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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겨울올림픽 참가 선수들의 “치킨 사랑” 고백, 이유 있었네

등록 2022-02-15 04:59수정 2022-02-15 09:53

황대헌·최민정·차준환 “BBQ 치킨 좋아해”
윤홍근 회장, ‘해체위기’ 빙상연맹 지원
선수 눈높이서 스킨십, ‘특수’로 이어져
윤홍근(왼쪽) 동계올림픽 선수단장이 지난 12일 최민정 선수에게 문재인 대통령의 축전을 읽어주고 있다. 제너시스비비큐 제공
윤홍근(왼쪽) 동계올림픽 선수단장이 지난 12일 최민정 선수에게 문재인 대통령의 축전을 읽어주고 있다. 제너시스비비큐 제공
베이징 겨울올림픽 국가대표 선수들의 잇따른 ‘치킨 사랑’ 고백에 치킨 프랜차이즈 비비큐(BBQ)가 방긋 웃고 있다. 파벌 파문으로 해체위기까지 겪던 대한빙상경기연맹(빙상연맹)의 회장직을 맡아 올림픽 특수를 일궈낸 윤홍근 비비큐 회장의 스포츠 마케팅 ‘뚝심’도 화제가 되고 있다. 당연히 경쟁업체들의 부러움이 쏟아진다.

황대헌이 쏘아 올린 ‘치킨연금’

비비큐의 겨울올림픽 특수는 황대헌 쇼트트랙 남자 국가대표 선수의 발언으로 시작됐다. 황 선수는 지난 9일 1500m 결승전서 금메달을 딴 뒤 ‘선수촌으로 돌아가면 가장 하고 싶은 게 무엇이냐?’는 취재진 질문에 “치킨을 먹고 아이스크림으로 마무리하고 싶다. 가장 좋아하는 메뉴는 (비비큐) 황금 올리브”라고 답했다. 인터뷰 내용을 전해들은 윤 회장이 즉각 황 선수에게 ‘평생 치킨 제공’을 약속하면서 온라인에선 ‘치킨 연금’이란 신조어가 돌았다.

차준환 피겨스케이팅 남자 국가대표 선수도 치킨 사랑 고백에 동참했다. 차 선수는 싱글 경기를 마친 다음 날인 11일 훈련장에서 취재진을 만나 평소 친분이 있던 황 선수에게 응원 메시지를 보내면서 “저도 정말 치킨을 좋아한다. 소울푸드가 치킨이다. 다 아시겠지만, 그 치킨이 맛있다”며 크게 웃었다. 상호를 직접적으로 말하진 않았지만 맥락상 비비큐로 해석됐다.

최민정 선수도 쇼트트랙 여자 1000m 결승에서 은메달을 딴 다음 날인 12일 윤 회장을 만난 자리에서 “은메달도 평생 치킨을 먹을 수 있을까요?”라는 농담을 건넸고, 윤 회장은 “남은 경기에서 좋은 성과를 올린다면 평생 치킨권을 고려해 보겠다”며 웃었다고 한다. 윤 회장이 베이징 겨울올림픽 선수단장 자격으로 현지에 머물며 국가대표 선수들을 지원하고 있었기에 나올 수 있었던 발언들이었다.

BBQ “치킨 주문량 30% 급증”

선수들의 잇따른 치킨 사랑 고백은 비비큐 특수로 이어졌다. 비비큐는 황 선수 발언이 나온 9일부터 13일 사이 “황금 올리브 치킨 주문량이 평소보다 30% 정도 늘었다”고 밝혔다. 올림픽 특수 효과 덕에 전국 가맹점주들의 원재료 주문량도 50%가량 증가한 것으로 것으로 나타났다. 네이버 데이터랩의 분석 결과에서도 같은 기간 황금 올리브 치킨 관련 검색량이 평소보다 2배 이상 급증했다.

윤홍근 비비큐(BBQ) 회장(왼쪽)과 황대헌 쇼트트랙 남자 국가대표 선수. 윤홍근 회장 인스타그램 갈무리
윤홍근 비비큐(BBQ) 회장(왼쪽)과 황대헌 쇼트트랙 남자 국가대표 선수. 윤홍근 회장 인스타그램 갈무리
‘해체위기’ 빙상연맹 회장사 수락

윤 회장과 선수들의 인연은 2020년 12월 윤 회장이 빙상연맹 회장에 취임하면서 시작됐다. 앞서 빙상연맹은 평창올림픽 뒤 불거진 파벌·성추행 파문으로 대한체육회로부터 관리단체 지정을 받는 수모를 겪었다. 20년 넘게 후원해 온 삼성까지 손을 놓은 상황에서 새 회장사가 선뜻 나타나지 않았다. 빙상연맹은 당시 새로운 회장사에게 임기 4년 동안 올림픽 포상금을 포함해 50억원 지원해주길 원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연맹 운영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공석인 회장 선출이 시급한 상황에서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 비비큐에 회장사 제안이 왔다. 학창시절 레슬링 선수로 활약한 것을 계기로 대한레슬링협회장을 맡았던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스키 선수 경력이 있던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대한스키협회 회장사를 맡았던 것과 달리, 윤 회장은 빙상과 관련해 아무런 이력이 없었다. 굳이 연결짓자면, 윤 회장이 지난해 8월 도쿄 올림픽 직후 김연경 배구 국가대표 선수를 광고 모델로 발탁하고 대학 배구선수들을 후원하는 등 스포츠 마케팅에 관심을 갖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윤 회장은 수개월간 고민 끝에 빙상연맹 회장직을 수락했다. 그리고 선수들과의 스킨십에 남다른 공을 들였다. 회사 안팎에선 “빙상연맹에 겨울올림픽 메달 효자 종목들이 대거 포진됐고, 스키협회와 빙상연맹이 번갈아 겨울올림픽 선수단장을 맡는 관행상 홍보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회장사 제안을 수락하고, 선수들과 접점을 늘렸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실격 항의’ 기자회견에 선수들 신뢰 얻어

윤 회장은 지난해 4월 피겨 세계선수권대회를 마치고 돌아온 차준환 등 대표 선수들을 비비큐 본사로 초청해 격려하고, 같은 해 9월엔 진천선수촌을 찾아 합숙훈련에 땀흘리는 국가대표 선수들을 응원했다. 그 때마다 그의 손에는 치킨이 들려 있었다. 무엇보다 선수들 편에서 불편한 일도 마다 않는 윤 회장의 행동이 선수들과의 신뢰관계를 돈독히 했다는 분석이 많다. 지난 8일에는 남자 쇼트트랙 경기 중 석연치 않게 실격 판정을 받은 선수들을 위해 항의 기자회견을 자처했다. “스포츠계에서 다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모든 수단을 강구하겠다”는 윤 회장의 강한 항의 메시지에 선수들이 고마움을 표했다고 한다.

치킨 유통업계의 한 임원은 “내홍을 겪던 빙상연맹을 맡기까지 기업 입장에선 부담이 클 수밖에 없었고, 연맹 소속 선수들은 통 큰 결정을 해준 윤 회장에게 고마움이 컸을 것”이라며 “비비큐는 올림픽 특수뿐만 아니라 가맹점 갑질 논란과 비에이치씨(bhc)와의 장기 소송전으로 쌓인 부정적 이미지를 단번에 바꾸는 효과까지 누렸다”고 말했다.

옥기원 기자 o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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