑르노가 현지 공장을 가동하면서 역할이 점차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경제성장률 둔화에 따른 판매 위축도 수입 감소의 원인이다. 올해 1~5월 중국의 자동차 수입은 전년 같은 기간에 견줘 10.9% 줄었다.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현지 업체들의 경쟁력이 커진 것도 무시하지 못할 요인이다. 중국 자동차 회사들은 대규모 설비 확장과 정책적 지원, 연구·개발에 힘입어 자국 시장 점유율을 2014년 38%에서 지난해 41%로 끌어올렸다. 김경유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 업체들은 자국 시장에 적합한 제품 라인을 구축하고 경쟁력을 향상시키며 저가 이미지를 약화시키는 전략을 구사해왔다”며 “차량 가격은 합자업체 제품의 50~60% 수준을 유지하면서도 품질은 유사한 수준으로 높인 스포츠실용차 모델을 중심으로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토종 업체와 합자업체 간 차량 결함 격차는 2008년 이후 지속적으로 축소되는 추세다. 중국 토종 업체들은 안전도 검사에서도 최고 수준인 별 다섯 개를 받은 비율이 2006년 8.3%에 불과했지만 2014년 92.5%에 달하고 있다.
전체 물량을 보면, 국내 완성차업체의 대중국 수출 감소 폭에 비해 판매 비중이 그렇게 줄어든 것은 아니다. 현대·기아차의 대중국 수출은 전체 판매 비중의 10%에 못 미친다. 중국에 4개 공장을 둔 현대·기아차가 현지에서 생산해 판매하는 비중이 90%를 넘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동안 현지 생산을 꾸준히 늘려온 현대·기아차의 중국 내 판매가 감소하는 등 브레이크가 걸리고 있다는 점이다. 현대·기아차는 중국시장에서 폴크스바겐과 제너럴모터스(GM)에 이어 브랜드 순위 3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경쟁이 격화되고 현지 토종 업체의 공세가 거세짐에 따라 언제 뒤처질지 모르는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중국에서 2010년 생산 100만대를 돌파하며 고속성장해온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170만대를 현지에서 생산했다. 그러나 이는 전년 대비 4.9% 감소한 수치다. 중국시장 점유율도 10%대에서 9%대로 떨어졌다.
현지 생산에 크게 의존하는 가운데 수출 물량까지 감소하는 것은 국내 고용 문제 등을 고려하면 더 우려스럽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집계를 보면, 국내 자동차 생산량은 지난해 455만5957대로 2011년에 견줘 2.2% 줄었다. 같은 기간에 중국(33.0%,), 미국(39.9%), 일본(10.5%)은 자국 내 생산이 모두 늘었다.
홍대선 기자 hongd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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