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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쇼핑·소비자

1인당국민소득 3만달러시대의 허상

등록 2006-03-24 14:26

현재 1인당 국민소득이 4만 달러를 넘는 한 나라가 있다. 하지만 이 나라는 전체인구의 12.1%인 3,460만명이 빈곤층인 나라(2002년 통계)이기도 하다. 이 나라에서는 4,300만명에 달하는 국민들이 어떠한 의료보험 혜택도 받지 못 하고 있다. 이 나라는 선진 국가들 가운데 유아사망률이 가장 높은 나라(일본의 거의 두배 수준)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나라는 '세계 초강대국'으로 불리우며 일부 사람들에게는 흠모의 대상이 되기까지 한다.

여기, 1인당 국민소득이 1만 6천달러에 달하는 또 다른 한 나라가 있다. 하지만 이 나라의 빈곤층 인구는 작년에 500만 명을 돌파했다. 불과 1년 동안 40만 명이 빈곤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이 나라에서는 하루 평균 7, 8명이 산업재해로 목숨을 잃고있으며, 한 해에만 1만 2천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이 나라에서는 2,30대의 사망원인 1위가 자살이다.(2004년 통계) 자살율은 OECD 국가들 중 1위다. 하지만 이 나라는 요즘 '3만 달러'의 꿈에 흠뻑 취해있는 모양이다. 하긴 이 나라에서는 여윳돈으로 백만 달러 이상을 보유한 사람이 매년 10%씩 늘어나고 있는 모양이다.

축구 4강, 야구 4강, 올림픽 9강, 세계 10대 교역국의 순위가 그렇게 중요한 것인지 필자는 잘 모르겠다. 심지어 우리가 미국을 제치고 초강대국이 된다한들, 그것이 과연 기뻐할 일인지도 모르겠다.

(동양근대사에서) '부국강병'을 맨 처음 캐치프레이즈로 내걸었던 이들은 메이지유신을 일으킨 일본의 제국주의자들이었다. 불평등조약으로 어쩔 수 없이 개항을 하게된 이들은 '문명개화'와 '탈아입구'를 내세워 서구 제국주의 대열에 합류하려 애썼다. 그 결과 일본은 동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세계적인 열강으로 거듭났다. 하지만 어떻게 되었는가? 또 영국의 식민지 상태에서 해방되기 위해 7년간의 독립전쟁을 치루고 기념비적인 독립선언문을 발표했던 미국의 오늘은 과연 어떠한가? 과연 진보세력이 부국강병을

소리높여 주창해야 하는가?


물론 '성장'은 중요한 가치 중 하나이다. 세계화 흐름을 무작정 거부하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진보주의자라면, 수치 상의 성장을 찬양하기 보다는 고통받는 사람들의 절절한 마음을 헤아리는 자세가 먼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국가응집력을 높여야 한다. 하지만 비정규직이나 농민들의 아픔을 먼저 보살펴야 한다. 억지춘향식으로 고통받는 국민들에게 '허리띠를 졸라매자'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한미자유무역 협정을 당장 중단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절대로 서둘러서는 안 된다. 자칫 잘못하면 양극화 문제에 독약이 될 수도 있다. '대외경제연구원'(KIEP)도 특히 농업분야에서 엄청난 피해가 올 수도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념계층 갈등은 되도록 적을수록 좋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갈등을 회피해서는 안 된다. '성장'을 위해 '세계초일류기업' 삼성의 족벌경영, 탈법세습을 묵인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감세'를 주장하는 '범 우익진영'에 맞서 이념정책 대결을 펼치지 않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현재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경직성은 문제가 있다. 하지만 노동시장의 유연성은 노동 수요의 유연화, 즉 기업의 필요에 따른 해고의 자유화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진정한 의미에서의 노동시장의 유연성은 노동공급의 유연화, 즉 한번 해고되더라도 이직이 '유연'한 상태에서만 달성될 수 있다.

겨레 모두 단결하고 통합하면 좋을 것이다. 하지만 필자는 백주대낮에 묘지를 깨부수는 자들, 성추행을 저지르고도 뻔뻔한 자들, 공공건물을 자기 것인양 사용하며 '황제 테니스'를 즐기는 자들과 '단결'하고 '통합'할 생각이 전혀 없다. 그런 자들과는 '갈등'하고 '대립'하는 것이 양심상 옳은 행동일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국인의 자질' 운운하는 이야기는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 우리가 인종적으로 자질이 뛰어나다는 것인가? 왜 우리는 '3만달러'를 위해 인종주의자가 되어야만 하는가? 수치상의 성장만이 금과옥조인 시절은 이미 지나갔다. '3만달러'의 허상에 속지 말라. 중요한 것은 수치 안에 감춰진 수많은 삶들의 내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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