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업체 비싼 제품 파는 것 신경쓸 때
중소업체는 이익율 높은 품목 팔아 승부
중소업체는 이익율 높은 품목 팔아 승부
‘홈쇼핑업계의 매출과 수익은 반비례?’
홈쇼핑에서 100만원짜리 양문형 냉장고와 2만원짜리 포기 김치가 팔렸다면 남는 이윤은 어느 쪽이 더 많을까. 단품으로 팔 때 남는 금액은 냉장고가 훨씬 크겠지만, 김치를 100만원어치 팔았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냉장고 1대는 대략 3만원 정도 이익이 남는 반면 김치 50포기를 팔면 20만원 가량이 남는다. 냉장고보다 김치의 수익률이 월등히 높다는 얘기다.
지난해 5개 홈쇼핑업체의 매출과 수익을 비교해보면 이런 상황을 잘 알 수 있다. 농수산홈쇼핑은 지난해 2천억원이 채 안되는 매출을 기록했다. 5천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린 1위 지에스홈쇼핑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농수산홈쇼핑의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은 무려 34%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1위를 차지했다. 지에스의 영업이익률 15%에 견주면 2배를 넘는다. 쉽게 말해 100원어치를 팔았을 때 지에스가 15원을 남겼다면, 농수산은 34원을 남겼다는 얘기다.
이처럼 매출과 수익의 반비례 현상은 홈쇼핑업계 전반을 관통한다. 지에스-씨제이-현대-우리-농수산 순서인 매출액 순위를 영업이익률 순위로 매기면 정반대(표 참조)가 된다. 순이익 규모에서도 농수산홈쇼핑은 623억원을 기록해, 씨제이(666억원)를 빼고 지에스(601억원)와 현대(438억원), 우리(481억원) 등 다른 3개 업체를 모두 앞질렀다.
이는 대형 업체들이 냉장고 등 고가 가전제품 판매를 통해 외형 경쟁에 신경쓰는 반면 농수산홈쇼핑 등 비교적 규모가 작은 업체들은 패션이나 음식 등 실속 위주로 영업한 것이 주효했기 때문이다. 가전제품의 경우 반품, 배송, 신용카드수수료 등까지 모두 따지면 이익률이 3% 정도에 그치지만, 패션의류, 보험, 식음료 등은 반송 등이 적어 대략 20% 정도를 남긴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또 대형 업체들이 사명 변경이나 판매채널 확보를 위한 종합유선방송사업(SO) 투자 등 새 사업에 자금을 대규모 투자를 하는 것도 수익율 저하의 이유로 꼽힌다. 지에스는 지난해 엘지에서 회사 이름을 바꿔 이를 알리는 데만 상당한 자금이 소요됐고, 사업 확장 차원에서 인터넷쇼핑몰, 오픈마켓, 티-커머스 등 신규사업에 대대적인 투자를 했다. 씨제이도 사정은 비슷하다. 이에 견줘 농수산의 경우 새 사업을 위한 투자보다는 기존 사업에 충실하면서 소수 채널을 통한 방송 송출에 집중한 것이 이런 결과를 낳은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시간이 흐를수록 상위업체들이 추구하는 규모의 경제가 힘을 발휘해 현재의 수익률 판도가 달라질 수 있다고 전망한다. 한 홈쇼핑업계 관계자는 “유선방송사 매입 등 매출 확대를 위한 채널 투자는 시간이 갈수록 매출 증대 및 수익 증대로 이어질 것”이라며 “농수산홈쇼핑의 영업이익률 수준까지는 어렵겠지만 장기적으로 대형사들의 순이익은 지금보다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성곤 기자 cs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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