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중국 공장 한 곳이 협력업체의 부품 공급 거부로 또 멈춰섰다.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으로 자금 사정이 급속히 나빠진 베이징현대로부터 부품 대금을 받지 못한 현지 부품업체들이 공급을 중단해서다. 부품을 받지 못해 공장 가동 중단 뒤 재가동이라는 악순환이 현실화하고 있다.
현대차는 5일 중국 합자회사인 베이징현대의 창저우 공장이 부품 조달 차질로 가동을 일시 중단했다고 밝혔다. 차량 실내에 외부공기를 유입하는 공기흡입구인 에어인테이크 부품을 공급하는 독일계 부품업체 창춘커더바오에서 밀린 대금 지급을 요구하며 납품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지난달에도 현지 부품업체인 프랑스계 부품업체 베이징잉루이제가 베이징현대에 납품을 중단하면서 베이징 1, 2, 3공장과 창저우 4공장의 가동이 한때 멈췄다가 지난달 30일 재개된 바 있다.
지난 주말 독일계 업체가 부품 공급을 중단한 창저우 공장은 재고가 바닥나면서 이날 생산라인을 세웠다. 현대차 관계자는 “해당 업체와 납품 재개를 협의 중이며 타결되는 대로 생산을 재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부품 공급 중단으로 인한 생산 중단 가능성은 여전하다. 현지의 다른 부품업체들뿐만 아니라 현대·기아차를 따라 중국에 동반 진출한 국내 부품업체들도 대금을 못 받고 있어서다. 현지 부품업체의 공급 중단 배경에는 현대차의 현지 파트너인 베이징기차가 부품업체들에 납품 가격을 20% 정도 깎을 것을 요구하면서 갈등을 빚고 있는 게 한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기아차는 지난 3월부터 본격화된 사드 보복 여파로 지난 상반기 중국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반토막이 났다. 실적 부진으로 자금 사정이 나빠지면서 부품업체들에 평균 3개월가량 납품 대금 지급이 밀려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현대·기아차는 지난 4일 중국 진출 협력업체의 경영 애로 완화를 위해 2500억원 규모로 부품업체의 금형설비 투자를 일괄 선지급하는 상생협력 방안을 발표했다.
홍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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