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백화점
졸속 창립기념 판촉…입점업체 강요·뻥튀기 전단
“유명 브랜드 양복을 한 벌 10만원에 판다고 해서 수원에서 명동까지 왔는데, 행사가 시작되기도 전에 상품이 다 팔렸다는 게 말이 됩니까?”
지난달 31일 오후 7시께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5층 남성정장 매장에서 아기를 업은 김아무개 주부가 한 남성정장 브랜드 직원에게 강하게 항의를 하고 있었다. 김씨는 롯데백화점이 창립 27주년 기념으로 이날 오후 7시부터 진행한 ‘인기 아이템 특별 한정판매’ 행사에서 마에스트로·로가디스·갤럭시·캠브리지 정장을 각 10벌씩 한 벌 10만원에 판다는 전단지를 보고 멀리 수원에서 왔다가 허탕을 쳤다.
롯데백화점이 창립 27주년 기념 행사를 졸속으로 기획해 입점업체와 소비자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인기 아이템 특별 한정판매’ 행사는 이틀 전인 29일 오후에야 백화점 쪽이 일방적으로 입점업체들에 행사를 통보하는 바람에 백화점과 업체 사이에 손발이 맞지 않아 전단지에 게재된 상품과 실제 상품이 다른 경우도 많았다.
주부 정선경(46·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씨는 이날 저녁 8시쯤 고급 여성의류 브랜드 ㄹ 코트를 25만원에 30벌 한정판매한다는 전단지를 보고 해당매장을 찾았다가 허탕을 쳤다. 정씨는 “전화로 문의했을 때 지하 행사장에서 판매한다고 해 지하로 갔더니 다시 4층 본매장으로 가라고 했다”며 “하지만 정작 본매장에서 판매하는 행사 상품은 코트가 아니라 반코트였다”고 말했다. 직장인 박소영(28)씨도 ㅂ 투피스를 8만9천원에 판다는 전단지를 보고 퇴근 뒤 백화점을 찾았다가 점퍼를 50% 할인 판매한다는 말에 발길을 돌려야 했다. 양복을 사러 온 안아무개씨는 “출시된 지 2년이 지난 상품을 팔면서 ‘인기아이템 특별 한정판매’라고 마치 신상품을 싸게 파는 것처럼 과장 광고했다”고 지적했다.
한 입점업체 직원은 “29일 오후 늦게 백화점 쪽으로부터 행사를 준비하라는 말을 들었다”며 “백화점 쪽이 일방적으로 행사를 기획한 뒤 입점업체들에 행사 참여를 요구하면 백화점 눈치를 봐야 하는 입점업체로서는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 쪽은 “창립 27주년 기념으로 고객들에게 값싸게 상품을 구입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 행사를 기획했다”며 “손님이 많이 몰린 탓에 일부 제품의 경우 사이즈에 따라서는 품절이 돼 소비자들에게 불편을 준 것 같다”고 해명했다. 또 롯데 쪽은 “행사 기획과정에서 상품 종류가 바뀌면서 전단지에 상품 정보가 잘못 나갔다”고 말했다.
윤영미 기자 youngm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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