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냅경제
주당들 사이에선 가끔 “어제 가짜 양주를 마신 것 같다”는 푸념이 나온다. 그렇다면, 국내에서 은밀히 만들어지는 가짜 양주의 규모는 과연 얼마나 될까?
정확하지는 않지만, 16일 국세청 국정감사에서 나온 자료로 가짜 양주의 규모를 가늠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싼 값으로 80년대를 풍미했던 추억의 양주 ‘캡틴큐’와 ‘나폴레옹’이 가짜를 만드는 데 재료로 사용되기 때문이다. 이들 양주를 만드는 주류회사가 문석호 열린우리당 의원에게 낸 자료를 보면, 지난해 캡틴큐와 나폴레옹은 각각 24만ℓ와 34만ℓ씩 팔렸다. 700㎖짜리 큰 병으로 계산하면, 모두 83만병 정도가 생산돼 팔려나간 셈이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시중 유흥음식점 등에서 이들을 구경하기가 거의 힘들다. 다른 데 쓰이는 셈이다.
두 양주를 진짜 양주와 반반씩 섞는다면, 160만병의 가짜 양주를 만들 수 있다. 빵을 만드는 데 이들 양주가 사용되는 경우도 있어 정확한 계산은 어렵지만, 아무튼 꽤 많은 가짜 양주가 유통되고 있음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나폴레옹 700㎖ 한병의 출고가격은 4천원 정도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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