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기간보다 최근 6개월 이용금액 우선
장기 가입자들 상대적 박탈감 논란일어
장기 가입자들 상대적 박탈감 논란일어
“5년 쓰면 13만원, 1.5년쓰면 17만원” 지난 27일 휴대폰 보조금 내역이 공개되면서, 소비자들이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짧은 기간 많이 쓴 사용자에 비해 오랜 기간 이용료를 저렴하게 쓴 사용자가 소속 이동통신사에 대한 기여도가 높은데도 보조금 혜택은 훨씬 적기 때문이다. 29일 에스케이텔레콤이 공개한 보조금 내역을 보면, 월 5만원 이용자가 5년을 사용했을 경우 보조금을 13만원 받을 수 있다. 반면 월 9만원 이상 사용자가 18개월을 썼을 때는 17만원의 보조금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는 회사 기여도에서 월 5만원 이용자가 300만원으로 월 9만원 사용자의 162만원에 비해 2배 가량 높은데도 불구하고 정작 보조금 수혜는 적게 받는 셈이다. 에스케이텔레콤 고객은 4년 이상 사용자가 43.9%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을 고려할 때 장기 이용자들의 상대적인 박탈감은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 케이티에프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월 5만원 이상 5년 이용자가 해당사에 300만원을 기여해 12만원의 보조금을 받는 반면 월 7만원 이상 18개월 이용자는 절반에도 못미치는 기여도(126만원)에도 불구하고 16만원의 혜택을 받게 된다. 엘지텔레콤 역시 8년 이상 장기 가입자에 보조금 혜택을 또 한번 주지만 사정은 비슷하다. 이러한 현상은 정보통신부가 ‘단말기 보조금은 과거 회사 기여도에 대한 보상’이라는 설명과 동떨어진 것이다. 과거 회사 기여도와는 상관없이 최근 6개월 이용요금만 많으면 기여도가 낮아도 보조금을 훨씬 많이 받을 수 있는 방식이다. 이에 대해 모바일사용자연합의 박정석 회장은 “이번 보조금 정책은 형평성에서 많이 어긋나 있다”며 “보조금 지급 기준이 최근 6개월 사용요금이 되면서 5년, 10년 이상 장기 사용자들은 상대적으로 손해를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동안 소비자들은 얼마나 오래 썼나를 고민했는데 막상 나온 보조금은 최근 몇달 동안의 이용금액에 따른 것이라 실망하고 있다”며 “이통사가 타사 이용자들을 뺏어오려고만 했지 자사 고객에게 혜택을 주려는 고민이 부족한 탓”이라고 말했다.
가격비교사이트 다나와(www.danawa.com)에서 27일부터 진행 중인 설문조사에 따르면 29일 오후 3시 현재 1042명이 참여해 681명(65.3%)이 ‘장기 사용 고객에 대한 보조금 인상’에 찬성했다. 다음으로 ‘기준을 6개월이 아닌 전체 사용 금액으로 변경’145명(13.9%), ‘사용액이 많은 고객 보조금 인상’ 68명(6.5%)로 뒤를 이었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타사 이용자를 당겨오기 위해 보조금 정책이 사용된 측면이 있다”며 “보조금 금액 기준 설정 때 사용기간보다 이용금액이 우선돼 장기 이용자의 경우 박탈감을 느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약관 변경에 대해서는 “아직 하루밖에 안돼서 좀 두고 본 뒤 결정할 일”이라고 명확한 답변을 피했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