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소비층이 늘어나면서, 1만원 이하 저가 와인 시장이 할인점 등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마트 서울 양재점의 와인 코너에서 소비자들이 와인을 고르는 모습. 이마트 제공.
1만원대이하 인기 끌어
할인점 점유율 40% 근접
품질도 떨어지지 않아
할인점 점유율 40% 근접
품질도 떨어지지 않아
‘5천원짜리도 와인이다.’
흔히 와인 하면 근사한 식사 자리의 분위기를 돋우는 비싼 소품쯤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이제는 늘 곁에 두고 마실 수 있는 ‘생활음료’ 정도로 개념을 바꿔야 할 것 같다. 와인 소비층이 늘어나면서 2만~3만원 또는 1만원 이하의 저가 와인이 빠르게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 주요 할인점에서는 가격별로 1만원 이하인 와인의 점유율이 40%에 육박할 정도다. 와인업체들도 수입 라인에 저가 와인을 추가하거나 수입량을 늘리고 있다.
1일 대형할인점 이마트의 판매 추이를 보면, 지난해 팔린 와인 185만병 가운데 37%인 110만병이 1만원 이하 제품이었다. 전년보다 16만병이 더 팔렸다. 이 중 5천원 이하 초저가 와인도 5%대인 27만병에 이른다. 이마트 관계자는 “할인점에서 판매되는 와인 중에서 1만5천원대 이하의 제품이 저가 와인으로 분류된다”며 “최근 1~2년 사이에 저가 와인에 대한 인식이 바뀌면서 소비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가격이 낮다고 해서 와인으로서의 가치에 의구심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입을 모은다. 격식을 차려 남을 대접하거나 깊은 맛을 음미하려는 목적이 아니라면 하루 한잔 정도 건강을 위한 용도로서는 고가 와인에 뒤지지 않는다고 평가한다.
와인이 저가와 고가로 분류되는 기준은 주로 공정이나 원산지(토양) 또는 생산량과 숙성도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이런 차이 때문에 맛에서는 차이를 보이지만, 노화방지나 심장병 예방 등 와인의 장점으로 꼽히는 건강음료로서의 기능에는 별반 차이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최신덕 수석무역 과장은 “회사에서 수입하는 5천원대 와인 ‘리버크래스트’는 전세계 시장에서 판매량으로 3위 안에 들고 국내에서도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갈 정도로 대중성을 인정받고 있다”며 “국내 모든 할인점에서 판매되는 것은 물론 특급호텔에서 서비스로 무상 제공될 정도로 품질을 검증받은 와인”이라고 말했다. 다만 만들어진 지 5년 이상 백년까지 두고 마실 수 있는 고가 와인과 달리 저가 와인의 경우 3년이 넘으면 맛이 크게 떨어질 수 있어 그 전에 마셔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주류업계에서는 전반적으로 와인 소비가 늘어나고 있고, 현재 마시는 사람보다 안 마시는 사람이 많다는 점에서 저가 와인의 성장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우리나라에서도 미국이나 유럽처럼 큰 비용 부담 없이 매일 한잔씩 마실 수 있는 ‘에브리데이 와인’ 시대가 멀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와인 한병의 용량은 750㎖로 병당 6~7잔 정도 나오는데, 부부가 매일 한잔씩 마신다고 치면 일주일에 2병, 한달이면 8병 정도다. 이를 5천원짜리로 계산하면 4만원이면 충분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경희 대유와인 대표는 “미국이나 유럽에서도 2~3달러짜리 와인이 널려 있기 때문에 매일 와인을 즐길 수 있는 것”이라며 “앞으로 저가 와인은 저가 와인대로 고가 와인은 고가 와인대로 특성에 맞게 시장이 커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성곤 기자 cs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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