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준 BMW코리아 회장이 6일 오후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최근 잇따른 차량의 화재 사고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늑장 리콜과 안이한 대응으로 화를 키웠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베엠베(BMW)코리아가 6일 독일 본사에서 기술팀을 불러 차량 화재 사고에 대한 자체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베엠베 화재 사고는 한국뿐 아니라 2016년부터 유럽 등 세계 여러 곳에서도 일어나고 있었던 것이라고 밝혔다. 베엠베는 종전에 밝힌 대로 디젤 엔진의 배기가스 재순환장치(EGR) 모듈의 이상이 화재 발생의 근본 원인이라고 설명했지만, 사고 원인을 둘러싼 의문점을 말끔히 해소시키지는 못했다.
김효준 베엠베그룹코리아 회장은 이날 오후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일련의 화재 사고로 인해 고객과 국민 여러분께 불안과 심려를 끼친 데 대해 머리 숙여 사과 드린다”고 밝혔다. 그는 “베엠베의 다국적 프로젝트팀 10여명이 한국을 방문해 관련 파트너사와 함께 조속한 문제 해결을 위해 24시간 일하고 있다. 정부 당국과도 면밀히 협조해 사전 안전진단과 리콜이 원활하게 진행되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올해 들어서만 국내에서 32건의 베엠베 차량 화재 사고가 났다. 앞서 베엠베는 화재 원인으로 엔진에 장착된 배기가스 재순환장치인 ‘이지아르’ 결함을 지목하고 관련 부품을 교체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지아르는 엔진에서 나온 배기가스를 다시 순환시켜 오염물질 배출을 줄이는 장치이다. 국토부는 지난달 26일 베엠베 쪽의 이런 주장을 받아들여 디젤 엔진을 장착한 ‘520d’ 등 42개 차종 10만6천대에 대한 리콜을 발표했다.
이날 회견에는 요한 에벤비클러 베엠베그룹 품질관리부문 수석부사장이 나와 본사 차원의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에벤비클러 부사장은 “디젤 차량의 이지아르 쿨러에서 발생하는 냉각수 누수 현상이 근본적인 화재 원인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냉각기 구실을 하는 이지아르 쿨러에서 냉각수가 새어나와 이지아르 파이프와 흡기다기관 등에 침전물이 쌓였고, 냉각되지 않은 고온의 배기가스가 빠져나가 침전물에 불이 붙는다는 것이다.
베엠베 차량 화재는 또 한국에서만 발생한 사례가 아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베엠베는 2016년부터 국내뿐 아니라 유럽에서도 유사한 화재 사고가 발생하고 있던 사실을 파악하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베엠베는 화재 사고의 원인으로 지목된 이지아르 모듈을 2016년 12월 개량했고, 이후 생산된 차량에서는 화재가 발생하지 않아 2016년에 이 결함 사실을 알고 부품 개량에 나선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김경욱 국토부 교통물류실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베엠베 쪽이 2016년부터 유럽에서도 비슷한 엔진 화재 사고가 있었고, 이에 따라 최근까지 원인 규명을 위한 실험을 해왔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에벤비클러 부사장은 “2016년 흡기다기관 쪽에 구멍이 뚫리는 작은 천공 현상이 생기는 것으로 파악했지만, 당시엔 정확한 원인을 몰랐다. 원인 규명을 위해 티에프를 구성했고, 최근 근본 원인을 밝혀내 유럽에선 기술적 조치를, 한국에선 리콜이라는 선택을 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유사한 결함 사례가 있었고, 결함률은 한국이 0.10%, 전 세계가 0.12%로 비슷하다”면서 “다만, 한국에서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문제가 나타난 것에 대해선 계속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한국에서만 일어나는 현상이 아니라면 정확한 현황과 통계를 정부에 제출하라고 요구했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이날 목포 화재 차량에서 확보한 이지아르 부품과 베엠베가 제출한 기술분석자료도 공개했다. 김 실장은 “베엠베가 제출한 자료는 화재 원인이 이지아르라고 전제하고 그 과정을 설명하는 수준으로 무성의한 답변 자료”라며 “왜 이지아르가 화재 원인인지, 그렇게 판단한 근거가 무엇인지, 제기되는 다른 가능한 요인들에 대한 판단은 무엇인지 등 추가 자료를 요구했고, 국토부 차원에서 정식 공문도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홍대선 허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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