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보 SUV 차량인 XC90의 하이브리드 모델. 볼보 제공
130년을 이어오고 있는 자동차 내연기관 시대의 종말이 가시화했다. 볼보는 2019년부터 출시하는 신규 자동차에는 모두 전기모터를 장착하기로 했다고 지난 5일 발표했다. 이는 주요 전통 자동차 제조업체 가운데 자동차 엔진과의 결별을 선언한 첫번째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볼보는 2019년부터 출시하는 신차에는 순수 내연기관만 탑재되는 경우는 없을 것이며, 순수 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마일드 하이브리드 등 세 종류의 자동차 가운데 한 가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마일드 하이브리드란 48볼트급 작은 모터를 달아 연비를 10~15% 높인 차를 말한다.
하칸 사무엘손 볼보 최고경영자(CEO)는 “이는 내연기관 자동차의 종말을 뜻한다”며 “2025년까지 100만대의 전기자동차를 판매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볼보는 2019~2021년에 5종의 전기차 모델을 신규 출시할 계획이다. 3종은 볼보 모델로, 나머지 2종은 폴스타 모델로 내놓는다.
볼보는 불과 2년 전만 해도 전기차의 미래에 대해 회의적인 태도를 보였다. 사무엘손 대표는 이를 인정하며 “상황이 더 빨리 움직였다, 고객 요구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2025년엔 제조라인에서의 온실가스 배출을 제로화하는 ‘기후 중립(climate-neutral)’ 상태를 달성하겠다고 덧붙였다.
볼보는 “순수 내연기관 엔진(ICE)을 탑재한 모든 제품 라인업을 2019년부터 전면 생산 중단하는 것은 아니며 이들 제품의 생산 및 판매가 종결되는 시기는 향후 소비자 수요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볼보 스웨덴 본사. 볼보는 2010년 중국 길리자동차에 인수됐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볼보는 2010년 중국 길리자동차그룹에 인수된 바 있다. 따라서 볼보의 이번 발표는 급증하는 중국 전기차 시장을 염두에 둔 포석으로도 보인다.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의 시장으로 변한 중국의 영향력의 한자락을 엿보게 해주는 대목이다. 볼보의 지난해 전세계 판매 실적은 53만4332대이다.
전세계 전기차 및 하이브리드차는 2012년 이후 증가세를 이어오고 있으나, 아직 260만대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지난해 신차 판매량의 3%에 불과하다. 그러나 시장조사업체인 내비건트는 앞으로 전기차 판매 속도에 탄력이 붙어 2018년 370만대, 2025년 900만대로 급증해 전체 신차 판매량의 9%를 차지할 것으로 내다본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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