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분당에 거주하는 A씨는 지난해 5월 자녀 영어교육을 위해 B어학연수 수속 대행업체로부터 880만원 짜리 캐나다 어학연수 상품을 구입했다.
그러나 자녀의 건강에 문제가 생겨 다음 달인 6월 업체에 수속 중단을 요구하고 대금을 환급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업체는 이미 서류가 접수됐다며 환급을 거절했다.
이처럼 어학연수 수속대행업체들의 부실 약관으로 인해 수백만원에 이르는 고가의 어학연수 상품을 구입하고도 환불을 거절당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어 소비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25일 한국소비자보호원에 따르면 2005∼2006년 소보원에 접수된 어학연수 관련 소비자상담은 모두 438건으로 이중 중도해지에 따른 환불거절 피해가 전체의 절반에 달하는 47.4%(208건)로 집계됐다.
이어 계약 당시 설명과 다른 연수 프로그램 제공으로 인한 피해가 11.4%(50건)였고 수속 절차의 장기 지연에 따른 피해가 10.3%(45건)였다.
이밖에 비자발급 오류로 인한 피해가 9.6%(42건), 교육기관 및 홈스테이 장소의 시설 미비 등으로 인한 피해가 5.5%(24건)로 나타났다.
소비자 피해구제건 중 어학연수 비용이 확인된 51건의 지출현황을 살펴보면 300만∼500만원이 29.4%(15건), 800만원 이상 27.4%(14건), 300만원 미만과 500만∼800만원이 각각 21.6%(11건)로 전체의 78.4%가 300만원 이상의 고액을 연수비용으로 지불한 것으로 조사됐다.
고액의 어학연수 상품을 팔면서도 이들 수속대행업체들은 약관에 중도해지나 환불 등에 관한 명확한 기준을 표시하지 않고 있어 소비자들이 환불을 요구할 때 일방적으로 불리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소보원이 피해구제 접수 대상 업체 15개사의 약관실태를 조사한 결과 15개 업체 모두가 '요금.수속절차.중도해지.환불기준'에 대해 전부 또는 일부를 표시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약관에 요금 관련 기준을 표시한 10개사도 총액만 표시할 뿐, 수속대행료.수업료.항공권.기숙사비 등 세부 요금은 전혀 표시하지 않았고, 수속절차 및 일정을 표시한 10개사도 세부 일정은 표시하지 않아 수속대행업무가 지체되더라도 사업자에게 책임을 묻기 어렵게 약관을 꾸며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보원은 "어학연수 상품을 구입할 때 계약서에 구체적인 내용을 기재하고 환불 조건에 대해서도 명확히 해야 한다"면서 "수속 대행업체의 신뢰성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소보원은 이번 조사결과를 토대로 ▲어학연수 수속대행업체 등록제도 마련 ▲표준약관 제정 ▲부당약관 심사 청구 등을 관계부처에 건의할 계획이다.
박대한 기자 pdhis959@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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