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외부장치…한국 ‘빨리빨리’ 문화 영향
자동으로 게임 캐릭터 능력 쑥쑥
회사원 전아무개(32)씨는 출근 전 컴퓨터에 ‘마술’을 건다. 즐겨하는 게임의 캐릭터 능력을 올리려고 ‘오토마우스’라는 편법을 사용하는 것이다.
오토마우스는 컴퓨터 본체와 마우스 사이에 끼워넣어 게임 캐릭터의 능력을 끌어올리는 외부장치다. 게임에 등장하는 적의 출현 패턴을 입력해 캐릭터가 스스로 무기를 휘둘러 이들을 물리치게 된다. 사용자는 이를 통해 경험치를 얻어 캐릭터 레벨이 올라가거나 아이템을 획득할 수 있다. 최근 오토마우스를 찾는 사람이 늘면서 포털사이트 중심으로 수십개의 오토마우스 판매상이 난립하고 있다.
애초 오토마우스는 이벤트에 자동 응모하는 프로그램에서 시작됐다. 이후 미니홈피 방명록 횟수를 올리는 프로그램으로 진화했다가 최근에는 게임 분야에까지 등장했다. 특히 다중접속온라인역할수행게임(MMORPG)의 경우 오토마우스 가격이 1만원부터 80만원대까지 천차만별이다. 인기를 끌고 있는 게임이라면 어김없이 등장한다.
오토마우스가 성행하는 이유는 한국인 특유의 ‘빨리빨리’ 문화 때문이다. 사용자들이 게임 캐릭터를 어느 정도 수준까지 올리기 위해서는 매일 일정시간을 투자해야 하는데, 그 시간을 기다리기 힘들어하기 때문이다. 아이템이 비싼 것은 수백만원대에 이르는 것도 오토마우스를 찾은 원인 가운데 하나다. 5만원짜리 오토마우스를 이용한다는 회사원 이아무개(29)씨는 “속임수로 레벨을 올려 미안한 마음도 있지만 직장 일이 바빠 어쩔 수 없이 사용한다”며 “내 캐릭터가 다른 이용자 것을 능가할 때 재미를 느낀다”고 말했다.
웹젠의 한 관계자는 “오토마우스에도 똑같이 시장의 논리가 적용된다”며 “인기 게임에는 아이템 거래시장이 활성화되고 곧 오토마우스가 등장한다”고 밝혔다. 반면 게임업체들은 이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 게임업체 관계자는 “정상적인 이용자를 위해 오토마우스를 막아야 하지만 현실적인 제재 방법이 없다”며 “패치 업그레이드를 통해 막으려고 하지만 며칠 지나면 그것을 뚫는 프로그램이 다시 등장한다”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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