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즈파오’(국내명 스포티지)에 장착된 차량용 인공지능(AI) 로봇 ‘샤오두’. 기아자동차 제공
현대·기아자동차가 중국 최대 인터넷 서비스 업체인 바이두와 미래 차 개발을 위한 전략적 협업 관계를 강화한다.
현대·기아차와 바이두는 10일(현지 시각) 중국 베이징 바이두 본사에서 ‘커넥티드카 전략적 협업 양해각서’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바이두는 검색엔진과 인공지능(AI), 음성인식, 커넥티비티 등 분야에서 중국 내 최고 기술력을 보유한 업체로, 최근 커넥티드카와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등 사업 영역을 넓혀왔다. 현대차 관계자는 “바이두와 2015년부터 차량용 폰-커넥티비티 서비스를 공동 개발해 중국 시장에 선보이는 등 협업해왔다. 이번에 추가로 미래 차 개발을 위해 지금까지 협업 수준을 뛰어넘는 강력한 동맹을 결성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앞서 현대차는 지난달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씨이에스(CES) 아시아 2018’에 참가해 바이두가 추진해온 자율주행 기술 개발 협력체계인 ‘아폴로 프로젝트’에 참여한다고 발표했다. 이 프로젝트에는 현대차를 비롯해 다임러, 포드, 베이징기차, 보쉬, 델파이 등 주요 완성차 업체와 부품업체, 마이크로소프트 등 정보통신기술(ICT) 업체 등이 대거 참여하고 있다.
바이두와 협업 강화는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으로 떠오른 중국의 젊은 소비층을 겨냥한 포석이기도 하다. 현대·기아차는 2015년 바이두와 공동으로 개발한 차량용 폰-커넥티비티 서비스인 ‘카라이프’ 적용을 시작으로 바이두와 협업에 첫 발을 내디뎠다. 카라이프는 구글의 안드로이드 오토와 애플의 카플레이와 유사한 서비스로, 차량에 스마트폰을 연결해 내비게이션, 전화, 문자메시지, 음악 등을 차량의 모니터를 통해 운전자가 손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해준다. 이후 현대·기아차는 중국 현지 전략형 차종을 출시할 때마다 바이두의 신기술을 접목한 서비스를 탑재해왔다. 현대차는 지난 4월 소형 스포츠실용차(SUV) 코나의 중국형 모델인 ‘엔씨노’에 바이두의 커넥티비티 서비스를 갖춰 출시했고, 기아차는 지난해 11월 바이두의 커넥티비티 서비스인 통신형 내비게이션과 대화형 음성인식 서비스 등을 채택한 준중형 세단 신형 포르테를 선보였다. 현대·기아차는 중국 정보기술 분야의 중심에 서 있는 바이두와 협업을 기반으로 중국 소비자들에게 미래차 개발을 주도하는 업체로 브랜드 이미지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날 협약의 초점은 미래 차의 핵심 기술 경쟁력인 지능화와 커넥티비티 흐름에 대한 대응체계를 공동으로 구축하는데 맞춰졌다. 이를 바탕으로 커넥티드카 서비스와 음성인식 서비스, 차량용 인공지능 로봇 개발, 사물인터넷(IoT) 서비스 등 4대 분야에서 협업이 진행된다. 이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차량용 인공지능 로봇이다. 기아차 중국법인은 지난 4월 출시한 신형 ‘즈파오’(국내명 스포티지)에 바이두와 공동 개발한 인공지능 로봇 ‘샤오두’를 선보인 바 있다. 차량 내부 대시보드 위에 별도로 장착된 이 로봇은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며 운전자와 날씨, 뉴스, 음성 검색 등 다양한 주제로 소통할 뿐 아니라 졸음운전이나 운전 부주의 등을 인지해 경고하는 기능도 갖추고 있다. 이 기술을 확대·발전시켜 나가겠다는 것이다.
추교웅 현대·기아차 인포테인먼트개발실장은 “아이티 기술이 자동차 산업과 결합하면서 지금껏 경험하지 못했던 혁신적 가치를 커넥티드카에 담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홍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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