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풍기·시계·공기정화기 등 ‘팔방미인형 제품’ 쏟아져
한점 바람이 아쉬운 열대야의 밤. 웹디자이너 ‘최첨단’ 대리의 피시 책상 위에선 미니 선풍기가 ‘솔솔’ 돌아간다. 밤샘 작업이 잦은 그에게 커피는 필수. 모니터 옆에 놓인 컵받침 모양의 ‘컵 보온기’ 위에 올려 둔 원두커피를 홀짝 홀짝 마신다. 커피는 30분 전에 가져다뒀지만 미적지근해지는 일이 없다. 원래의 맛과 향을 살려 온도가 유지되는 덕분이다.
그런데 최 대리의 애용품들은 뭔가 특이하다. 컵 보온기는 전기 콘센트가 아니라 모니터의 유에스비 포트에, 미니 선풍기는 ‘유에스비 허브’를 겸하는 컵 보온기에 연결돼 있다.
최근 전기 콘센트 대신 유에스비 포트를 활용하는 제품들이 쏟아지고 있다. 언제 어디서든 노트북이나 피시 활용이 가능한데다, 최근에는 자동차까지도 유에스비 포트를 마련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폴크스바겐은 ‘아이팟’ 등을 위해 유에스비 포트를 장착했고, 쌍용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 ‘렉스턴Ⅱ’도 유에스비 포트로 각종 디지털 멀티미디어 기기 시대를 대비하고 있다.
피시와 주변기기를 연결하는 표준규격인 유에스비 포트는 이제 단순히 메모리 스틱이나 마우스의 연결에 그치지 않는다. 처음에는 엠피3 플레이어나 디지털 카메라, 디엠비 수신기 등의 손쉬운 연결 기능으로 각광 받았지만, 지금은 탁상용 조명 기기나 시계, 공기정화기, 인터넷 전용 전화기 제품까지 유에스비형으로 쏟아진다. 옥션 컴퓨터·가전팀의 정재명 부장은 “온라인 쇼핑몰에서 팔리는 ‘유에스비형’ 제품군이 100여종이 넘는다”고 말했다.
유에스비형 제품은 휴대용 백신 탑재나 유해사이트 차단 잠금장치로도 환영받는다. 유에스비형 스틱에 각종 솔루션을 탑재한 뒤 피시나 노트북에 꽂아 사용하면 제품 한 개로 여러 대의 피시에 손쉽게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소러스의 ‘키드락’은 컴퓨터에 꽂으면 모든 사이트 접근이 가능하지만, 빼버리면 사용자가 미리 설정한 유해단어 검색이나 유해사이트 접속이 차단된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