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강원도 원주시 영동고속도로 강릉 방면 104㎞ 지점에서 베엠베(BMW) 520d 승용차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사진 강원경찰청 제공
28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주관으로 열린 베엠베(BMW) 화재 사고 공청회에서 자동차 전문가들은 베엠베가 화재 원인으로 지목한 하드웨어 문제와 더불어 소프트웨어의 오류 가능성과 설계 결함 의혹 등도 잇달아 제기했다. 국토교통부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원점에서 화재 원인을 조사해 연내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베엠베 피해자 모임을 대신해 나온 법무법인 바른의 하종선 변호사는 배기가스 재순환장치(EGR) 장치의 설계 결함 문제를 짚었다. 하 변호사는 “환경부가 2016년 봄에 20개 차종을 대상으로 유로6 기준의 질소산화물 배출 비교 시험을 한 결과, 실제 도로에서 베엠베 520d가 유일하게 기준을 맞췄다. 이것은 베엠베가 이지아르 모듈을 몇 배나 더 가동시켜 얻은 결과여서 밸브와 쿨러의 설계를 보다 강하게 했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다른 자동차보다 이지아르 밸브를 훨씬 더 많이 열고 닫기 때문에 내구성과 강도를 높게 설계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자동차학)는 하드웨어 문제와 함께 소프트웨어의 오류 가능성을 제기했다. 김 교수는 “하드웨어를 움직이는 것은 결국 소프트웨어”라며 “이지아르 쿨러에서 왜 누수가 일어나는지, 과도하게 작동했을 때 어떻게 되는지에 대한 알고리즘 부분을 조사해야 한다. 불이 나는 조건으로 운전 습관이나 장거리 주행을 이유로 드는 것은 궁색한 변명이다”고 지적했다.
여야 의원들은 베엠베의 결함 은폐 의혹과 함께 국토부의 미흡한 대처를 추궁했다. 김정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15년부터 지난 4월까지 3차례에 걸쳐 환경부에서 베엠베 차량의 이지아르 결함 관련 리콜이 있었는데도 국토부와 협업이 안돼 국민 불안을 키웠다”고 비판했다.
김효준 베엠베코리아 대표는 연이은 차량 화재 사고와 관련해 차량 결함을 인정하고 거듭 사과했다. 김 대표는 ‘화재가 제작결함 문제냐, 운전습관의 문제냐’는 의원들의 질의에 “자동차의 결함 문제”라고 대답했다. 2016년 화재 원인을 알고서도 2년 동안 은폐한 게 아니냐는 지적과 관련해선 “이지아르 결함이 화재로 이어진다는 건 지난 6월에야 알았다. 정부 민관합동조사단이 독일에 가면 모든 자료를 100% 공개하도록 약속드린다”고 말했다. 김정렬 국토부 2차관은 화재 사고의 원인 규명과 관련해 “민관합동조사단에서 제작사가 화재 원인으로 지목한 이지아르 모듈에 국한하지 않고 원점에서 조사 원인을 집중 규명해 연내 완료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소비자협회 소송지원단은 이날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베엠베 차량 화재 원인은 배출가스의 감소를 위해 주행 중에 바이패스 밸브를 열리게 하는 전자제어장치(ECU)의 세팅이 원인으로 지목된다”고 주장했다. 소송지원단장인 이호근 대덕대 교수(자동차학)는 “고온의 배기가스가 유입되는 것을 막기 위해 평상 시 바이패스 밸브가 닫혀야 하는데, 베엠베 유로6 모델에서는 주행 중에도 열리는 현상이 현장 실험에서 발견했다”고 말했다.
홍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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