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부진에 고전하던 완성차 업체들이 지난달 국내 시장에서 자동차 판매량을 소폭 늘리거나 감소세를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소비 진작책으로 내놓은 자동차 개별소비세(개소세) 인하 조처가 미약하나마 먹혀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개소세 인하 정책은 연말까지 한시적인 데다 종료 직후 ‘소비 절벽’ 현상이 나타났던 만큼 자동차 업계에 독이 될지 약이 될지 두고 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대자동차는 7월 한 달 내수시장 판매량이 6만367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 늘었다고 1일 밝혔다. 기아차 판매량은 4만7천대로 7.8% 증가했다. 기아차 관계자는 “신형 K9, K3, 카니발 등 신차 판매 호조에 개소세 인하 영향까지 더해져 판매가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쌍용차는 9823대로 13.5% 늘었다. 렉스턴 스포츠와 G4 렉스턴 판매 증가에 힘입어 올해 최대 판매 실적을 올렸다. 르노삼성은 7602대로 4.1% 줄었다. 6월의 20.9% 감소에 견줘 감속 폭이 크게 줄었다. 한국지엠(GM)은 개소세 인하에도 판매량이 16.7% 줄어 감소세를 벗어나지 못했다.
개소세 인하 조처가 나온 지 열흘 남짓 지난 것을 고려하면 판매 증가분은 이달부터 본격 집계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정부는 하반기 소비 진작을 위해 지난달 19일부터 연말까지 출고되는 승용차에 한해 현행 5%인 개소세를 3.5%로 1.5%포인트(30%) 낮추기로 했다. 업계는 여름 휴가철 비수기를 맞아 개소세를 낮춘 것에 대해 적잖이 반기는 표정이다. 개소세는 주로 사치성 품목에 더 높은 세금을 부과하는 것으로, 이전에는 특별소비세란 이름으로 불렸다. 과거 정부에서도 경기가 부진한 시기에 개소세 인하 카드를 꺼내 들었다. 소비재 판매를 촉진해 경기를 부양시킨다는 정책 의지가 반영돼 자동차는 물론 가전제품 등의 개소세가 인하되기도 했다.
완성차 업체들은 개소세 인하를 적용해 최대 340만원까지 차량 판매 가격을 낮췄다. 현대차는 차종별로 21만원에서 최대 87만원까지, 기아차는 29만원에서 171만원까지 낮췄다. 제네시스 브랜드는 69만원에서 288만원까지 인하됐다. 수입차들은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싼 만큼 더 큰 폭으로 인하됐다. 아우디는 이날 “A4, A6, R8 모델에 개소세 인하분을 반영해 최대 342만7천원 낮춰 판매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조삼모사 식으로 반복되는 대증요법이 소비자 구매 패턴과 업체 실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과거 전례로 보면 개소세 인하 기간이 끝나면 자동차 수요가 급격히 줄어드는 현상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개소세 인하는 차종에 무관하게 적용돼 가격이 비싼 대형차와 수입차 소비자들에게 더 많은 세금 감면 혜택을 주는 역진성 문제도 발생한다.
홍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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