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화장품기업 연구소 조사에선 `안전'
"피부 독성 강한 6가 크롬에 대해서는 가이드라인 필요"
"피부 독성 강한 6가 크롬에 대해서는 가이드라인 필요"
중국 당국이 해외 유명 화장품들에서 크롬 등 중금속이 검출됐다고 공개하면서 그 여파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물론 이로 인해 직격탄을 맞은 곳은 전 세계를 상대로 화장품 사업을 벌이고 있는 세계적인 화장품 업체들이다.
하지만 국내 소비자들도 과연 믿고 사용해도 되는 것인지 확신을 못해 불안해하고 있고, 보건당국도 문제의 성분을 수거해 검사하고 있긴 하지만, 국제적으로도 화장품의 크롬 기준이 설정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단지 화장품에서 크롬이 검출됐다는 사실만으로 위험하니 사용하지 말라고 권고해야 할지, 아니면 안전하다고 해야 할지 몰라 난감해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대표적 화장품 기업의 부설연구소에서 시중 유통 중인 국내 제조 및 수입 화장품의 수용성 크롬에 대한 안전성 평가를 실시했으며, 그 결과 화장품의 크롬에 대해서는 안전하다는 내용을 담은 연구논문을 발표했던 것으로 뒤늦게 확인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메이크업 화장품에서 수용성 크롬의 안전성 평가'란 제목의 이 논문은 아모레퍼시픽의 태평양기술연구원 피부과학연구소 정혜진 팀장 등 4명의 연구원이 지난 2005년 3월에 한국독성학회 학회지와 2006년 국제 접촉성 피부염 학회지에 각각 발표했다.
논문에 따르면 크롬은 분자구조에 따라 물리적인 성질과 독성이 판이하게 다르다.
이 중에서 3가 크롬은 인체 대사에 필요한 필수 원소이지만, 6가 크롬은 피부에 직접적인 자극을 주거나 알레르기를 유발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럽과 한국 등 각국에서 화장품의 크롬을 따로 규제하고 있지는 않으며, 다만 3가 크롬이 들어간 `크롬 옥사이드 그린'과 크롬 하이드로사이드 그린' 등 2개의 크롬 화합물은 아이라이너, 메이크업베이스 등 화장품의 색소 원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따라서 화장품 중 크롬 함량을 조사해 인체 유해성 여부를 판단할 때 총 크롬 함량은 무의미하며, 수용성 크롬을 3가와 6가로 나누어 특히 인체에 유해한 영향을 줄 수 있는 6가 크롬의 함량을 집중적으로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이 논문은 지적하고 있다.
연구팀에 따르면 검사대상으로 삼은 국내 7개 화장품 제조사와 5개 수입사의 메이크업 화장품(16개 브랜드 48개 제품)에서 피부에 자극을 일으킬 수 있는 수용성 6가 크롬은 어떤 제품에서도 검출되지 않았으며, 3가 크롬은 8개 브랜드 9개 제품에서 10㎎/㎏ 이하로 검출됐을 뿐이다.
또 총 크롬 함량도 10개 브랜드의 12개 제품에서 300㎎/㎏ 이상 나오긴 했지만, 그 이외 제품에서는 55㎎/㎏ 이하로 비교적 낮은 수준이었다.
연구팀은 "총 크롬 함량이 높다고 무조건 위험한 것은 아니다"고 강조하며, "그렇지만 6가 크롬은 피부 독성이 강하기 때문에 지속적인 품질 관리를 위해서라도 이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한기 기자 shg@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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