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편의점들이 전국적인 유통망과 구매 영향력을 바탕으로 면세품 판매부터 은행 업무까지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씨유(CU)는 자사 애플리케이션 씨유포켓에 출국을 하지 않아도 면세 명품을 살 수 있는 ‘면세점 명품관’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24일 밝혔다. 현대백화점 면세점과 손을 잡고 진행하는 이번 사업은 내수통관 면세품을 골라 애플리케이션에서 결제하면 입력한 배송지로 상품이 배송되는 온라인몰 방식으로 운영된다. 페라가모, 알렉산더맥퀸, 지방시, 멀버리 등 명품 브랜드의 50여개 상품을 최대 70% 할인해 판매한다. 취급 브랜드와 품목은 시즌별로 달라진다.
이번 사업은 젊은층 구매 영향력이 높은 편의점업의 특성을 활용한 사업 확장으로 풀이된다. 씨유 자체 통계를 보면 자사 애플리케이션 이용자 중 약 70%가 20~30대고, 이들의 고객 1인당 평균 매입액(객단가)도 지난해 동기대비 10% 이상 상승하는 등 젊은층의 소비가 느는 추세다. 씨유를 운영하는 비지에프(BGF)리테일 관계자는 “코로나19 장기화로 해외여행이 어려워진 엠제트(MZ)세대가 편하게 면세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협업을 기획했다”고 말했다.
편의점 업계는 매장에서 간단한 금융업무를 볼 수 있는 ‘금융 특화 편의점’도 선보이고 있다. 지에스(GS)25를 운영하는 지에스리테일은 지난달 말 신한은행과 금융업무가 가능한 혁신점포 1호점을 강원도 정선군 고한읍에 열었다. 화상 상담을 할 수 있는 ‘디지털 데스크’에서 펀드와 퇴직연금, 대출 처리가 가능하고, 스마트 키오스크를 통해 체크카드 발급과 보안매체 재발급, 공과금 납부, 현금 입·출금, 통장 발급·정리 등 업무 처리가 가능하다. 주택담보대출과 기업 대출 등 대면이 필요한 업무를 제외하고 영업점 업무의 80% 이상이 가능하다. 씨유도 하나은행과 함께 지난 9월 서울 송파구 마천동에 협업 점포를 개점한 바 있다.
금융 특화 편의점 같은 업계 간 합종연횡 사례는 점차 늘 것으로 보인다. 오프라인 점포 운영에 큰 비용이 들어 점포 통폐합을 진행 중인 은행 같은 전통 산업과 전국적인 유통망을 활용해 사업 영역 확장을 시도 중인 편의점 업계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양재석 비지에프리테일 경영기획실장은 “전국 1만5000개가 넘는 점포들이 온·오프라인 통합의 시대를 맞아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기회의 발판”이라며 “단순한 상품 출시에서 더 나아가 타 브랜드와 다양한 가치를 낼수 있는 협업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옥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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