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 대신 메탈로 세팅해놓고 “파격 할인”
신세계·현대 “업체 믿었을 뿐 우린 몰라”
신세계·현대 “업체 믿었을 뿐 우린 몰라”
신세계백화점 본점과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이 최근 쿠폰 할인행사를 하면서 입점업체의 말만 믿고 상품가격을 거짓 표시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신세계 본점은 지난 3일부터‘119만원짜리 ‘클리오블루’의 큐빅지르코늄 목걸이를 28만5천원에 30개 한정판매’한다는 쿠폰을 고객들에게 보냈다. 3일 아침부터 소비자들이 몰려 신세계 본점은 이날 목걸이 30개를 모두 판매한 데 이어 소비자들에게서 32개 추가 주문을 받았으며 4일 6개를 더 주문받아 총 68개를 판매했다. 현대 무역센터점도 지난달 13일부터 시작한 가을 정기세일에서 같은 목걸이 119만원짜리를 28만5천원에 20개 한정판매한다는 할인쿠폰을 고객들에게 보내 30개를 판매했다.
그런데 문제는 쿠폰에 실린 제품과 실제로 판매된 제품이 다르다는 점이다. 클리오블루 송근태 사장은 “쿠폰에 실린 목걸이는 큐빅지르코늄을 실버(은)에 세팅한 제품으로 현대 미아점에서 119만원에 팔고 있다”며 “두 백화점에서 판매한 목걸이는 이와 달리 메탈로 세팅한 제품”이라고 실토했다. 메탈에 큐빅지르코늄을 박은 값싼 목걸이를 은세팅 제품의 가격과 비교해 소비자들에게 싸게 판매하는 것처럼 속인 셈이다.
30여 년간 귀금속업에 종사해온 김아무개씨는 “은이나 금으로 세팅을 하려면 높은 숙련기술이 필요하지만 메탈에는 알을 기계로 박거나 비숙련공이 처리하고, 알을 박고 난 뒤에도 뒤처리가 거의 필요 없어 기본적으로 공임에서 차이가 많이 난다”며 “메탈로 세팅한 큐빅지르코늄 목걸이는 은세팅 제품보다 훨씬 싼 것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또다른 귀금속업체 대표도 “지르코늄은 품질에 따른 등급이 있고 커팅에 따라서도 가격 차이가 난다”며, “보통 은이나 금에는 좋은 지르코늄을 세팅하지만 메탈에는 질좋은 지르코늄을 쓰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송 사장은 처음에는 “은에 세팅하면 메탈의 3배, 금은 5배로 값이 비싸다”고 했다가 나중에는 말을 바꿨다. 그는 “쿠폰에 나온 제품은 작은 큐빅지르코늄 3개씩을 연결해 만들었지만 이번에 판매한 목걸이는 큰 큐빅지르코늄 2개씩을 연결해 만들었다”며 “알이 큰 지르코늄은 값이 더 비싸다”고 말했다.
하지만 두 백화점은 자신들이 판매한 제품이 은세팅인지 메탈 세팅인지 모르고 있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업체 쪽이 행사를 제안해와 고객들에게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아 행사를 했다”고 말했다. 신세계 쪽은 아예 “판매한 목걸이가 실버 세팅 제품인 줄 알았다”고 했다.
클리오블루 쪽은 “소비자들이 물어보면 메탈이라고 설명했다”고 변명하지만, 한 소비자는 “구입 당시 실버인지, 메탈인지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더욱이 클리오블루 쪽은 119만원짜리 상품을 4분의1 가격에 판매한 데 대해 “손해는 아니고 노마진으로 판다”고 해, 애초 쿠폰에서 선전한 ‘119만원짜리’ 자체가 터무니없이 부풀려 붙여졌을 가능성을 내비쳤다. 윤영미 기자 youngm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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